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여행 에세이] 세계여행 떠나기 전 나의 이야기.

By @ronepv8/23/2017kr-travel

captor 1. 빚을지고 빛을 향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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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바람이 내 살결을 감싸 안았던 여름, 스물다섯 나의 여름은 누구보다 뜨겁고 아팠다. 남들보다 늦게 시작했던 대학 생활, 어쩌면 남들보다 취업준비에 신경 써야만 했던 나, 어느 회사를 준비할 것이냐를 물어보던 주변 사람들의 말을 떨쳐내고 나는 세계여행을 결심했다.

**“너는 꿈이 뭐야?”**
오빠의 물음에 망설임 없이 튀어나왔던 한마디
**“세계여행을 하고 싶어. 그런데 내가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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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참 단순한 사람이다.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고 늘 단순하게 사는 내가 세계여행이라는 이름 앞에서 망설이는 이유는 분명했다.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몇 천만 원의 학자금 대출, 아버지의 어려운 경제적 사정. 과연 내가 이것들을 떨쳐버리고 세계여행이라는 것을 떠날 수 있을까? 빚쟁이가 저 멀리 반짝이는 빛 속으로 뛰쳐나갈 수 있을까?

**“그러는 오빠는 꿈이 뭔데?”**
**“나도 세계여행이 꿈이야.”**
내 앞에 놓여있던 술잔에 쓰디쓴 소주를 가득 채워 몇 번을 반복해서 마셨다. 몇 분 동안의 침묵, 그리고 힘겹게 입을 때였다.
**“우리 이렇게 현실에 타협하면서 살다가는 평생 세계여행이라는 것 못할지도 몰라. 까짓거 하자. 세계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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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 나는 나의 미래를 상상했다. 이 넓은 세상 속에 아름답게 빛날 나를. 이 세상 어딘가에서 많은 것을 보고 성장해나갈 나를. 하지만 그것이 어쩌면 내가 만들어낸 환상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주변사람들은 나에게 취업준비는 잘되가냐는 질문을 했다. 나는 그 질문에 세계여행이라고 답했고. 그들은 나를 향해 수 많은 말들을 쏟아내었다.

**“가족 생각은 안 하니?”**
**“여행 다녀오면 너 나이가 스물여 덞이야. 회사에서는 나이든 여자 안 뽑아”**
**“현실을 즉시 해 이상과 타협하며 살지 마”**

흔들렸다. 나를 판단하고 내 인생을 조정하는 수많은 사람의 말 속에 나는 상처받고 작아졌다. 정신을 차리고 다시 한번 나를 바라보니 현실 속에 나는 정말 그들의 말처럼, 어둠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어린아이에 불과했다. 좌절스러웠다. 꿈을 꾸는 일이 어쩌면 나에게 허락되지 않는 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나를 괴롭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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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남들처럼 취업준비해서 돈을 버는 것이 가족을 위한일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머릿속을 스쳐지나가는 아빠의 얼굴, 새하얀 종이 속 내 이름 아래 고스란히 적혀있는 학자금대출. 자책감과 좌절감이 나를 괴롭혔다. 그렇게 나는 꼬박 두 달 동안 아파야만 했다. 두 달 동안의 열병을 앓고 정신차려보니 이 세상은 아직 나를 위해 빛날 준비가 되어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거울을 보며 내 스스로에게 말했다.

**“내 인생 조금 느려도, 남들처럼 살지 않아도 행복할 수 있는거 잖아. 내가 빚이 있고 가정형편이 안 좋다고 해서 모든 것을 포기할 필요는 없잖아. 나도 이제는 행복해도 되는거 잖아.”**

결심했다. 여행을 끝내고 다시 돌아와 백수가 되고 반듯한 직장을 갖지 못해도, 남들이 나를 이기적이라고하든, 이상적인 삶의 망상에 빠져 사는 아이라고 말할지라도. 풍족하게 돈을 쓰며 살지 못할지라도. 내 스스로에게 행복한 삶 살아줘서 고맙다고 말할 수 있는 인생을 살겠다고. 남들보다 조금 더 어렵고, 힘들지라도 그런 것쯤은 낙엽 위에 맺힌 작은 이슬정도로 여기며 가볍게 털어낼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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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나의 새로운 삶이 시작되었다. 학교수업이 끝나면 매일 저녁 레스토랑에 아르바이트를 하며 돈을 모았고, 졸업을 앞두기 전 마지막 학기에는 취업계를 내어 전시관에서 중국어 안내 일을 하며 열심히 돈을 벌었다. 오빠와 나는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했다. 돈을 아끼기 위해 데이트는 주로 시장에서 했고, 커피 값 아끼기 위해 카페도 가지 않았다. 물건 살 때 마다 두 손을 떨어야만 했다. 한창 꾸미고 싶은 나이에 나는 꾸미는 일을 버리고 언젠가 세상을 향해 떠날 나를 위해 악작같이 참아냈다. 그러던 어느 날, 가족에게 연락이 왔다.

**“민아야 혹시 돈 좀있니? 급하게 필요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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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여행 떠나기 삼 개월을 앞둔 상태였다. 이년동안 고생한 것 보상받을 일만 남았는데 갑자기 돈이 필요하다는 말에 나는 좌절했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었다. 그런데 나를 아프게 만든 가족이 밉지 않았다. 학창시절 유학생활 뒷바라지 하며 힘들게 버텨왔것을 아주 잘 알고 있었으니까. 외로웠던 그대들을 나는 단 한번도 제대로 위로해주지 못했으니까. 나에게 이런 이야기를 꺼내는 가족의 마음은 오죽할까. 여전히 힘든 시간을 보내는 당신이 나는 아프다.

방황했다. 겨우 노력해서 빛의 통로에 가까워 졌는데, 다시 깊은 우물 속으로 떨어진 기분이었다. 무기력증에 빠졌다. 하루하루 인내하며 보냈던 시간이 저 하늘위로 멀리 날아가 버리는 기분이었다. 이제 나는 뭘 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나에게 어울리지 않은 자리를 나는 지금까지 탐내왔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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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참히 부서지던 마음을 다시 원래상태로 되돌려 주었던 것은 오빠였다. 물 한 방울 못 먹고 허우적거리던 작은 새싹에 단비가 되어주던 것은 당신이었다. 당신은 내가 언젠가 아름다운 꽃으로 피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향기 가득한 꽃이 될 수 있다는 믿음과 희망을 안겨주었다. 덕분에 나는 다시금 이 세상 속에서 질긴 생명력을 가지고 하늘을 올려다 볼 수 있게 되었다.

나의 여름은 사막처럼 뜨겁고, 첫 이별처럼 아팠다. 세상으로 나가겠다는 의지를 흔드는 일이 수십 번 수백 번 반복되었던 시간들. 하지만 결국 나는 나를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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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5월12일, 나는 커다란 배낭하나를 매고, 마음의 짐을, 희망의 소리를 가지고 세상 밖으로 나왔다. 세상으로 도망치듯 뛰쳐나왔던 그날 나는 깨달았다. 이 세상은 나를 수없이도 흔들며 아프고 병들게 하지만, 눈물 날만큼 아픈 순간들은 꾹꾹 참아내면 이 세상은 결국 나를 이겨낼 수 없다는 것을.

**‘세상아 흔들어봐라 나는 흔들리지만 꺾이지 않을 것이다. 들판 속에서 춤추는 갈대처럼’**
**‘세상아 절망을 느끼게 해라 나는 절망의 호수 속에서 희망의 보석을 찾을 것이다.’**

사월愛 / @ronep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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