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 세계지리 선생님께**
***#01.***
선생님.
오랜만에 만나서 그런지 너무 반가웠어요.
제가 성인이 되고 처음이죠 아마?
서빙하느라 제대로 몇 마디 나눠보지도 못해서, 아쉬운 마음에 이렇게 편지를 써봐요.
사실 그 시간대는 다른 친구 타임이었는데 그 친구가 사정이 있어서 제가 대타를 하고 있었거든요.
이렇게 만나다니 저는 정말 운이 좋은 것 같아요.
***#02.***
선생님, 혹시 그거 기억나세요?
아이들이 세계지리 시간에 집중을 안 하고 떠들기만 하니까, 선생님이 퀴즈대회? 열었던 거.
수업 내용을 바탕으로 문제를 내고, 최후의 한 명이 남으면 문화상품권을 주시겠다고 하셨죠.
퀴즈대회 당일, 저는 ‘그런 걸 누가 공부해’ 하면서 힐끔힐끔 공책 사이에 껴놓은 요점정리를 봤어요.
마지막 문제를 남겨두고 저랑 어떤 친구 단둘이 남았었잖아요.
선생님은 너무 어려운 문제를 내셨지만,
운 좋게도 제가 알고 있는 내용이었어요.
받은 문화상품권은 게임중독 걸린 친구를 줬어요.
친구들은 문상도 안 쓰고 수능 때 세계지리도 안 보는 놈이 왜 그렇게 공부를 열심히 했냐고 물어봤어요.
***#03.***
선생님은 항상 학교에 엄청 일찍 오셨죠.
집에서 학교까지 교통편이 안 좋다고, 막내라서 눈치 보인다고 하시면서.
혹시 그거 기억나세요?
선생님 책상 위에 아무 쪽지도 없이 그냥 놓여있던 하트모양 가방걸이 선물이요.
어느 날인가 교무실에 갔는데 선생님 책상 위에 가방이 그냥 올려져 있더라구요.
가뜩이나 책상 위에는 공간이 없었는데 가방놓을 곳이 없는 것 같았어요.
오늘은 왜 그렇게 학교를 일찍 가냐 는 엄마의 말에 대답을 얼버무렸어요.
준비물을 사야 해서 문방구에 갔는데 옆에 우연히 하트모양 가방걸이가 있더라구요.
더 예쁜 준비물을 사려고 방문한 네 번째 문방구였어요.
***#04.***
그리고 오늘 다시 만난 선생님.
너무 반가웠어요.
정신없이 일하면서도 예전에 요점정리 보듯이 힐끔힐끔 봤어요.
앞에 계신 남성분과 얘기하고 웃으시는 모습이 되게 보기 좋았어요.
반지도 하트모양 가방걸이보다 더 예뻤어요.
결혼 너무너무 축하드려요.
저는 결혼식 당일에 참석은 못할 것 같아요. 그 날 중요한 일이 있거든요.
꼭 가고 싶었는데, 운도 없지 정말.
이만 줄일게요.
P.S
저는 수능 때 사회탐구로 정치, 윤리, 사회문화를 봤어요.
물론 세계지리가 제일 좋았지만 문제가 너무 어렵더라구요.
그 때는 보기만 해도 어떻게 풀어야 할지, 어떤 부분이 중요한 건지 몰랐거든요.
지금은 잘 할 수 있다고 말하면
선생님은 웃으실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