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브이입니다.
단편소설을 써보았습니다.

우렁찬 매미 소리에 눈이 떠졌다. 아침 7시에 겨우 잠들었는데 말이다. 차라리 수탉이 울어젖히는 소리가 나을 것 같다. 어렴풋이 들었을 때는 분명 한마리였던것 같은데 지금은 떼로 합창중이다. 아름다운 다큐멘터리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매미는 7년동안 땅속에서 인고의 시간을 보내다 세상 밖으로 나와서는 열정적으로 울며 짧게 생을 마감한다고. 안타까운 생각은 들지 않는다. 천적때문에 매미들이 선택한 삶이다. 오히려 7년이상이나 잠만 자면서 인생을 다 허비하는거니까 게으른게 아닐까?
시골쥐는 베란다에 있는 박스를 뒤적이더니 곧 빙수 기계를 꺼냈다. 가정용 빙수 기계는 아니고 업소용이라 부피가 크다. 빙수 기계는 깨끗하게 씻고 닦인 후 정수기 오른쪽에 자리잡았다.
'여름은 빙수 안 먹으면 섭섭하지.'
냉동고에 있던 업소용 얼음을 빙수 기계에 넣고 중간 크기로 갈았다. 집에서 만든 얼음은 너무 빨리 녹아서 여름마다 업소용 얼음을 구매해놓고 있다. 앙증맞은 그릇에 얼음이 담긴다. 무려 17곡이 들어갔다는 미숫가루와 우유는 1:1 비율로, 설탕을 조금 치면 초간단 빙수 완성이다. 기분이 좋을 때 가끔 팥,연유,젤리,시럽,후르츠 칵테일을 넣어 먹었던게 떠오른다. 지금은 굳이 그렇게 먹지 않아도 충분히 빙수맛을 느낄 수 있게 됐다.
방충망을 교체해주는 사람이 찾아왔다. 모기밥이 되기 지겨우니까 좀 더 촘촘한 방충망으로 바꿔보기로 한다. 미숫가루 빙수를 대접하며 설명을 듣는다. 뒷베란다는 샷시 문제로 못 하고 앞베란다는 교체했다. 방충망도 교체했으니 이번 여름은 견딜 수 있을 것 같다. 전등도 맛이 갔는데 수리를 해야겠다. 그러고보니 이 집도 꽤 낡았다. 초등학생이던 시골쥐의 눈에 이 집은 촌스러움 그 자체였다. 금방 또 이사갈 줄 알았는데 이 곳에서 십오년씩 살 줄이야. 세월의 흔적이 여기저기 남아있다. 벽지도 장판도 문짝,타일과 전등,가전제품까지 낡지 않은게 없었다. 엄마는 인테리어 공사를 하고 싶어했으나 일에 치이느라 미루곤했다.
늦은 점심은 김밥과 계란국. 엄마가 싸 준 김밥이 세상에서 제일 맛있었다. 햄,지단,김치,시금치,당근,우엉,맛살,단무지가 들어가고 참치캔이 집에 있으면 참치도 넣어 속이 꽉 찬 김밥이다. 분식집과 비교할 수 없는 맛. 현장학습 날마다 괜히 어깨가 으쓱해지곤 했다. 다른 친구들은 편의점이나 분식집에서 사오기 일쑤였고 시골쥐의 김밥은 항상 인기가 많았다. 한개씩 나눠주다보면 자신이 먹을때 부족할까봐 항상 넉넉히 가져갔다. 오랜만에 유년시절의 좋은 추억을 떠올리니 더 맛있는듯하다.
계란국이 많이 남았다. 김밥과 계란국도 어울리지만 짜장밥과 계란국도 어울린다. 더 더워지기 전에 짜장을 만들어보기로 한다. 한 손에는 장바구니,한 손에는 양산을 들고 집을 나선다. 날씨가 좀 선선할 줄 알았는데 자외선이 엄청나다. 정수리가 녹아내리지 않으려면 양산을 쓰는게 좋다.
장을 후다닥 보고와서 냄비에 파기름을 두른다.
호박,감자,양파,돼지고기,완두콩을 듬뿍 넣고 춘장과 물을 투하. 뉴슈가를 조금 넣어 간을 한 후 전분가루를 풀어 농도를 조절한다. 달달한 짜장밥을 한그릇 비우고 엄마가 돌아올 시간에 맞춰 국수를 삶았다. 엄마는 어렸을때 새참으로 먹은 짜장 국수가 정말 맛있었다고 했다. 엄마도 유년시절의 좋은 추억을 떠올리면 좋겠다. 시골쥐가 오늘 엄마의 김밥을 먹고 그러했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