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녀를 처음 만난건 지방의 작은 해수욕장 팬션 마당이었다. 낯선 여행지에서 우연히 만나 함께 밤바다를 걷고 해변가 골동품 박물관 같은 낡은 테마파크 벤치에 앉아 밤새 술을 마시며 꼬리에 꼬리를 무는 대화에 빠져들었다. 명리라는 관심사 하나로 그녀와의 우주가 금새 가까워졌다.
이른 아침 그녀가 끓여주는 콩나물 해장 라면 한그릇을 나눠 먹으며 일상의 대화가 이어진다. 맛있는 라면의 맛을 칭찬하다가, 이런 라면이 사무실 근처에서 팔리면 대박이겠다 말한다. 순간 그녀의 예쁘장한 얼굴이 일그러진다.
제가 라면 가게나 할 사람으로 보여요?
레드썬.
애써 덧없는 말들로 썰렁함을 모면했지만 순간 그녀와 나의 행성은 광속으로 멀어진다. 간밤 미리 그녀의 전화번호를 저장하지 않아 다행이다 싶다. 라면, 여러모로 위험한 관계적 음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