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2014년 7월, 오늘과 같이 아주 무덥고 습한 날이었습니다.
친구에게서 아주 솔깃한 제안을 받았습니다.
현직 모델 송경아씨와 탤런트 정려원,
정기고와 마이큐, 정은채 등이 나오는 문화행사가 있는데 가보지 않겠냐고 말이에요.
바로 Customellow (커스텀멜로우) 브랜드 후원 하에 진행된 One day Arts Festival Vol.2 - The Big Apple 70 이었습니다. 친구의 대학원 지도교수가 이 행사와 관련있는 분이라, 일반 관객(!)보다는 보다 많은 걸 보고 접할 수 있을 거라는 설명과 함께 말입니다.
실제로도 그랬어요. 송경아씨와는 몇 마디 나눠보기도 했고, 정려원씨는 바로 앞에서 지나치는 것도 보았고, 행사 관계자 만나서 보다 수월하게 공연도 보고 그랬어요. 상당히 즐거웠던 기억이 남아있습니다.


그러나 남이 사는 밥은 마다하지 말라는 할머니의 가르침을 좇아, 바로 그 분을 따라갔습니다.
일행이 도착한 곳은 행사장 인근의 한 오리구이집.
직장 상사와 밥을 먹는 듯한 느낌이 들어 상당히 낯설고 힘들었으나, 공짜밥을 맛나게 먹기 위해 표정 하나 구기지 않고 세상에서 가장 맛난 식사를 하고 있는 양 했습니다. 농담이고 실제로 맛났어요.
그렇게 밥을 먹는데, 자꾸 식당 주인으로 보이는 분이 저를 쳐다보는 겁니다.
사실 제가 한국인 같지 않다는 말을 제법 듣습니다.
중앙아시아나 서아시아 사람의 모습이 제법 보인다고들 하더군요.
신기해하는 분이 꽤 있고, 어릴 때는 혼혈 아니냐는 말도 들었던지라 그냥 그러려니 하고 식사에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이 분이 처음에는 쭈뼛쭈뼛 쳐다보더니, 시간이 조금 흐르니 아예 대놓고 저를 뚫어져라 응시하는 겁니다. 그 뒤에는 얼굴에 옅은 미소까지 계속 짓는 겁니다.
한두번이면 그러려니 하겠는데. 참 부담스러웠습니다.
무슨 우리에 갇힌 동물 쳐다보는 듯한 그 시선이 참 싫었구요.
그래서 그 분이 다른 반찬을 가져다 주기 위해 우리 식탁에 왔을 때,
저는 그 분께 쏘아붙이듯이 사과를 요구할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제 예상과는 조금 결이 다른 이야기들이 쏟아집니다.
"학생들이 되게 젊네요. 어떤 분야 공부해요?"
(교수) "문화 경영 같은 거 배우고 있습니다. 이 쪽으로 감이 있는 학생들이에요."
"아아, 좋네요. 자기 하고 싶은 거 해야죠. 남들 한다고 공부할 게 아니라."
(교수) "맞아요. 요새 공부 어설프게 할 바에는 그냥 확실하게 자기 하고 싶은 분야로 밀어붙여야 해요. 그게 자기에게도 좋고, 스트레스도 덜 받고."
"맞아요, 그래서 둘째 아들은 자기가 음악하고 싶다길래 시켜주고 있는데 글쎄요... 얘가 잘해낼지. 예능 이쪽은 자기 재능이 확실해야 성공하잖아요."
(교수) "허허, 잘 해낼 거에요. 첫째 아드님은 뭐하세요?"
"첫째 아들, 공부 잘 했죠. 그런데 지금은 아니네요.
나보다 먼저 하늘나라로 가버려서... 학생, 아까 내가 자꾸 쳐다봐서 미안해요. 첫째아들이랑 안경쓰고 있는 모습이 너무 닮아서, 진짜 첫째가 다시 나타난 건가 싶었거든. 아니란 거 알면서도 똑닮은 사람이 나오니까 나도 모르게 자꾸 눈이 가고 아들생각 나서요.
아,
그래서.
그래서.
주인분은 첫째 아들에게 늘 공부하라고 다그쳤는데, 아끼던 자식이 사고로 유명을 달리하니 부모가 원하는 걸 자식에게 하라고 말해서 아무 소용없다는 게 뼈저리게 느껴지셨답니다. 그래서 둘째 아들은 하고 싶은 거 다 하라고, 내가 팍팍 밀어주겠다고.
주인분은 저희 테이블에 조용히 순두부찌개를 하나 서비스로 가져다주셨습니다.
잠시나마 첫째 아들 생각나게 해줘서 고맙다면서.
뜨거운 순두부찌개가 그 날 따라 유난히 더 뜨겁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