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끄적] 핸드폰이 고장나 서비스센터를 갔다.

By @yhna1/31/2018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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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한적하길 바라고 바랐지만 역시나 인산인해였다.

직원분에게 핸드폰 상황을 설명하자 접수를 도와주었다.

"찾으시는 기사님 있으세요?"

"아니요. 아무나 상관없어요."

"그럼 여기 화면에서 직접 선택해주시겠어요?"

모니터에는 기사님들 이름과 대기인원수가 나란히 적혀있었다. 대부분 5~6명의 대기인원이 있었지만 유독 한 기사님에게만 2명이 대기하고 있었다.

난 바로 그 분을 선택했다. 그리고 그 기사님 수리석에 가 바구니에 핸드폰을 넣었다.

그 후 난 고객들을 위해 비치되어 있는 공짜커피를 한잔 뽑아 마시고 그 옆에 비치된 샘플용 최신형 핸드폰을 만져봤다.

'와 요즘은 J시리즈도 완전 좋게 나오네. 이 정도면 굳이 S 살 필요 없겠다.'

그리고 노트8을 만지면서 '그래도 역시 플래그쉽은 플래그쉽이네' 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한참 핸드폰을 만지면서 시간을 보냈다.

15분 정도 지났을까.

다른 사람들은 불려지는 이름에 따라 바쁘게 제자리를 찾아가는데 이상하게 내 이름은 불려지지가 않았다. 대기인원수는 2명 밖에 없었는데 분명 뭔가가 이상했다.

핸드폰을 내려놓고 내 자리에 가보니 내가 핸드폰을 바구니에 넣을 때 수리 받고 있었던 베레모 쓴 할아버지가 아직도 수리를 받고 있었다.

'뭐야? 뭘 고치는데 이리 오래 걸리지?'

괜찮았다. 아직 노트8은 나에게 보여주지 않는 신기능들이 많았고 5개월 후 약정이 끝나는 지금의 핸드폰을 대체할 차기 핸드폰을 심사숙고하는 과정은 나름대로 즐겁기도 했기 때문이다.

다시 체험존으로 돌아가 핸드폰을 만지며 빨리 내 이름이 불려지기를 기다렸다.

15분쯤 지났을까. 이미 내 차기 핸드폰은 A8 2018로 정해졌음에도 내 이름은 불려지지가 않았다.

다시 자리로 돌아가 보니 아직도 그 베레모 쓴 할아버지가 수리를 받고 있었다.

대기현황을 알려주는 전광판을 봤다. 내 수리석에 대기인원은 나밖에 없었다. 분명 15분전에는 내 앞에 한명이 있었고 내가 처음 왔을때 수리 받던 할아버지는 그대로이니 아마 내 앞에 한명은 다른 기사님으로 옮긴거 같았다.

'아 그래서 이 기사님의 대기인원이 적었던거구나. 오래 걸리니까 다 옮겼던거구나.'

대체 뭐가 그렇게 박살이 났길래 30분이 넘게 수리를 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수리석 바로 뒤 소파에 앉아 그 할아버지와 수리기사의 대화를 엿들었는데 음성인식이 어쩌고 저쩌고 하는 문제였다.

할아버지는 계속 되게 해달라고 말을 하는데 기사는 이게 최선이다 이 이상은 기계성능상 불가능하다 뭐 대충 이런식의 대화가 오고 갔다.

할아버지는 자꾸 안된다는걸 해달라고 억지를 부리고 있었다.

그리고 5분 정도 더 기다리자 나도 짜증이 나기 시작헀다.

'아 쫌!! 왜 안된다는걸 자꾸 해달라고 떼쓰고 있어. 뒤에 사람들 기다리는거 안보이나. 혼자서 몇십분을 잡아먹는거야 진짜 짜증나네.'

'아니. 할아버지 그게 안된다잖아요. 그런 기능을 지원을 안해준다잖아요. 고장난게 아니라 애초에 그런게 없다잖아요. 아니 저렇게 설명해주는데 왜 자꾸 해달라는거야 뭐하는거야 이게.'

뒤에서 도끼눈을 뜨고 쳐다보며 난 속으로 계속 할아버지에게 불평을 쏟아냈다.

그 때 어떤 아저씨 한 분이 그 할어버지에게 다가오더니 뭐라고 속닥거렸다. 그리고 할어버지는 기사에게 알겠다는 말을하고 일어났다.

할아버지가 일어나는데 그 아저씨가 할어버지를 옆에서 부축해줬다.

'몸이 불편한가?' 라는 생각이 들 찰나 할아버지가 뒤 돌아섰다. 할아버지는 아주 짙은 선글라스를 끼고 있었다.

그랬다. 할아버지는 시각장애인이었다.

대체 그 음성인식이 뭐가 중요하냐고 할어버지에게 불평을 쏟아냈지만 그 할아버지에게 음성인식은 많이 중요한 기능이었을거다.

난 1년에 몇번 쓰지도 않는 기능이었겠지만 그 할어버지에게는 일상 그 자체였을 것이다.

순전히 모든 걸 내 기준으로 생각하고 난 그 할어버지를 진상 부리는 꼰대로 판단했다. 그 할아버지는 진상이 아니라 간절함이었을텐데 말이다.

예전에 비해 많이 성숙해졌다고 스스로 생각을 한적이 있지만 여전히 난 미성숙한거 같다. 그냥 내 편한대로 생각하고 내 시선에 맞지 않으면 상대방을 매도한다.

비단 오늘만의 일이 아니었을거다. 만약 그 할아버지가 자리를 뜨는 순간 그 선글라스를 못봣다면 난 그 할아버지를 욕한것에 어떤 부끄러움도 느끼지 못했겠지.

내가 평소에 이렇게 지나쳐간 일이 얼마나 많았을까.

만약 그 할아버지가 시각장애인이 아닌 정상인이였다면 그 할아버지를 욕한게 합리화 되는것일까에 대해서도 생각해본다.

내가 지금 부끄러운 감정을 느낀것은 정말로 내 부족한 그릇을 객관적으로 내려다 봐서였을까 아니면 단지 장애인을 배려해주지 못한 정상인으로서의 약간의 우월감에 대한 반발때문이었을까.

생각이 많아 복잡한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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