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성이 백수라는분께 낮술을 제안했다.
우리는 친한 사이가 아니었다.
한 화면에 안담길 정도로 긴 음식 이야기를 초면에 하고 나서 나는 그냥 @chocolate1st (이하 꽃잎선생님)님의 블로그에 방문을 안했다. ㅋㅋㅋㅋㅋ
근데 맘 넓으신 꽃잎 선생님께서 내 블로그에 먼저 와주셨다.
괜히 안찾아간 내가 옹졸하게 느껴져서 다시 꽃잎선생님의 블로그에 가서 가끔 글을 보고 댓글을 달았다.
근데 천성이 백수라니 친근함이 느껴져서 쏘오주 한잔하자는 나의 제안에 카톡 아이디를 알려주셨다.
그 뒤로는 뭐 카톡으로 장소와 메뉴를 정했다.
꽃잎선생님은 미식가 같아서 아무 메뉴나 막 던질 수가 없었다.
수요일 낮에 만나기로 하고 스팀잇을 보니 한국에 돌아 온 @springfield (이하 봄님) 이 생각났다.
꽃잎선생님과도 친한 듯 보여 같이 만나자고 꽃잎선생님께 꼬셔보라고 부추겼다. (간신배 스타일)
단톡방이 생기고 셋이 이야기 하는데 봄님은 지금 머리가 삼손이고 산발이라서 얼굴에 스타킹을 쓰고 나오신단다.
꽃잎선생님은 탈모라고 하셨다.
이런....
내가 제일 잘생겼잖아. 아.. 외모 1등이 되어버렸어.
삼손과 데릴라도 아니고 삼손과 대머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결국 봄님 꼬셔서 신도림으로 장소 옮기고 강촌닭갈비에서 만나기로 했다.
전날 밤을 새서 두시간 반 자고 낮술 마시러 가는데 또 머리는 못 말라고 김부각을 말려서 나갔다.
머리 못 말려서 나간다고 했는데... 말릴 머리 없는 꽃잎선생님께 미안해졌다.
10분 늦은 나는 신도림역에서 뛰어서 닭갈비집에 도착했다.
젠장...
그곳엔 대머리도 삼손도 없었다.
선남선녀가 있었다.
외모 1위는 물건너갔다.
나만 과체중이었다.
그럼 그렇지..
역시 스팀잇엔 엄살쟁이들만 있다.
어디가 삼손이고 어디가 대머리인가..
거기다 꽃잎선생님 머리는 풍성하고 볼륨감이 있었다.
차분하고 인상 좋고 어여쁘게 생긴 봄님
췟
자연스레 스팀잇 이야기로 넘어가는데
나 : 그 분 있잖아요.
봄님 : 아 저 그분 굉장히 좋아해요.
꽃잎선생님 : 그 분 아세요?
봄님 : 아 그분 진짜 좋아요.
어떤 아이디를 이야기 하여도 다 좋다는 봄님
정말 사랑스러운 캐리터였다.
그렇게 낯 가린다는 봄님께 술 몇잔에 다른분들 불러도 된다는 허락을 받아내고 마침 집에 계시던 @feyee95 (이하 미술관님) 께 연락하여 신도림으로 오시라고 했다.
강촌닭갈비의 시그니쳐 메뉴인 닭목살은 꽃잎선생님께서 불을 빼버리는 바람에 못 먹었지만 먹는 내내 즐거워서 목살 핑계로 다음에 또 만나도 되겠다 싶었다.

미술관님이 얼추 도착하실쯤 우린 도림상회로 갔다.
1인 1메뉴인데 가격이 비싸지 않았고 이것 저것 드시고 싶다는 외국인 봄님의 의견을 수렴하여 요것 조것 시켰다.
미술관님께서 등장하시고 외국인 봄님께서 어제 먹고 싶었지만 못 먹은 어묵탕까지 시켜 먹었다.
미술관님의 등장에도 나만 과체중.
제길. ㅋㅋㅋㅋ
사실 미술관님의 글을 보면 마른 사람의 글 같다는 느낌을 받아서 놀라지 않았다. ㅋㅋㅋㅋㅋㅋㅋ
미술관님이 등장하셔서 또 스팀잇의 여러 아이디 이야기가 나오고 봄님은 한결같이 모두를 사랑하셨다.
역시 셀럽이라며 우리는 외국인 봄님을 놀렸다.
스팀파워 이야기가 나왔는데.. 아.. 내가 제일 파워가 낮았다.
체중으로 하면 이길 자신 있는데.. ㅋㅋㅋㅋㅋㅋ
같이 시간을 보낸지 두시간이 넘었는데 오랜친구처럼 대화에 웃음이 끊기지 않았다.
아무래도 서로의 글을 아는 사이는 보통 사이와는 다른 것 같다.
내가 수틀리면 꽃잎선생님 글에 미투 운동 할꺼라고 조심하라고 농담을 하고,
한국말도 못하는데 허언증까지 있겠어요? 라고 외국인 봄님이 받아치고,
서로의 어떤 글에서 어떤 느낌을 받았고 그때 그랬다며 서로 공감하고
유쾌한 대화가 계속 이어졌다.
미술관님의 호칭에 대한 오해가 풀리고 (난독으로 혼자 동물원님이라 불렀음 ㅋㅋㅋ) 90년대 음악에 같이 흥얼거리고 어깨를 들썩이다 3차 하러 갔다.
이런 자리에선 레크리에이션이 빠지면 안되니까.
다트하러 갔는데 미술관님께서 진을 쏘셨다.
아. 얼마만에 진인가.
행복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한국 경기 보면서 한잔하고

우리도 편을 나눠서 다트를 하고 또 술을 먹고. 계속 술을 먹고...

집이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새벽 네시쯤 목이 말라 깼더니 집이었다.
휴대폰을 보니 잘 들어갔냐며 카톡이 몇개 와있다.
거실에 의문의 비닐봉지를 보니 다 녹은 아이스크림과 먹다 남긴 술병이 있다. (진이 남아서 싸왔나보다.. 행복하다. ㅋㅋㅋㅋㅋ)
그리고 그 옆에....
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맘스터치 싸이버거가 있다.
얘 또 술 먹고 햄버거 사왔네... 아놔 과체중. 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주머니에 만원이 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이스크림은 미술관님이 사주셨다고 한다. 만원은 외국인 봄님이 나 택시타고 가라고 주셨단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역시나 따뜻한 사람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럿이 만나는걸 안좋아해서 밋업을 적극적으로 참여하진 않지만 내가 좋아하는 글을 쓰는 사람을 실제로도 만나는 일은 즐거운 일이었다. 꼭 한번 만나고 싶은 여러 아이디들이 떠오른다. 그 분들도 언젠가 한번 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