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카맣게 잊고 있다가도 스팀잇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순간이 있다. 바로 작심삼일이 될 지 모르는 이 다짐을 새겨놓을 곳이 필요할 때.
작은 성취
실패의 경험을 빼앗겨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머리나 운이 좋다는 이야기를 들었고(다들 나한테 속은 건지도 모르고) 거기에 부흥해야한다는 생각도 했다. 과정없이 좋은 결과를 내는 것이 대단히 멋진 일인 줄 알았고(엄마가 자랑스러워하셨기 때문에), 안간힘을 쓰는 사람들은 볼품없어 보였다.
그런 식으로 쌓인 나의 이미지는 결국 나의 성장을 방해했다. 열심을 다하는 모습이나 간절한 모습을 보이는 게 창피했으니까. 지인들 누구 하나 이해하지 못했지만, 수험생일 때도 공부하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그러다 어느 순간 거저 먹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눈치챘지만, 누군가 내가 실패하는 모습에 실망하거나 비웃을까봐 두려웠다. 실은 내가 별 거 없다는 사실을 들키고 싶지 않았다. 더군다나 최선을 다했는데 실패하는 건 상상만으로도 끔찍했다. 실패하지 않는 가장 쉬운 방법은, 도전하지 않는 것이었다.
한국에 들어와서 처음으로 손수 주유를 하는데, 처음이라서 헤맸다. 그래봤자 30초정도였는데, 그 모습을 보시던 아빠가 답답해하시면서 어휴, 이리 줘봐라!
하고 주입기를 낚아채셨다. 성격이 급하신 것도 있지만 내가 못미더우시기 때문이었다. 어제는 음료수 박스를 개봉하는데 테이프가 잘 뜯어지지 않아 버퍼링이 좀 걸리니까(그래봤자 10초...) 또 박스를 빼앗아 가셨다.
제가 하게 내버려 두세요!
처음으로 소리쳤다. 상자 좀 늦게 뜯으면 어때서. 기름넣는 게 좀 더디면 어때서. 세상이 무너지는 것도 아닌데 왜 나를 기다려주지 않는거야! 하는 원망스러움이 밀려왔다.
아빠는 나의 자랑이었지만 동시에 넘사벽이었다. 내가 실수를 하거나 더딘 모습에 그렇게 하는 게 아니
라며 문제를 뚝딱 처리하실 때마다 나는 초라함과 패배감을 느꼈다. 나는 점점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의지와 자신감을 상실했다. (물론 다른 이유도 있을 것이다)
실패하긴 싫고 그렇다고 노력을 할 수도 없었으니, 내겐 성취의 경험이 없었다. 내가 제일 잘하는 것은 기권과 양도였다. 욕심이 없거나 게을러 그런 것처럼 위장했다. 게다가 몇 번의 우연으로 난 이미 너무나 허울 좋게 포장되어 있었으므로... 실패의 두려움은 그렇게 나를 삶의 방관자로 만들어 갔다. 그렇게 살기는 참 쉬웠다. 원래 내리막길은 쉽고 빠른 법이니까.
진작에 말했어야 했다. 실패해도 좋으니 나에게 맡겨달라고. 이런 사실을 서른 중반이 된 이제야 깨닫고 있지만, 지금이라도 분명 큰 변화가 일어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그러나 내가 절대 되돌릴 수 없는 것.... 시간. 경험하기 전엔 모른다고, 지난 세월을 허투로 썼다고 하고 싶지는 않지만, 더이상 이렇게 시간을 보낼 수는 없다.
오늘의 다짐
이제껏 너무 당장의 즐거움에만 충실해왔다. 10년 뒤에도, 30년 뒤에도 즐겁고, 행복하고 싶다. 그간 주지 못했던 물과 햇빛, 거름을 줄 시간. 나를 무럭무럭 성장시킬 거다.
- 매일 외출하기(짧은 산책이라도)
- 열심히 일하는 사람을 만나기 (책이나 영상으로라도)
- 남의 눈치보지 말고 내가 원하는 것을 하기
- 현재의 나만큼이나, 미래의 나를 사랑하기
- 매일을 어떤 식으로든 기록하기
-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기
- 몸, 머리, 마음을 써 하루에 3개이상 성취하기
7-1. 스팀잇에 글쓰기7-2. 설거지 및 내방 깨끗이 청소하기(...)7-3. 미래의 내 레스토랑 메뉴 구상7-4. Chef's Table 시청 및 영어공부7-5 최대표님께 문자보내기
이상 아주 개인적인 오늘의 다짐이었다. 그럼 저는 이만 설거지하러 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