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31] 내가 셀카만 고집하는 이유

By @singasong2/22/2018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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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사진 찍히는 행위를 좋아하시나요? 전 사실 좋아하지 않는답니다.

그런데 제 여행 포스팅을 보면 굉장히 많은 사진들이 포함돼 있습니다. 여행 갔을 때만 특별히 저를 내려놓는 것이지요. 여행 후 남는 건 사진 뿐이니까요.

아무튼 사진 찍히는 걸 싫어하는 사람도 피할 수 없는 상황이 있으니, 바로 졸업사진 찍기와 증명사진 찍는 일입니다. 이 때만큼은 어쩔 수 없이 사진을 찍어야 하기 때문이죠.

제가 남이 찍어주는 사진을 기피하게 된 때는 대학교 졸업앨범 사진을 찍는 날부터입니다. 이날 전 친구들과 비싼 돈을 들여 헤어 메이크업을 받았습니다.

강의실에서 앨범 사진을 찍는 데 사진사 분이 저에게 이런 말씀을 하시더군요. "눈 좀 뜨세요"

?????? 저 스모키 아이라인에 속눈썹까지 붙이고 눈에 정말 힘 주고 있었는데요.....?

눈두덩이가 있는 사람들은 사진 찍을 때마다 신경이 곤두섭니다. '눈을 부릅떠야 한다'

플래쉬도 참아가며 눈물이 날 정도로 힘을 주고 있었는데 눈을 뜨라니.... 입꼬리는 꼬리대로 올려야하고 눈은 눈대로 떠야하고 대략난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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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쯤 '눈을 뜨라'고 외치던 사진사 님은 결국 포기한 듯 대충 찍고 '다음'이라며 절 팽하셨습니다..흑흑

친구들이 얼마나 놀렸던지 "눈을 뜨고 있는데 자꾸 눈을 뜨랜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흠.... 이것들을 죽였어야 했나...

이후 저와 친구들은 돈이 아깝다며 학교 근처 사진관에서 증명사진까지 찍기로 했습니다. 그때까지도 상심해 있던 저는 안 찍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친구들은 "사진관에선 '포샵'이 가능하다"며 절 다독여줬죠.

맨 마지막으로 증명사진을 찍게 된 전 또 다시 융단폭격을 당했습니다.

"저기요. 눈 좀 크게 떠보세요"

"뜨고 있는데요ㅡㅡ"

"아 그래요? 왜 이렇게 흐리멍텅해보이지?"

"..............."

졸지에 전 눈이 흐리멍텅한, 영혼 없는 동공의 소유자가 돼버리고 말았습니다.

짜증이 확 밀려온 저는 "그냥 대충 찍어주세요"하며 차갑게 대답했습니다.

이어진 사진 확인 시간, 제 사진을 보고 전 깜짝 놀랐습니다. 정말 눈을 안 뜨고 있는 것처럼 보이더군요. 정말 크게 뜬다고 뜬 건데..

뽀샵으로 더 크게, 더 크게를 외치다보니 제 눈은 더 이상 제 눈이 아니게 됐습니다.

그날 이후 전 아이라인에 집착하게 됐고, 셀카만 찍기 시작했습니다.

형형색색의 아이라이너를 구입해(아마 대략 70색 정도 있는 것 같네요) 눈두덩이를 덮기 시작했습니다. 특이한 모양으로, 특이한 색으로 칠해서 눈 크기 자체는 보이지도 않게 말이죠.

그리고 셀카만 찍었습니다. 단체사진을 찍어야 할때도 전 스마트폰을 셀카모드로 돌린 뒤 테이블에 잘 고정시켜두고 찍습니다. 아시겠지만 휴대전화 전면 카메라가 후면보다 화소가 매우 낮음에도 더 예쁘게 나오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셀카로 찍으면 같은 눈인데도 굉장히 커 보이더군요. 아무런 필터도 포샵도 하지 않았는데 말이죠. 그래서 전 악착같이 셀카만 고집했습니다.

배경이 있는 사진을 찍을 때는 어떻게 하냐구요? 친구한테 제 카메라를 쥐어 줍니다. 셀카모드로 전환한 뒤 구도와 각을 재며 뒤로 한 걸음씩 물러납니다. 제가 찾는 포인트가 되면 친구에게 "그대로 손가락으로 눌러" 합니다. 멀리서 찍히는 사진도 셀카로 찍습니다....

예... 이건 일종의 강박증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최근 신문을 보니 "필터 사진 때문에 스스로 외모비하 한다"라는 제목의 기사가 있더군요. 필터가 적용된 사진이 외모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부추겨 더 성형외과를 찾게 한다는 연구 결과를 소개하는 내용이었습니다.

과거의 안 좋은 기억 때문에 제 스스로를 못나게 생각하는 마음... 고쳐야 하는데 쉽지가 않네요.

저처럼 셀카만 고집하시는 분들 계시다면, 함께 자신감을 가져보자는 의미에서 이 글을 적어봤습니다.

(글을 쓰고 있는데 게시가 돼버렸습니다;;;;; 하아아... 되는 일이 없는 하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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