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시작] 이직이 왜 이민이 되었을까?

By @shsleeper1/4/2020kr

"퇴사하고 뭐 할 건데? "

"어디 다른 데로(타 회사) 가는 거야?"

퇴밍아웃 (퇴사+커밍아웃)을 하고 나면 백이면 백 다 저 질문을 한다.

"다른 회사는 아니고 다른 나라로 가려구요"

신기하게도 회사를 다니면서 수 많이 봐 왔던,

회사만이 전부 일 것 같은 상사들도 저 대답을 했을 때

아니 그런 미친 짓을 하냐?라고 말은 하지 않았다.

다른 나라로 가서 새로운 출발을 한다는 것은 남들은 잘 하지 못하는 선택이고

그렇기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긍정적으로 생각해 주는 모양이다.

나는 갈 수 없지만 어쨌든 그 용기에 심심한 박수를 보낸다는 마음일까?

사실 현 회사에서 회사를 나가야겠다는 생각을 처음 하였을 땐 나도 이직을 고려했었다.

이직 생각이 없는 회사원이 몇 명이나 있으랴.

그렇게 이직 준비를 하면서 이 회사 저 회사 다른 회사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느끼는 게 있었다.

  1. 내가 가고 싶어 하는 회사는 지금 나의 경력으론 거의 입사가 불가능하다

  2. 경력을 살려서 갈 수 있는 회사들은 지금의 회사와 다를 게 거의 없다.

(연봉은 조금 오를 수 있지만 나에게 큰 의미가 없음)

  1.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직을 하고 싶고 다른 새로운 환경에 노출되고 싶다.

이 세 가지의 생각이 계속 돌아가며 이직에 질문을 던지던 차에

J는 유학 준비를 하였다.

국내에서 딱히 가고 싶은 회사는 없고, 해외에서 공부를 더 한다면 다른 경력으로 새로운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결과적으로 J는 유학은 가지 않았지만,

유학 준비기간이 지나고 나니 해외에서 일을 한다면?이라는 생각이 나의 머릿속을 맴돌았다.

"다른 나라에서 일을 해보는 건 어떨까?"

쉽지 않다는 건 알고 있었다.

해외 생활을 아예 안 해본 것도 아니라 그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한국인으로 한국에서 산다면 절대 생각해 보지 않을 그 나라에서 거주할 수 있는 권리.

즉, 영주권의 중요성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해외취업을 조금만 찾아본다면 영주권의 중요성을 더 크게 느낄 수 있다.

기본적으로 대부분의 직업들은 최소 영주권자 다시 말해 자신들이 스폰서를 해주지 않아도 될 사람들을 채용하길 원한다.

외국인으로 일을 할 경우 어쩔 수 없는 언어 및 문화의 차이를 극복할 만큼의 실력이 없다면

영주권은 가지고 있어야 고만고만한 실력의 외국인들과의 경쟁에서 취업에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다시말해 나는 고만고만한 실력의 대한민국 국민)

해외 생활을 한 뒤로 이민법에 대한 관심이 많았는데, 그렇게 시작된 이민법 공부.

(어쩌면 그때부터 해외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이 있었던 거 같다)

몇일간 이리저리 이민성 싸이트를 뒤져가며 여러가지 이민법들을 비교 분석하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찾은 정보를 바탕으로 영어권 국가 중 영주권을 가장 쉽게 얻을 수 있는 국가는 호주였다.

  • 물론, 쉽다는 것이 정말 쉽다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현재 나의 상황에서 이주하려는 나라에서의 학업 및 경력이 없으면서 영주권을 받을 수 있는 나라가 호주가 유일했습니다. 모든 사람의 상황 및 경력이 다르니 이건 사람마다 다를 것이라고 생각해요.-

"영주권을 받을 수 있겠어."

저 말을 J에게 했을 때 나는 영주권이란 것이 무엇인지부터 자세히 설명을 했어야 했다.

그리고 2년 전 우리는 일단 할 수 있는 건 해보고 영주권이 나오면 그 뒤의 일은 그때 생각하자고 결론을 내렸다.

2년 동안 사람 일은 어떻게 바뀔지 모르고 또 혹시 아나? 우리가 한국에서 계속 일하는 걸 원할지도?

그리고 지금 생각하면 아름다운 추억이지만 당시엔 정말 힘들었던 2018년이 지나고

18년 11월 Grant 메일을 받기에 이르렀다.

고백하지만 2018년 후반부터 나는 전 직장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원하는 부서로 전배가 되었고, 지금도 엄지손가락 두 개를 내밀만 한 상사를 만났으며,

회사를 다니면서 더 바랄 것 없는 동료들과 프로젝트를 했다.

밤 12시까지 야근을 한 적도, 늙은 신입으로 시작하는 새로운 팀의 업무로 스트레스도 있었지만

이만하면 다닐만하다고 느꼈던 1년이었다.

그럼에도 영주권을 받고 나니 한번 가보자는 생각이 없어지진 않았다.

30대 중반 20대와 비교했을 때 그때보다 지금이 좋은 건

이 모든 것을 함께 해줄 인생의 동반자, 나의 제일 친한 친구가 있다는 것뿐이다.

그때만큼 젊지도, 체력이 좋지도, 용기와 자신감이 충만하지도 않지만,

함께 지금 이 순간 서로가 원하는 것들은 함께 하고 그 순간을 온전히 즐길 사람이 있어서

우리 둘은 용기를 냈다.

아직도 퇴사 전날 맥주 한 잔을 앞에 두고 했던 이야기가 생각난다.

정말 우리 같이 소심하고 두려움 많은 사람들이 그래도 둘이 같이라고 큰 용기를 냈다고.

7년 만의 회사 생활을 접고 백수가 된지 오늘이 정확히 5일.

그리고 이제 출국까지 남은 시간 17일.

앞으로 어떤 장애물과 도전 그리고 그만큼 빛나는 즐거움이 있을지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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