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뭐가 되고 싶니

By @sueday5/30/2018kr

나이 서른이 넘어서도 아직 무서워하는 질문이다.
어렸을 땐 망설임 없이 잘도 답하던 질문이었는데
내가 되고 싶어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걸 하나씩 알아가면서
이 질문이 나오면 고개를 푹 숙이고 뒤로 숨어버리는 사람이 되었다.

서른 두 살,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흔한 호주의 워홀러가 되면서,
나는 가슴속에 묻어두었던 이 질문을 다시 꺼내야 했다.

‘넌 뭐가 되고 싶니?’

이 질문에 답하려고 많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갔다.
크게는 다니던 직장부터 작게는 사람들과 나누는 대화 소재까지.
평소에 지지고 볶았던 자잘한 것들을 모두 조합해야만 했다.

좋아하는 것들을 죽 나열하고 줄 세워 이유를 붙여보고
앞 뒤 선후관계를 맞춰보고, 공통점을 찾아보기도 했다.
어렴풋이 도달한 하나의 결론.

'감동하는 사람'

그리고 그것에 하나를 더 한다면,

'누군가와 함께' 감동하는 사람

호주로 떠난 이유는 하나였다.
나를 알고 싶었다.
진짜 나를 더 들여다보고 싶었다.
앞만 보고 달리는 나를 잠시 멈추고 다시 돌아보고 싶었다.
내가 가야할 **‘방향’**이 필요했다.
그러려면 정말 멈춰야했다.

첫번째 직장을 그만뒀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때 나는 생애 처음으로 가던 길을 잠시 멈췄다.
잠시였는데도 혼자서 나를 돌아봤다는 그 경험 덕분에
제법 가뿐하게 새로운 길로 전진할 수 있었다.

만약 그때 멈추지 않았더라면,
나는 지금 뭘 하고 있을까,
요즘도 가끔 그 생각을 한다.

‘잠시멈춤’

하루하루 꾸역꾸역 살아가는 내 주변인을 볼 때마다 얘기해주고 싶었다.
결코 잠시 멈춘다고 해서 세상이 변한다거나
내가 지금까지 해온 모든 것들이 '0'이 되는 것이 아니라고.
오히려 그 잠시 멈춤으로 **'진짜 나'**를 찾고
더 가볍게 훨훨 날 수 있다고.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두려워한다.
가던 길을 멈추면 마치 인생이 멈춰버리는 것처럼.
그들은 두려워했다.

나 역시 결정을 내리기까지 많이 두려웠기 때문에
어떤 두려움인지 잘 안다.
잠시 멈춘 것 까진 좋은데 그 다음을 모른다는 것.
멈추고 나서도 괜찮을지 알수없다는 것.

그러나 내가 무언가를 해야하기 전에 우리는
반드시 그 잠깐의 빈 시간을 경험해야 한다.
매일 해야할 일로 꽉 찼던 하루를 살다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 하루를 살자고 생각하니
그게 두려운 것이다.

그러나 그때를 참고 기다리면 그 빈 시간에
나 자신을 보게된다.
이런 빈 시간이 주어지면
난 뭘 하고 싶은지, 무엇에 눈길이 가는지.

그러다보면 ‘너는 뭐가 되고 싶니?’라는 질문에
어렴풋이 다가가게 된다.

호주에서 '잠시멈춤'을 경험하는 동안,
나는 어떤 이야기든 격하게 감동하는 사람이고
나 역시 다른 누군가에게 그런 감동을 주고 싶다는 걸 알았다.

세상에 흩어진 이야기를 모으고,
감동한 그 순간의 내 감정을 솔직히 표현하고,
그걸 또 다른 누군가와 공유한다면
나는 늘 웃을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누구든 와서 감동 받고, 감동을 만들어내는
특별한 공간을 만들면 좋겠다.

꿈을 꾸면 행복하다.

뭐가 되고 싶니?
오늘도 이 질문을 되새긴다.
그리고 이젠 당당히 고개를 들고
뒤로 숨어버리지 않을 거다.

오늘은 또 어떤 감동이 기다릴까.
행복한 고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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