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사회에서 개인이 굶어 죽는 일은 거의 없다.
하지만 인류사 전체로 보면, 인간들의 거의 모든 사인은 '아사'였다.
누군가는 시스템을 극복하기 위해 '스스로 계속 생각하면 된다'고 말한다. 하지만 어느 때나 굶어 죽을 위험에 짓눌려 있었을 인간들이 생각하는 것에 계속 에너지를 쓸 수 있었을까?
**인간은 계속 생각하도록 진화할 수 있었을까?**
'서울대 A+의 조건'을 보면
서울대 학생들과 미시간대 학생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서울대에서 학점을 잘 받으려면, 생각하면 안 되고 요점 정리를 하면 안 된다. 교수님의 말을 앵무새처럼 그대로 받아 적는 학생들이 A학점을 받고 비판적이고 창의적인 답변을 하는 학생들은 C학점을 받는다.
미시간대에서 학점을 잘 받으려면, 자기 생각이 있어야 한다.
교수님의 말을 앵무새처럼 그대로 받아 적는 학생들은 C학점을 받고
비판적이고 창의적인 답변을 하는 학생들이 A학점을 받는다.
사회에서 인정하는 최고의 인재들도 시스템을 뛰어넘지 못하고 속박 당한다. 비판적이고 창의적이었던 서울대 학생이 낮은 학점에 고통스러워하고, 내 생각을 버리고 그대로 받아 적는 학생이 되기 위해 노력한다.
**우리나라 학생들의 비판적 사고와 창의력이 부족한 것은
개인의 노력이 부족한 것인가, 사회 시스템이 부족한 것인가?**
독일은 장기기증에 동의한 운전면허 소지자의 비율이 10% 내외인데,
오스트리아는 90%를 웃돈다.
이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독일과 오스트리아는 인접 국가일 뿐만 아니라 게르만 민족이라는 동질성이 있고 한때 통합되어 같은 국가였을 정도로 밀접한 관계에 있다.
그런데 이러한 차이가 개인이 가지고 있는 인식이나 인성,
즉, '국민성'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을까?
연구 결과, 이것은 운전면허를 발급받는
시스템의 차이에서 기인한 것으로 밝혀졌다.
독일은 장기기증을 원하는 사람이 따로 동의서를 작성해야 하지만
오스트리아는 원하지 않는 사람이 거부 의사를 밝혀야 한다.
기증자가 생전에 장기기증 의사를 밝혔을 때만 장기기증을 진행할 수 있는 **옵트인(Opt-in)** 시스템의 독일, 덴마크, 네덜란드, 영국 등의 나라와 기증자가 생전에 장기기증 거부 의사를 밝히지 않은 모든 국민을 장기기증 대상자로 정하는 **옵트아웃(Opt-out)** 시스템의 오스트리아, 벨기에, 프랑스, 아르헨티나 등의 나라는
개인이 가지고 있는 인식이나 인성이 아니라
**시스템 때문에 장기기증 동의자의 비율에서 큰 차이가 나는 것이다.**
유방은 농민 출신이지만 황제가 되었다.
우리는 이런 사람들을 영웅이라고 하거나 천재라고 부른다.
누군가는 유방을 가리키며 말한다.
*"신분을 탓하기 전에 너의 노력이 얼마나 부족한지를 생각해라"*
**하지만 모든 사람이 영웅이나 천재일 수는 없다.
그래서 대부분의 보통 사람들에게 이 말은 폭력일 뿐이다.**
개인은 시스템의 속박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러므로 우리는 시스템의 옳음을 먼저 따져야 한다.
노력 탓은 그다음으로, 정당한 시스템 속에서 따져볼 문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