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각의 가치
생각의 가치, 스팀잇의 첫 화면에 뜨는 말입니다. 저는 이 말이 매우 마음에 듭니다. 저는 이 말이 스팀잇을 가장 잘 표현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오십만원짜리 단기 알바를 알아본 일이 있었습니다. 잡코리아와 알바몬을 뒤져 보았습니다. 택배 상하차 알바, 백화점 판촉 행사 알바, 포토샵 누끼 알바, 인형탈 알바가 있었습니다. 사람의 한 시간 가격은 대부분 육천 오백원이었습니다. 그보다 보수가 높고 쉽게 구할 수 있는 일 중 하나는 콜센터에서 빚 독촉을 하는 일이었습니다.
저는 제가 잘 하는 일을 알고 있었습니다. 세상을 읽어내고 사람들에게 쉽게 전달하는 일, 글을 쓰는 일이었습니다. 저는 제가 콜센터에서 빚 독촉을 하는 데 저 자신을 사용하는 것보다 사람들에게 유용한 읽을거리를 생산하는 데 쓰는 것이 세상에 더 나은 기여를 하는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현실에서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당장에 필요한 오십만원을 해결려면 글쓰기가 아닌 다른 알바를 선택해야 합니다.
저는 생각에 빠졌습니다. 글을 써서 공유하면 돈이 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콜센터에서 대출 권유 전화를 걸거나 빚 독촉을 하는 일은 돈을 법니다. 이 세상에서는 사람들에게 생각을 선물하는 일이 아니라 사람들의 시간을 빼앗는 일에 돈을 줍니다. 이 세상에서 돈을 보상하는 것은 하는 일의 가치대로 보상하는 것이 아님은 분명합니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낡은 유토피아의 약속

오늘날 많은 이들은 광고를 생산하여 먹고 산다. illust by polonius79 CC BY 2.0
사람들을 즐겁게 해 주는 영상을 만들면 돈이 안 되지만 광고를 만들면 훨씬 많은 돈을 법니다. 의사들은 아픈 사람을 치료하는 일보다 멀쩡한 얼굴을 고치는 일로 더 많은 돈을 법니다. 언론이 숨막히는 뒤태를 찍으면 돈을 벌지만 힘없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내는 것은 돈을 벌기 어렵습니다. 학문을 연구하는 일은 돈이 안 되지만 기업에게 좋은 이야기를 해 주는 연구는 돈을 법니다. 돈을 받지 않고 쓰는 리뷰는 돈을 받고 쓰는 리뷰보다 정보로써의 가치가 더 있지만, 돈을 벌어주는 것은 후자입니다. 이 세계에서는 돈을 가진 사람에게 더 많은 돈을 돌려주는 일들이 높은 보상을 받고, 그 반대의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이것이 이 세계의 인센티브 체계입니다. 풍요의 창출에 기여한 사람이 보상을 받는 게 아니라, 자본의 이윤 창출에 기여하는 일이 보상을 받습니다.
그렇다면 더 깊은 고민을 위해 이런 질문을 던져볼 수 있습니다. 왜 우리가 속한 사회는 기업의 이윤 창출에 기여하는 일에만 보상을 주도록 약속했는가, 하는 질문입니다. 왜 우리가 그런 사회계약 방식을 선택했는가, 하는 것입니다. 그것은 애초에 자본의 이윤 창출이 실제로 풍요를 생산하는 것과 동일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투자자들이 투자를 하면 신발과 가방과 TV와 배와 자동차가 만들어졌습니다. 일자리가 생겨났고 각종 편리한 서비스가 생겨났습니다. 모두가 풍요를 창출하는 데 기여했습니다.
하지만 너무 많은 풍요가 생산되었습니다. 지금 이 세상에서 사람들은 빚 때문에 죽지 굶어서 죽지는 않습니다. 먹을 것을 ‘살 수 없어서’ 죽지 먹을 것이 ‘없어서’ 죽지는 않습니다.
오늘날의 함정은 너무 많은 풍요가 생산된 이후로 많은 사람들이 더 이상 풍요를 생산하는 일에 종사하지 않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가치나 풍요보다 광고를 더 많이 생산했고 생산물을 전달하는 중개자들은 전달의 권력을 이용하여 생산자보다 더 많은 돈을 벌었습니다. 돈을 더 많은 돈으로 불려 주는 일은 풍요를 생산하는 일보다 더 많은 돈을 벌게 되었습니다.
수요를 찾지 못한 채 생산되는 것들은 너무 많습니다. 가치를 파괴하지만 돈을 버는 일들은 너무 많습니다.1 대출 권유, 경쟁을 위한 광고, 부자들의 탈세를 위한 업무와 같은 일은 높은 보상을 받습니다. 똑똑한 수학자들은 갚지 못할 대출을 상품으로 파는 일에 종사했고,2 똑똑한 심리학자들은 중독성을 설계하는 일을 하러 갔습니다.3 가난한 나라의 아이들을 돕거나 환경 운동을 하는 일은 비싼 보상을 받아서는 안 되지만 폭력적인 비디오 게임을 팔면 벤츠를 타고 다녀도 존경을 받습니다.4
이 세상에서 그 어떤 것도 돈으로 팔지 못하면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암호화폐, 그게 뭔가요 먹는 건가요

폴로니우스 씨는 비트코인으로 번 돈으로 친구와 초밥을 사먹었다. illust by polonius79 CC BY 2.0
지인으로부터 비트코인에 투자해보라는 권유를 받았습니다. 십만원을 넣어 보았습니다. 살짝 들어갔다가 투기장 한복판에 있는 기분이 들어 화들짝 놀라 얼른 빠져 나왔습니다. 제가 느낀 기분은 그것이었습니다. “여긴 어디 난 누구”
십만원을 넣어 이만원을 벌었습니다. 이만원으로 초밥을 사먹으면서 도대체 누구의 돈이 내가 초밥을 사먹게 했는지를 곰곰히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내가 왜 이걸 사야 했는지 곰곰히 생각해 보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그 지인에게 이야기했습니다.
“제가 처음으로 사 본 주식은 카카오입니다. 무료 메신저, 무료 콜택시처럼 저는 카카오가 사회적 풍요를 생산하고 있다고 생각했기에 주식을 구매했습니다. 만약 제가 이 주식을 사면 이것이 카카오 직원들의 월급으로 가서 우리가 사용하는 서비스들을 만들고 개선하는 데 쓰이겠지요. 저는 매일 카카오톡을 이용하고 있기 때문에 카카오톡 일년치 사용료라고 생각하면, 그리고 이것이 생산자들에게 지불된다고 생각하면 투자가 아깝지 않습니다.
그런데 제가 비트코인을 사면 내가 이것을 사는 것이 어떤 의미이고 무엇에 투자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공짜로 초밥을 사먹게 해준 것 외에 어떤 가치가 있죠.”
그리고 이것이 내가 비트코인 상승장의 허리에서(ㅠㅠ) 매도한 이유라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러자 그 분은 눈을 반짝이면서 내게 이야기했습니다.
“ICO를 하고 있는 수 많은 프로젝트들을 한번 둘러보세요. 님이 생각하시는 그 메신저와 같은 서비스가 존재할 수 있습니다. 미래를 가진 가치 있는 서비스들이 있을 수 있어요.”
비트코인과 블록체인에 관해 몇 번씩 강의를 듣고 스터디를 해도 코인이 뭔지 이해할 수가 없었지만, 어쩐지 그 분의 단호한 설득은 제 마음을 움직였습니다.
투기장 그 너머

에이다, 스트라티스, 어거, 파워렛저...필자가 알트코인들을 보았을 때 첫인상은 이런 것이었다. illust by polonius79 CC BY 2.0
코인마켓캡에 들어가 보니 그곳엔 추억의 일본 로봇 만화의 외계인이나 스타크래프트 종족 이름 같은 코인들이 수백 개 있었습니다. 그중 수십 개의 코인들의 정보를 일일이 찾아보았습니다.
처음으로 투기장 그 너머를 들여다보게 되었습니다. 재미있었습니다. 그곳엔 젊은 자본가들과 혁명가가 있었고 반체제 운동가들과 무정부주의자들과 괴짜 개발자들이 새로운 시스템을 실험하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암호화폐를 이용하여 투기를 했지만 개발자와 혁명가들은 암호화폐를 이용하여 사회 계약의 코드를 고쳐 쓰고 있었습니다. 어쩌면 암호화폐가 내가 가진 원화를 더 많은 원화로 벌어다 주는 그 이상의 가치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처음으로 들었습니다.
그리고 스팀을 발견했습니다.
스팀잇을 사용해 보고 나서 암호화폐를 조금은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스팀잇이 암호화폐의 유일한 정답이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문제는 시스템이야, 바보야
스팀잇을 주변 사람들에게 권유했을 때 보통의 사람들이 의심부터 가졌지만 가난한 예술가들과 콘텐츠 창작자들은 훨씬 수용이 빨랐습니다. 그들은 우리가 발을 딛고 있는 이 시스템이 그들의 콘텐츠에 보상하기에 얼마나 기형적인 구조인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어째서 기존의 경제 시스템에서는 결코 돈이 될 수 없었던 것이 보상을 받을 수 있게 되었을까? 저는 이것이 자체 토큰을 자산으로 갖고 있는 생태계가 생산과 분배의 시스템을 새로 설계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만약에 디지털 재화를 생산하는 사람들이 암호화폐 생태계 안에서만 돈을 벌 수 있다면, 그것은 이 시스템이 다단계이거나 요술을 부려서가 아니라, 인위적으로 희소성을 만들어야 하는 경제인 자본주의가 디지털 콘텐츠의 물리적 성질과 전혀 맞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다만 우리의 생산물이 그것에 걸맞는 시스템을 만난 것 뿐입니다.
당신이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있는데 그것이 돈이 안 된다면 당신이 돈을 벌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지금의 시스템이 그것에 걸맞지 않은 시스템이기 때문입니다.
만약 지금의 자본주의 시스템이 어딘가 심각하게 고장나 있고 오늘날의 가치 생산을 감당하기에 너무 낡았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암호화폐 생태계의 진짜 쓸모를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한번 이렇게 생각해 봅시다.
자본주의는 기업의 이윤 창출에 기여하는 일이 높은 보상을 받도록 ‘설계’되어 있다.
토큰 생태계는 생태계 가치 창출에 기여하는 일이 보상을 받도록 '설계의 코드' 를 바꿀 수 있다.
다음 글 - ["부의 독식에 반기를 들다 - 암호화폐에 숨겨진 진짜 가치(2)"](https://steemit.com/kr/@polonius79/2)
1. 영국의 New Economics Foundation 재단에서는 여섯 개의 직업이 만들어내는 사회 경제적 가치를 수치화한보고서를 공개했다. 이들은 사회적 가치를 파괴하는 일들이 너무 높은 보수를 받고 있으며, 가치를 생산하는 일들이 턱없이 낮은 보수를 받고 있음을 지적했다. 이들이 분석한 직업은 씨티은행 투자자, 광고 마케터, 특수한 목적을 위해 고용된 세무사, 병원 청소노동자, 어린이 돌보미, 재활용센터 노동자이며, 이들의 보수가 창출하는 가치를 경제적 수치로 환산하였다. from: New Economics Foundation(2009) ’A Bit Rich’ 번역/ 요약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키운 원인 중 하나로 지목받고 있는 복잡한 파생상품 설계에 많은 수학자들이 동원되었다. 참고: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 (2014,부키)
뉴욕대 사회심리학 박사인 애덤 알터(Adam Alter) 는 '저항할 수 없는 (Irresistible /2017)' 이라는 책에서, 오늘날 디지털 기업들이 ‘중독성을 설계’ 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참고글: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키운 원인 중 하나로 지목받고 있는 복잡한 파생상품 설계에 많은 수학자들이 동원되었다. 참고: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 (2014,부키)
뉴욕대 사회심리학 박사인 애덤 알터(Adam Alter) 는 '저항할 수 없는 (Irresistible /2017)' 이라는 책에서, 오늘날 디지털 기업들이 ‘중독성을 설계’ 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참고글:
박상현, “설계된 중독: ‘와우’는 어떻게 세계를 정복했나”
- 비영리 펀드레이징 전문가인 댄 필로타 Dan Pallotta 는 “우리가 기부를 대하는 방식은 틀렸다” The way we think about charity is dead wrong 라는 테드 강연에서, “사람들은 사회적 서비스를 장려하기 위해 지불하는 비용들을 싫어한다. 만약 당신이 5천만 달러를 벌기 위해 폭력적인 비디오 게임을 팔고자 하면 당신은 와이어드지에 실릴 것이다. 하지만 50만 달러를 벌어 말라리아에 걸린 아이들을 치료하고자 하면 당신은 죄책감을 가질 것이다.” 라며 제3섹터에서 일을 하는 사람들이 높은 보수를 받는 것에 대한 사회적 거부감을 역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