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삼국지의 진정한 피해자, 제갈량

By @sentence3/14/2018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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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삼국지는 아마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많이 읽은 중국 소설일 것이다. 아마 소설뿐만 아니라 중국에서 나온 책 전부를 통틀어도 결과는 같지 않을까. 그렇지만 어렸을 적 소설 삼국지를 읽을 때는 그저 영웅호걸들의 이야기에 넋을 잃고 봤지만, 소설에서 흥미로운 대목이 대부분 ‘구라’였다는 걸 알게 되면 생각이 조금 달라진다.

더구나 유비, 조조, 관우, 제갈량, 사마의 등 삼국지 인물론에 관한 책도 많고, 이들의 남다른 리더십을 분석하는 책도 많은데 이때 사실과 소설을 구분하지 않고 이야기를 전개하면 논의가 묘해진다. 실제로 하지도 않은 일을 가지고 품성과 리더십을 격찬하거나 깎아 내리게 되니 말이다.

소설 삼국지는 촉한 정통론을 토대로 영웅 유비와 반영웅 조조를 내세웠는데, 그러다 보니 이 플롯에 의해 희생(?)당한 피해자가 여럿이다. 특히 조조 진영에 피해자가 많았는데 사마의는 제갈량만 만나면 쩔쩔 매면서 우왕좌왕 쫓겨 다니는 소인배가 되어 버렸다.

그렇지만 사마의만 피해자가 아니다. 사실은 소설에 의해 신격화된 제갈량이야말로 진짜 피해자다. 제갈량은 소설 속에서 적벽대전을 주도하고 화살 10만 개를 공짜로 얻어내고, 동남풍을 일으키며 조조의 백만대군을 불에 태워버린 신출귀몰한 병법의 천재로 나온다. 사마의에게 포위당하자 스스로 성문을 열고 거문고를 타서 사마의로하여금 병사를 물리게 했다는 적군 장수의 성격을 마치 손에 쥐고 있는 듯한 지혜의 화신이다.

그러나 이러한 병법에 대한 과도한 치장은 제갈량의 진짜 얼굴을 가리고 말았다. 우리가 제갈량을 통해 배워야 할 것은 병법이 아니다. 제갈량에게 주목해야 할 점은 유비 사후 제갈량이 촉한의 승상으로써 행했던 어질면서도 나라를 부국강병으로 이끈 정치력이다.

제갈량은 나라를 아무런 사심 없이 다스리면서 한나라 부활이라는 자신의 정치적 이상을 위해 일하면서, 동시에 경제적 부흥과 백성의 삶을 위해 애썼던 명재상이었다. 또한 한나라 부흥에 힘쓰면서도 유학에만 머물지 않고, 법가, 병가, 묵자 등 제자백가 사상을 두루 공부하고, 기술 개발에도 힘썼던 실용주의자였다.

그는 주어진 군대로 전쟁터에 나아가 소수의 군대로 대군을 물리치는 천재가 아니라, 잘 훈련된 정예병을 키우고, 군대를 부릴 수 있는 경제력을 갖춘 ‘국가’를 길러 내는 천재였다. 소설 삼국지는 왜 촉한의 백성들이 제갈량이 죽었을 때 그토록 슬퍼했는지, 그의 진정한 면모를 감춘 채 병법이라는 MSG를 과도하게 쳐버렸다. 우리는 제갈량을 우러러봐야 할 진정한 면모를 보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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