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잇의 무의식] 정의의 감각을 믿습니다.

By @seoinseock3/28/2018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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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전이 살아납니다. 95 역무 녹대수 청병을 마시고 나니 단전이 살아납니다. 이 차는 작년에는 봉밀한 맛이 났습니다. 벌꿀같은 관능적이면서도 편안한 그런 달콤함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맛이 성숙해서 이제는 제법 노숙해졌습니다. 차는 변화합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자기 나름대로 생태계를 만들어 갑니다. 미생물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10년의 미생물들에겐 포식자가 없습니다. 10년 후에는 그 미생물들을 잡아먹는 포식자 미생물이 보이차에 생깁니다. 그러면서 생태계는 더 풍성해 진다고 합니다. 차의 역능도 그때부터 좋아진다고 합니다. (홈쇼핑에서 사는 천일된 차와 비교가 안됩니다).

사람에게는 감각이 있습니다. 그 감각 중 하나가 정의의 감각입니다. 요즘 연구결과에서는 그 정의라는 게 본능이라고 하더군요. 즉 어떤 이성적 판단 이전에 본능적으로 있는 것이란 의미입니다. 여기서 본능이란 어떤 힘을 말하며, 또한 오랜 진화압을 견디어 살아남은 유용한 심리기제를 말합니다.

그 정의가 어떻게 작동되는지 실험을 해 봤습니다. 유명한 최후통첩게임입니다. 위키에 설명이 잘 되어 있어 인용해요. '최후통첩 게임(Ultimatum game)은 게임 이론에 등장하는 게임 중 하나로, 실험경제학에서 사용되는 방법론이다.

기본적으로 최후통첩 게임에는 두 명의 참여자가 등장해 돈을 분배한다. 1번 참여자가 돈을 어떻게 분배할지 제안하면, 2번 참여자는 이를 받아들이거나 거절 할 수 있다. 만약 2번 참여자가 '거절'을 선택하면 두 사람 모두 한 푼도 받지 못한다. 하지만 2번 참여자가 '수용'을 선택하면 1번 참여자의 제안에 따라 돈이 분배된다.

돈을 받는 사람이 돈을 받지 않겠다고 하면, 그 돈을 주는 사람도 돈을 가질 수 없습니다. 인간이 이기적이고 합리적인 선택만 한다면, 돈을 받는 사람은 돈을 제시하는 사람이 얼마를 주든 수락합니다. 즉 100만원에서 1만원을 주든, 2만원을 주든 수락하는 게 이득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한 푼도 받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많은 실험 결과 대다수가 받기를 거부한다는 것입니다. 그 이유는 정당하지 못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공평하지 못하다는 이유입니다. 즉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이 (비록 공짜지만) 공평하게 나눠가질 못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인간의 선택에서 이기적 합리성이 아니라 공정이 얼마나 중요한지 드러내는 실험입니다.

아이에게 케익을 공평하게 나눠갖게 하는 방법을 아시나요. 그건 한 아이가 자르고 다른 아이가 선택하게 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자르는 아이도 공평하게 자르려고 합니다. 선택권은 자기에게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자기도 손해를 볼 수 있기 때문에 공정해 지는 것입니다.

이런 식으로 사람은 누구나 공정이라는 감각을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걸 가능하게 하는 것은 첫째 반복된 게임상황입니다. 둘째 문화압력입니다. 즉 한번만 하는 게임이라면 그 사람이 손해를 보든 말든 자기만 이익을 보면 됩니다. 그러나 반복되는 게임 속에서는, 이런 관계라고 하죠, 상대방을 고려 안 할 수 없습니다. 단기간에 자신만 이익을 보면 나중엔 보복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음으로 문화를 통한 압력입니다. 정의라는 게 제도화할 수 있으면 좋지만 거기엔 비용이 많이 듭니다. 타율적이어서 지키기도 힘듭니다. 가장 좋은 것은 소속된 사람들 속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다양한 이해관계가 있기 때문에 기우뚱한 균형을 이룰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도, 최후통첩게임에서 봤듯이 사람에게는 정의의 본능이 있습니다. 아무리 힘이 많아도 이 생태계에서 자신도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것을 감지하는 감각이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이건 수억의 진화 선택압을 통해 단련된 감각이니깐요.

한가지 우려는, 진화의 선택압을 견디며 남겨진 또 다른 심리기제입니다. 그 기제는 희생양을 좋아합니다. 시스템을 바꾸는 것보다 누군가 당장 책임을 지고 희생하길 좋아합니다. 주술적 사고입니다. 시스템과 사람을 분리하지 못하는 심리기제입니다. 예를 들어 공동체의 나쁜 일이 있으면 가장 힘센 사람이 희생합니다. 아니면 가장 약한 사람이 희생하게 됩니다. 그런 심리기제의 힘은 다른 식으로 해소하면 좋겠습니다. 그것의 힘을 빼면 됩니다. 그럼 발현이 안 될 수 있습니다. 에로스가 타나토스를 안을 수 있는 것처럼 말이죠.

파울 클레의 Flower Myth를 봅니다. 여성의 몸을 상징하는 대지에 꽃도, 나무도, 새도, 그리고 해와 달도 뜹니다. 절대 권력을 지닌 타나토스가 죽고 자연의 질서에 따라 활동하는 데미테론 여신이 농경을 담당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녀의 딸은 죽음의 신 하데스의 아네 페르세포네입니다. 겨울이 가고 봄이 올 때 그녀의 걸음 걸음에 따라 꽃이 핀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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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매트릭스에서 페르세포네를 연기한 모니카 벨루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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