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푸른 보리밭 사잇길 지나 바다에 닿으면 절 하나 있어.
만경강 하류 고군산 열도를 바라보는 망해사.
극락전에 기대선 벚나무 이제 완연한 봄이라며 싹을 틔우네.
낙서전 앞 팽나무도 한치의 오차 없이 때 맞춰 싹을 내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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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시현금 갱무시절(卽時現今 更無時節) - 바로 지금, 다시 그 때란 없다.
오래 전 어느 선사가 세웠다는 전각 앞에서 일몰을 기다리는데
떨어진 꽃잎이 낙서 같은 문장을 바람 결에 휘갈기고 가네
- 지구상 생명체 중 오직 인간만이 지금(할 일)을 나중으로 미룬다네.
고백을 나중으로 미루고,
사랑을 나중으로 미루고,
행복을 나중으로 미루고,
여행을 나중으로 미루고,
배움을 나중으로 미루고,
깨달음을 나중으로 미루고......
미룰 수 없는 '제 삶의 일몰'이 언제인지 모른채.

저기 봄꽃 피고, 새싹이 돋고, 나비가 날고, 꿀벌이 잉잉거리고,
수백 수천 수억 만 개 청보리가
'바로 지금!'이라며 시퍼렇게 일어서는 4월의 만경들판,
그 끝에 절 하나 있지.
Written by @roadpheromo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