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인척]북한이 또 미사일을 쏜 가운데

By @shiho8/29/2017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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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오늘 또 미사일을 쐈습니다. 스티밋에서도 이런 저런 의견들이 나오고 있는데, 마침 제가 최근 더불어민주당 이수혁 의원을 만났습니다. 그 자리에서 들은 이야기를 여기에 풀어봐야겠습니다. 그래서 간만에 @leesol님의 대문 국회버전을 들고 나왔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수혁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이 당대표 시절 영입한 인사로, 북핵6자회담 수석대표를 지냈습니다. 최근 비례대표 의원이었던 문미옥 과학기술보좌관이 청와대로 들어가면서 민주당의 비례대표 다음 순번이었던 그가 의원직을 승계하게 됐지요. 지난 24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만난 그는 정치인 같지 않게 엄청나게 까칠했어요. 하지만 대화가 계속되면서 정말 아는 게 많은 사람이라는 걸 느끼게 됐습니다.

이 의원의 첫마디는 **"현재 한반도는 전쟁이 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였습니다. 국내와 국제 상황을 봤을 때 전쟁으로 치달을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죠. 전쟁은 한 국가를 완전히 종멸시킬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양국이 멸망을 각오하고 싸워야 하는 피할 수 없는 상황이 만들어지기 전엔 일어나지 않는다는 얘기였습니다. 그는 2010년 연평도 포격 사태를 거론했습니다. "남한 영토에 북한의 포탄이 떨어진 중대한 사건으로, 전쟁이 일어날 구조화가 돼 있었다면 충분히 방아쇠가 될 수 있었던 사건"이라면서 "그런데도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은 남북과 주변국의 긴장 관계가 그 정도로 악화되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2017년으로 당시와 상황이 다르죠. 김정은 북한 노동당위원장은 미사일 기술을 나날이 발전시켜서 이제 괌까지도 날려보낼 수 있게 된 듯합니다. 이 의원은 북한이 이미 그 정도의 기술은 확보한 것 같다고 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예방전쟁' 가능성도 언급했지요. 전쟁의 도화선이 남북한 사이가 아니라 북한과 미국 사이에 연결돼 있을지 모르는 일이잖습니까.

이에 대해 이 의원은 "그래서 더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낮아졌다"네요. 그는 오히려 "빨리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완성시키는 게 너 나을 수 있다"고도 했습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북한이 미사일을 고도화시키면서 미국 땅이 사정권에 들자, 비로소 미국은 북한과 협상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결국 북한의 미사일은 정말 공격을 하기 위한 게 아니라 미국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한 것이라는 게 이 의원의 설명이었습니다.

이 의원은 일각에서 제기되는 '코리아패싱', 즉 미국과 북한, 중국, 일본 등이 한국을 빼 놓고 협상테이블에 앉는 것에 관한 우려에 대해서도 "먼저 코리아 패싱 상태에서 미국과 북한이 협상을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멘트가 상당히 파격적이죠. 이걸 기사로 썼어야 하는데 같이 간 기자들끼리 기사를 쓰지 않기로 했기 때문에...(대신 보팅 팍팍 부탁드려요 ㅋㅋ)

그는 이해하지 못하는 우리에게 "1994년 미국과 북한의 제네바 합의를 공부하라"더군요. 1990년대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에서 탈퇴하면서 일어난 '1차 핵위기' 뒤 미국과 북한 고위급 대표가 외국에서 수차례 만났고, 결국 1994년 제네바에서 북한의 강석주 외교부 제1부부장과 미국 R.갈루치 대사가 만나 합의문에 서명을 했죠. 합의 내용은 북한이 핵을 동결하는 대신 미국 등은 경수형 원자로 발전소 2기와 함께 경제원조를 한다는 것이 골자입니다.

이 의원이 제네바 합의 과정을 공부해 보라고 한 것은 결국 요즘 상황도 비슷한 과정을 통해 합의에 이를 것이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그는 "북한의 미사일이 미국을 때릴 수 있다는 건, 더 이상 북핵이 한반도만의 문제가 아니라 미국이 당사자가 된다는 것"이라면서 "당사자끼리 협상을 하는 것에 문제가 있느냐"고 말했습니다. 제네바 합의도 미국이 물꼬를 터서 북한과 이뤄낸 뒤, 후속되는 세부 사항 합의에 한국이 참여했기 때문에 '가장 골치아픈 문제를 미국의 수많은 전문가들이 해결한 뒤 협상 테이블에 앉는 편한 길을 두고 굳이 처음부터 협상에 나설 필요는 없다'는 겁니다.

여당의, 그것도 문 대통령의 인사인 이 의원의 얘기가 여러분께 어느 정도 설득력을 가질지는 모르겠습니다. 제가 이 의원의 말을 제대로 전달했는지도 의문이구요. 들으면서 적은 게 아니라서 확실히 기억나는 이야기만 썼습니다.

이 의원의 얘기를 듣고 나니 김정은이 핵으로 깡패짓을 하는 것이 마냥 철없는 돌아이의 행동이고, 예측불가능한 행보라고 보이진 않네요. 세습정권이 경각에 달린 지금 미국과 일대일로 협상 테이블에 앉아 경제원조 등 큰 것들을 얻어내기 위해서는 미사일 사거리를 넓혀 미국을 당사자로 만드는 일보다 확실한 방법이 없을 것 같기도 합니다.

김정은의 핵미사일은 전쟁용이 아니라 협상용이라는 의견에 수긍이 되면서 저도 전쟁은 일어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정부가 외교안보 쪽에서 욕을 많이 먹고 있는데, 아직 욕하기는 이른 감도 있는 것 같고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DQmf2c2sFExMsefvWd79UY2CvA2br5PTwQNtcpcmkG6D2bS_1680x8400.pngby @tata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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