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라기보다는 영화에 대해 생각나는대로 주절주절 쓰는 것이라 중간중간 내용 누설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영화 감상에 피해가 갈 정도의 과도한 누설은 최대한 피하고, 있더라도 미리 언급을 할테지만 기본적으로는 그냥 줄줄 쓸 것 같아요.
팔로우 (It Follows, 2016)
사실 좀 얼탱이 없는 공포영화입니다. 공포영화인데도 영화 내내 깜짝 놀라는 장면, 무서운 장면은 거의 없고, 뭐가 어떻게 됐는지 영화 안에서 전혀 설명을 안해줍니다.
저주에 걸리면 어떤 사람이 자신을 향해 계속 어디에서 밑도 끝도 없이 천천히 걸어오고 그 사람과 맞닥뜨리면 죽습니다. 저주를 풀 방법은 단 하나. 성관계를 해서 다른 사람에게 저주를 넘기는 것 뿐입니다.
참 기발하면서도 무슨 코미디 영화 같은 설정이죠. 하지만 상큼발랄한 하이틴 공포영화에서 쓰일만한 이 소재를 이 영화에서는 의외로 웃음기 쫙 빼고 굉장히 담담하고 묵직하게 풀어내갑니다.
저주에 걸린 이들을 향해 걸어오는 누군가가 역시 막 무섭지도 않습니다. 어떨 때는 할머니, 어떨 때는 아는 사람 그 형태는 그때그때 다르지만 좀비도 아니고 그냥 멀쩡한 사람이 천천히 걸어오는 거니까요. 너무 느려서 거리두고 그냥 걷기만 해도 피할 수는 있습니다. 그래서 쫓기는 스릴감조차 거의 없죠.
*그냥 계속 이렇게 걸어온다.*
그런데 이 영화의 무서운 점은 그 누군가가 영화 상영시간 내내 어디에선가 계속 걸어온다는 것입니다. 누군가가 나타날 것처럼 분위기를 잔뜩 잡아놓고도 아무것도 아닌 경우가 허다합니다. 심지어 아무것도 아닌 장면인데도 뭔가 있는 것처럼 일부러 360도로 화면을 빙 돌리기까지 합니다. 그런데도 어디선가 계속 걸어오고 있다는 점은 변함이 없죠. 사실상 어떤 장면에서든 그 누군가가 걸어올 수 있었습니다.
계속되는 무서운 장면에 점점 조금씩 면역이 되는 다른 공포영화들에 비해 이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별 자극도 없이 계속 걸어오기만 하다보니 무감각해지기보다는 영화 내내 아주 약한 강도의 서늘함이 잔잔하게 지속이 됩니다. 그걸 일부러 의도한듯 영화의 배경도 밤이 아니라 거의 환한 낮이에요.
그래서 공포영화만의 짜릿짜릿한 스릴을 원하는 분들에게는 정말 싱거운 영화일 수도 있겠습니다. 아주 무서운 장면의 강도를 10이라 치고, 4..4..4..10!!.7.5.4..4.. 이런 식으로 진행하는 게 아니라 5..5..5..5...5...5..5...5..5..5...5.. 그냥 이렇게 죽 흘러가기만 하니까요. (사실 5가 아니라 거의 3, 4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영화가 끝나고나면 정말 허무하기까지 할겁니다. 그래서 뭐 어쩌라고식으로 그냥 끝나버리니 저도 처음에는 영화 끝나고 좀 많이 당황스러웠거든요.
나중에 곱씹어보면 허무할 수도 있었던 마지막 엔딩은 이 영화의 스산함을 한층 높여줬지만, 그 직전 씬은 너무 직접적이라 이 영화를 괜찮게 봤던 저도 살짝 실망스러웠습니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다루는 공포의 방식이 참 독특하면서 좋았습니다. 느끼는 공포는 대놓고 다가오면서 정체를 전혀 알 수 없는 코스믹 호러의 느낌이면서, 그 근간은 뭔가 있는듯 없는듯 스릴러의 느낌이 강해요. 인터넷에서 본 평처럼 숟가락 살인마를 늘려놓은듯하기도 합니다.
*의외로 정교하게 잘 짠 소꿉친구들 설정. 전형적인 것 같으면서도 오묘하게 그들 사이의 시선, 관계를 잘 그려냈다.*
보통 공포영화에서 성관계를 가지면 죽음을 암시하는 복선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던 반면, 여기서는 성관계를 해야 다른 누군가에게 저주를 넘기고 살아남습니다. 이 설정이 단순히 기존 공포 영화에 대한 비틀기일 수도 있고, 청소년을 막 벗어난 등장인물들의 두려움을 나타낸 것일 수도 있겠네요.
다른 것 다 제쳐두고 근원을 알 수 없는 공포 그 자체에 대해 잘 다룬 영화입니다. 오락으로써의 공포보다는 공포에 집중한 공포영화라고 하면 딱 맞겠네요. 공포 영화를 많이 본 사람일수록 색다른 점 때문에 오히려 흥미롭게 보실 수 있을 것 같아요. 물론 그냥 봐도 재밌습니다. 자극적인 장면이 없어서 부담없이 공포를 느낄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