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깥은 여름 - 김애란
가볍게 집어 들었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책이다.
따스한 여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과 달리
책은 상실과 고독에 대한 내용을 주로 다루고 있다.
후진하는 어린이집 차에 치여 아이를 잃은 부모님,
소수언어박물관에 남아 있는 마지막 언어 사용자,
계곡에 빠진 아이를 구하려다 죽은, 남편을 잃은 아내 등
현실에서 정말 일어날 것 같은 사건을 겪은 남아있는 사람들의 외로움을 묘사한다.
인상 깊었던 점은 아픔을 겪고도 담담한 주인공들의 태도와 다르게 표출되는 아픔.
이런 아픔을 바라보는 타인들의 무심함과 냉정함이었다.
이 책을 보고 남 일같이 생각했던 상실의 깊이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수 있었다.
가장 인상 깊었던 단편은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 였다.
여기에 나온 아내는 계곡에 빠진 학생을 구하려다 학생과 같이 죽은 남편을 원망한다.
왜 남은 우리는 생각하지 않았나고.
그러다가 학생의 누나로부터 온 편지를 받게 된다.
‘겁이 많은 지용이가 마지막에 움켜쥔 게 차가운 물이 아니라 선생님 손이었다는 걸 생각하면 마음이 놓여요. 이기적이지요?’
그러고 나서 아내는 비로소 남편을 이해하게 된다.
‘삶이 '죽음'에 뛰어든 것이 아니라 '삶'이 '삶'에 뛰어든 게 아니었을까’
나 역시 내 주위 사람들은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기에
뒤통수를 강하게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어떤 이들은 고독 때문에, 또 어떤 이들은 고독을 예상하는 고독 때문에 조금씩 미쳐갔다. ---「침묵의 미래」중에서
나는 늘 당신의 그런 영민함이랄까 재치에 반했지만 한편으론 당신이 무언가 가뿐하게 요약하고 판정할 때마다 묘한 반발심을 느꼈다. 어느 땐 그게 타인을 가장 쉬운 방식으로 이해하는, 한 개인의 역사와 무게, 맥락과 분투를 생략하는 너무 예쁜 합리성처럼 보여서. ---「가리는 손」중에서
보드라운 뺨과 맑은 침을 가진 찬성과 달리 할머니는 늙는 게 뭔지 알고 있었다. 늙는다는 건 육체가 점점 액체화되는 걸 뜻했다. 탄력을 잃고 물컹해진 몸 밖으로 땀과 고름, 침과 눈물, 피가 연신 새어나오는 걸 의미했다. 할머니는 집에 늙은 개를 들여 그 과정을 나날이 실감하고 싶지 않았다. ---「노찬성과 에반」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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