언젠가부터 혈압이 높아져서 고민이 되었습니다. 그러다 최고혈압이 188을 찍고는 안 되겠다 싶어서 꾸준히 병원을 다니며 혈압약을 타서 복용하고 있죠. 식단 조절과 운동으로 체중을 조절하는 게 중요한데 그게 참 쉽지 않네요. 여튼 학교 근처에 있는 작은 병원을 지금까지 3년 정도 다니고 있고요. 혈압약과 조금은 신경쓴(?) 식단 조절 덕에 현재 혈압은 80~120 정도로 정상이 나오고 있습니다.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지요. 둥이들이 태어나고 정말 건강하게 오래(?) 살아야 겠다는 의지가 불타오르고 있지요.
몇 일 전 혈압약이 떨어져 혈압약을 타러 병원에 갔는데 혈압을 재며 의사선생님이 이런 저런 이야기를 건네주었죠. 혈압이란 게 재려고 하면 긴장하는 통에 제대로 재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혈압을 재게 되는데 그러다 보니 3년이란 시간동안 의사선생님과 친분이 쌓이게 되어 버렸죠. 거의 아버지 뻘 분이라 뭐 친구같다는 것은 아닌데 조금은 사적인 이야기도 나누게 되었다는 것이죠.
의사선생님에겐 교사를 하는 친구가 있는데 만나면 늘 그만둘 이야기만 한다는 겁니다. 요즘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이 너무 힘들다며 말이죠. 그러면서 영국에서는 최근 다시 체벌을 허용하도록 방향을 바꾸었다며 우리도 다시 체벌을 하게 해야 한다는 말을 친구분이 한다고 하시더군요. '영국이? 정말?' 의구심이 들긴 하지만 사실인지 아닌지 잘 모르기에 어색하게 웃으며 넘겼습니다.
학창시절을 보내며 체벌, 즉 매를 맞는 것에 대해 자연스럽게 생각하며 지냈습니다. 선생님의 명령에 따르지 않거나 하면 자연스럽게, 당연히 맞는 거지요. 학교에서 선생님에게 매를 맞았다고 하면 선생님께 고맙다고 술을 사 드려야겠다고 하시던 분이 저의 아버지셨고요. 그렇게 자란 제가 교사가 되었죠. 처음 교단에 섰을 때도 마음 속 한 켠에는 안되면 때려서라도 올바른 길로 인도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거 같습니다. 그런데 체벌이라는 것을 하다보면 어쩔 수 없이 감정이 격해질 수 밖에 없고 가하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이나 결코 좋지 않은 감정을 느낄 수 밖에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죠. 그리고 체벌로 사람을 변화시킬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죠. 당장에 행동을 바꾸는 듯 보이지만 일시적일 뿐인 거죠. 어쨌든 조금은 변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가질 수도 있지만 그 일시적인 변화라는 긍정적인 부분에 비해 폭력에 대해 무감각해지는 것과 그 폭력을 학습하여 다른 사람에게 폭력을 가하는 것을 쉽게 생각할 수 있다는 큰 부작용의 위험이 더 크지요.
학급에서 문제 상황이 발생하여 그 해결책을 모색하다가 그 문제 상황과 연관이 없는 아이에게 네 생각엔 어찌 하면 좋겠냐고 물어보면 벌을 주거나 때려야 한다고 쉽게 말합니다. 근데 만일 네가 그 문제 당사자라도 그렇게 대하면 되겠냐고 되물으면 답을 못 하지요. 과연 잘못을 저지르거나 자신의 실수에서 더 성장하기 위해 자신은 매를 맞아야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까요? 아직 그런 사람을 만나보진 못 했습니다. 혹 그런 사람을 만나게 되더라도 그러한 생각 자체가 싫다거나 설득해야 겠다는 생각보다 그러한 생각을 가지게 만든 그 사람의 성장과정이 더 슬프게 다가올 거 같습니다. 체벌로 폭력이 정당하게(?) 가해지고 이런 체벌(폭력)이 일상화되어 그에 대한 정당성을 떳떳이 말하게 될 정도라면 얼마나 많은 체벌을 받았고 그 체벌 속에서 얼마나 스스로에 대한 비난과 수치심을 가졌을까요? 그리고 폭력이 정당성을 획득하면 무서운 일이 일어나리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기도 하고요. 어떤 실수나 잘못에도 맞으며 그를 해결하고 용서받으며 성장해 내는 사람은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자신의 잘못(실수)에 직면하고 그에 대해 반성할 기회를 가져야 하는 것이지요. 그리고 그 일에 대한 피해자에게 용서를 구하고 해결책을 모색하여 피해상황을 복구하도록 노력하게 해야 하는 것이지요. 5개월 전에 포스팅했던 '앨마이라 사건'영상을 통해 생각해 본 대안적 정의(회복적 정의)에서 말했던 것처럼요.
현재 전혀 체벌을 하고 있진 않습니다. 체벌을 다시 시행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도 않고요. 회복적 정의를 바탕으로 한 '회복적 생활교육'으로 문제 상황이 발생하면 그 가해자의 처벌보다는 함께 그 문제를 해결하고 피해를 복구하는 것에 아이들 전체가 함께 머리를 맞대지요. 물론 이러한 것이 이상적인 것에 불구하고 현실적이지 않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가지실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런 이상적인 여러 활동 속에서 아이들이 변화하는 모습, 그리고 제가 변해가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느리지만 조금씩 바뀌어야 하는 것이라 생각하지요.
이야기가 빙 둘러왔는데요. 과연 영국은 체벌을 허용했을까요? 영국이 학생에 대한 No-touch정책을 수정한다는 것에 대해 체벌을 허용한다는 것으로 오보를 냈고 이를 통해 영국에서는 체벌을 해도 된다는 것으로 판단해 버린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영국 체벌 허용? 그 '심각한 오보'라는 뉴스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먼저 마이클 고브 영국 교육부(Department for Education) 장관이 했던 말을 기억해 볼 필요가 있다. 그는 2010년 10월 초 가디언과 가진 인터뷰에서 “나는 교사가 학생을 때릴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아이들을 물리적으로 제지할 수 있다는 것을 교사들이 알아야 한다고 믿는다 (I don't believe you should be able to hit children, but I do believe that teachers need to know they can physically restrain children)”고 말했다. 당시 그는 노터치 정책을 일부 수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공공연히 밝히며, 수정 작업을 추진하고 있었다. 지난 11일(현지시각)에 발표된 ‘새로운 지침’은 그러한 작업의 결과물이다.
지침의 내용을 한 번 들여다보면 좀 더 뚜렷한 ‘그림’이 나온다. 영국 교육부 홈페이지(www.education.gov.uk)에는 ‘적절한 물리력’을 사용할 수 있는 경우가 나열되어 있다. △수업 방해로 퇴실 지시를 받았음에도 이에 따르지 않는 학생을 강제로 쫓아내야 할 경우, △교실 밖을 나갔을 때 현저한 안전상의 위험이 있거나 다른 학생의 행동에 방해가 될 때 이를 막아야 할 경우, △여행이나 답사 등 학교 행사를 방해하는 학생을 제지해야 할 경우, △교사나 동료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것을 막아야 하거나 운동장에서 학생들이 싸우는 것을 말려야 할 경우 등이다. 또 학생들 사이에 서 있거나, 학생의 길을 막는 행위, 팔을 잡아끄는 행위 등도 허용된다. 지금까지는 모두 금지되어왔던 행위들이다.
여전히 처벌로의 체벌은 금지되어 있는 것이지요. 뉴스를 내며 관련해서 영국 교육부로 조사를 해보지도, 영국 교육부 홈페이지를 찾아보지도 않고 그냥 노터치 정책이 바뀌어 완력을 쓰게 되었다는 피상적인 내용만을 가지고 이야기를 만들어 낸 것이지요. 오보에 대한 사과 기사가 나오긴 했지만 여전히 오보인 기사는 그대로 인터넷에 게시되어 있지요. 중앙일보의 영국 '노 터치' 폐기... 13년만에 학생 체벌 허용같은 기사말이지요. 문제는 이러한 오보를 통해 이를 진실로 받아들이고 있는 사람이 있고 저 일이 2011년의 일인데 2018년에도 사실인냥 인식되고 있다는 것에 있습니다.
의사선생님이 자신의 친구분 이야기라 하며 교직의 어려움에 대해 말하시는 것이어서 딱히 체벌에 대해 깊게 이야기할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냥 교사에 대한 공감과 환자에 대한 배려 정도에서 가볍게 이야기를 나눈 것이니까요. 다만 영국에서는 이제 체벌이 허용되었다는 잘못된 사실에 대해 서는 다음 진료 때 말해 주고 싶단 생각이 들더군요. 뭐 그 때가 되면 까먹고 말 거 같긴합니다.
사람이 사람을 대함에 폭력을 가하는 것이 정당할 순 없습니다. 특히 성장하는 학생들에게는 더 그래야 할 것입니다. '사랑의 매'라는 말만큼 모순적인 말은 없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사랑하는 데 매를 들어 때려야 한다니요. 그런 모순적인 것이 학생들의 성장에 결코 좋은 영향을 주진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어쩌면 삶의 곳곳에서 마주하는 갈등이나 문제 상황에서 폭력을 통해 해결하는 것을 배우게 되는 것인지도 모르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