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 20. 스팀잇에 관한 흥미가 예전보다 떨어진 이유

By @shgddd4/9/2018kr


스팀잇에 가입하고 나서 불과 얼마 전까지 밥 먹듯이 스팀잇에 접속했다.

살면서 SNS라고는 제대로 해본 적이 없었는데
어느 순간 열심히 댓글 달고 보팅 팔로우를 하는 나.
스스로 봐도 어색할 지경이었다.

팔로워가 조금씩 늘고
내 글에 반응을 주시는 분들이 생기면서
스팀잇에서 느껴지는 재미는 극대화.
중독자처럼, 밤낮으로 스팀잇에 들락날락거렸다.
대댓글을 달고 지갑을 확인했다.
내 글에 몇 달러 아니, 영점 몇몇 달러라도 찍히는 게
어찌나 신기하고 신나던지.

게다가 여기저기 돌아다니가 만나는
보석 같은 글들이란!
사소한 일상부터 철학적 질문까지-
타인과 생각을 공유하는 게 이런 거로구나
새삼 깨닫는 시간이었다.

그러다 이런저런 바쁜 일들이 있어서
스팀잇에 접속을 못했다.
바쁜 거 좀 끝나고 약 일주일만에
반가운 마음으로 돌아온 스팀잇.
그런데,

어쩐지 재미가 예전만 못했다.

이유는 단순했다.
우선 무수한 글들에 파묻힌
내 글에 대한 반응이 없었다는 것.
이것까진 뭐 괜찮다.
사실 내가 봐도 내가 쓴 글이
특별한 정보를 주는 것도 아니요
번쩍 하는 통찰이 있는 것도 아니요
그냥 잡글에 불과하니까.
괜찮아. 암, 괜찮고 말고... (눙물이...)

그런데 그보다 더 문제는
피드를 눈 씻고 봐도
대세글을 봐도 최신글을 봐도
볼만한 콘텐츠가 없더라는 거.
체감상 90% 이상이 코인 아니면 블록체인 아니면
블록체인+코인에 대한 글이다.

사실 그전부터 여기엔 코인 관련 글이 넘쳐났다.
여기가 코인 커뮤니티인가 싶을 정도로.
그럴 수 밖에 없지. 코인이 존재 기반인데, 하고
전엔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그런데 간만에 보니 새삼 지리멸렬하게 느껴진 것.

나에 대해서 말하자면
코인에 관해서 딱히 할 말도 없고 지식도 없다.
시세에 관해서는 특히 더 그렇다.
세상만사 순리대로 오르락 내리락 하겠지 뭐, 하는 편

투자를 안 해서 그런 걸까.
언젠가 나도 '투자란 걸 좀 해봐? 가즈아!' 싶을 때가 있었다.
그러나 곧 마음을 접었다.
돈을 들여 스팀을 사는 순간
인생이 온통 거기에 얽매여버릴 거 같아서.
자제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모르겠지만
난 자신이 없었다. 금방 포기.

게다가 내심 이런 생각도 있다.

코인으로 돈 벌기라...
그렇게 돈 벌기 쉬운 세상이면 다 부자 됐게.


최근에 이런 소리를 들었다. 요즘 강남 부자들은 만나기만 하면 베트남 부동산 얘기를 하고 흙수저들은 코인 얘기만 한다나.

욕망의 눈이
가장 강력하게 몰리는 곳은 돈과 부다.
부정할 수 없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나라고 별수 없다. 나도 가끔
미친 듯이 글 쓰고 스팀 벌어서
인생 역전하는 상상을 한다.
그런데 죄다 그런 생각과 말 뿐이면 문제다.
베트남 부동산 얘기가 더 낫다.

어쨌든 그러다보니
'내가 뭔 글을 쓰든 어차피 코인 글은 못 이겨.'
이런 종류의 패배의식이 생기면서
글 쓰는 맛도 좀 떨어진 편.
코인 얘기에 파묻힌 보석글을 발굴하자니
그 시간에 가즈오 이시구로 책이나
더 보는 게 낫겠다 싶기도 하다.
(가즈오 이시구로에게 노벨상을 준 건
아주 적절했다. 한림원 만세!)

그래도 아직은 이곳에 애정이 있기에
지금 스무번 째 신변잡기 글을 남긴다.
시간이 가면 더 볼만한 콘텐츠가 늘어날까.
코인 커뮤니티가 아니라 창작자들을 위한 공간으로,
스팀잇이 나아갈 수 있을까.

뭐 알 수 없지.
당장 내 앞 날도 모르는 걸.

시간이 지나 여기가 완벽한
코인 커뮤니티로 변하면,
나는 내가 갖고 있는
먼지 같은 스팀달러를 모두 처분할 것이다.
그리고 그 돈으로
김밥천국에서 치즈 돈까스를 사먹으며
(사 먹을 수... 있겠지...?)
스팀잇 탈퇴를 축하하는
혼자만의 작은 파티를 열 것이다.

안녕. 스팀잇. 넌 참 좋은 코인 커뮤니티였어.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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