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밤

By @sadmt5/16/2018bu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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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렇게나 내 뱉어도 말이 되고
아무 데서나 뒹굴어도 가지런한 글로 살아난다
오늘은 시종일관 같은 음색으로
목탁처럼 일정한 간격으로
아침부터 두드리더니
늦은 밤
잠까지 쫓아내고
문밖을 들락거리게 했다
비 맞은 이파리는 통통하게 살이 올라 주름이 탱탱해졌다
비는 길가 은행나무에게 속삭여
성장의 자신감을 돋우어 주었고
자동차 바퀴 자국 위에 하루의 결실을 차분하게 써 내려갔다
물, 이 무기물의 무심한 순환은
온갖 살고자 하는 유기물의 성찬이며
오늘 밤 주리지 않을 만큼 내 방을 채우는 다정한 소리다
한 뼘 높아지려 아우성치던 담장 너머 야산
그 머리맡에서 후끈거리던 낮은 기와지붕
조금 멀리
야트막하게 내려다보이는 옛 미군 기지 안 외로운 가로등 몇 개
더 멀리
시커먼 병풍 같은 봉우리들까지
지루할 새 없이 뿌리고 식히고 어루만진다
누에에서 갓 뽑은 명주실 같은 이슬비
지지직 거리는 LP판 같은 정다운 빗소리
그만 쓸어내리고 잦아들어라

캔맥주가 왜 캔맥준 줄 알아?
"캔"하고 따지기 때문에 캔맥주야
병맥주는 "병"하고 따져서 병맥주냐
그럼 비타500은?
그건 "드링크"하고 따지니까 드링크제야
깡통은 "깡"하고 따지겠네

실없는 사색의 문답이 꼬리를 물어
창문을 닫아도 잠들 수 없는 밤
5월 12일 비오는 밤

때마침 오늘도 비 옵니다.
그래서 비옵니다. 주말엔 그쳐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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