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101] 대기업 그만두고 스타트업으로 가는 이유

By @saaai6/19/2017adventure

안녕하세요 사이입니다.

저는 곧 퇴사를 하고 스타트업으로 갑니다. 스타트업이라 하니 있어보이지만 사실상 언제 망할지 모르는 소기업 아니냐는 우려를 많이 받고 있어요. 그래서 스타트업 출근 전, 제가 '왜' 스타트업으로 가고 싶었는지, 스타트업에서 뭘 얻고 싶은지 함께 나눠보고자 합니다.

1.내 생명과 회사의 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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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다니는 회사엔 제가 믿고 따르는 선배가 한 분 계십니다. 이 선배는 스타트업을 창업하고 약 4년간 이끌다가 작년에 경력직으로 합류하신 분이에요. 저는 이 분을 보면서 젊었을 때의 3-4년 쌩고생(...)이 대기업에서 코치 받으며 자란 3-4년의 두, 세배 이상 하는구나 싶더라구요. 본인 직급 이상의 프로젝트를 단독 진행할 만큼 인정을 받고 계시거든요.

물론 저도 알고 있습니다. 회사가 큰다고 나도 같이 크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요. 하지만 이미 커져 있고 시스템도 상당히 갖춰진 회사 대비 내가 '나서서', '직접', '보조자가 아닌 담당자로' 하는 일이 많을 수록 '실무' 실력이 쑥쑥 자란다는 건 부정할 수 없어요. (관리 능력에 대한 건 일단 논외로!)

게다가 사람이 적다보니, 한 사람 한 사람의 움직임이 파급력을 지녀요. 지금 회사에서 제가 뭔가를 잘못한다면 저 대신 처리해줄 사람이 많아요. 과장님, 팀장님께 호되게 혼나겠지만 괜찮을 거거든요. 하지만 스타트업은 사람이 적습니다. 한 사람이 문화를 바꾸고 회사의 미래를 바꾸고 오늘도 바꿀 수 있어요. 그러니 작은 것 하나까지 더욱 '내 일'처럼 느껴지고 집중과 몰입이 가능하겠죠?

정리하자면 제가 기대하는 건 이거에요. 진짜 내가 하는, 일의 의미와 결과까지 내 삶과 연결되는, 몰입하고 투신하게 되는 내 일 + 이를 통한 회사와 나의 동반성장 경험

2.불안(정) 연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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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성공의 길이 대충 정해져 있죠. 중산층 이상 → 중고등학교 성적 - 좋은 대학 - 대기업 취직으로 이어지는 삶. 저는 충실하게 이 길을 걸어왔습니다. 부모님이나 누구의 뜻도 아니라 자체적인 사회화 및 가치 내재화로 말이죠(...)

항상 전 이런 사람들을 부러워해요. 시험기간이지만 케세라세라가 되는 친구들, 다 놓고 세계여행 가는 사람들, 창업하는 사람들(!!!) 등등. 전 지극히 반대에 있기 때문이죠. 시험기간이면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 공부 덜 한 게 마음에 걸려 잠이 아예 안 오고, 여행을 갈 땐 목적과 예산을 정확히 잡고 돌아온 후의 계획도 3개월치를 세워놓고, 창업보단 안정적인 직장에서 '차근차근 배우길' 선택하는.

그렇지만 이제 그렇게 안정적으로 굴러가는 세상은 없다는 걸 알아요. 저는 더이상 학생이 아니에요. 졸업하면서부터 학점 A+ 같은 명확한 기준은 사라져 버렸어요. 부모님이 살던 시대도 지나갔어요. 이제 어떤 대기업에 들어가도 정년 보장은 요원하고, 가만히 집을 끼고 있는다고 집값이 오르지 않아요. 경제 성장이나 예금,적금 금리가 디폴트로 10%를 찍는 시대도 다시 돌아오지 않아요. 언제 로봇이 내 일을 대체할지 모르고 10년 후 우리가 뭘 하면서 어떤 모양으로 살고 있을지도 잘 모르겠어요. 이전에 사회가 변화하는 속도가 10km/h 였다면 지금은 100km/h 쯤으로 느껴지거든요.

불안(정)을 견디는 연습이 정말 필요하다고 느낍니다. 불안(정)은 항상 나쁜 것, 없애야 하는 것이라 치부하고 확실성만을 추구했던 성격이 조금은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기대해요. 어차피 확실성은 이제 얻어지지 않잖아요. 이제 뭘 해야 행복하고 성공한 건지 기준도 명확하지 않은 걸요.

그래서 남들도 다 걱정하고 저도 걱정할 만큼 불과 6개월 후를 상상할 수 없는 환경 속에 스스로를 던져 강제로라도 불안(정)에 적응하고 뛰어 넘는 능력을 길러보려 합니다. 하면 또 잘 할거에요. 이전에도 강제 불안 상황일 때 오히려 더 강하고 행복했었거든요. 손에 뭔가를 꽉 쥐고 놓칠까봐 전전긍긍하는 것보다 아예 손에 아무것도 없는 게 덜 불안한 기분이랄까요?

조언 주신 분들 말씀 다 귀담아 듣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확신하고 있어요. 제가 진짜 실력과 불안을 견디는 힘을 얻게 된다면 진지하고 촘촘한 삶을 쌓는 데 한 발 더 디딘 상태일 거고 그것 만으로 충분 하다구요. 물론 결과가 좋으면 더더더더더더욱 좋겠지만요.
여러분의 도전과 선택과 버팀도 모두 응원합니다. 좋은 주말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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