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

By @siwoo6/22/2017kr
***첫사랑 : [명사] 처음으로 느끼거나 맺은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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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Kawin Harasai on Unsplash
여느때처럼 무료한 하루를 보내고 커피한잔을 사서 집으로 돌아오는길. 과일가게옆 골목 모퉁이에 10살쯤 되어보이는 남자아이 한명과 그 남자아이보다 키가 한뼘쯤 더 큰 여자아이 한명이서서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평소같았으면 생각없이 지나갔겠지만 나를 훅하고 잡아끄는 호기심에 이끌려버렸다. 골목 옆이라 자세히 들리지는 않았지만 신경 안쓰는척하며 귀를 기울여 보았다. "가야된다고!!" "나는 니가 첫사랑이란 말이야!" "갈거야!" ??...무슨 내용이었을까. 두발자전거를 이끌고 휑하니 사라져버리는 여자아이의 뒷모습을 보고 남자아이가 엉엉 울음을 터뜨렸다. 여자아이의 당돌함에 웃음이 지어졌지만, 이내 세상이 무너진듯 서럽게 우는 남자아이를 보니 안타까운 마음이 생겨버렸다. 아무래도 남자아이의 첫사랑은 깨어진 것 같았다. '친구야. 원래 첫사랑은 허무하게 끝나는거야' 위로를 건네고 싶었지만 차마 그러지못했다. 왜냐면 그말이 전혀 위로가 안된다는 사실을 잘알고있으니까. 그녀도 키가 나보다 한뼘정도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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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Austin Neill on Unsplash
18살 무더운 여름 나는 기흉 수술을 받게됐다. 학교친구로 나의 병문안을 왔던 H와 나는 매일마다 문자를 하면서 편지도 써주고, 흔히말하는 썸을탔다. 내가 퇴원하던 날 우리는 사귀게 되었다. 사랑이 뭔지도 몰랐지만 학교에선 같은 공간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맘이 설렜고, 방학엔 태어나서 처음해본 당일치기 여행, 몰래 준비한 서프라이즈 생일파티. 매일이 행복함의 연속이었고 끝에 대해선 상상조차 하지못했다. 그러던 어느날 우린 헤어졌다. H가 나에게한 일방적인 메세지 통보 "우리 헤어져". 이별에 좋은 이별과 나쁜 이별이 있다면 이건 나쁜 이별이었을까? H의 친구에게도 물어보고 H의 집앞까지도 찾아가봤지만 만나기는 커녕 결국 이유조차 알지못했다. 첫사랑의 강렬함은 아픔역시 그것과 같았고 나의 첫사랑은 그렇게 이유도 알지못한채 허무하게 끝이났다.

시간이 한참 흐르고 어느날 H에게 연락이 왔다. 가볍게 안부인사를 하다 H가 나에게 물었다. 자신이 그때 왜그랬는지 알고있냐고. 알고 싶지 않다고 하고 넘어갔다. 사실은 묻고싶었다 왜그랬냐고. 하지만 이유를 묻지는 않았다. 왜 묻지 않았을까? 지금도 잘 모르겠지만 자존심 때문이었을까. 사람은 시간이 지나면 자신의 추억에 관대해진다고 한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첫사랑에게 만큼은 관대하지 못한걸 보면 나는 아직 어른이 아닌가보다. 생각하면서 걷다보니 어느새 커피를 다마셨다. 돌이켜보면 나의 첫사랑은 커피같았다. 다 마시고난 후엔 하지말아야지 하면서 또 하게되는것도 쓴맛안에 단맛이 있는것도 말이다.누군가의 첫사랑이 끝나는 모습을 봐서일까 오늘커피는 맛이 조금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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