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나무. 공포?

By @ohnamu3/12/2018kr

작년 2월쯤일꺼다.
새로 이사 갈 집의 인테리어를 위해 을지로가의 조명집을 찾았다.
내가 마음에 두었던 조명을 사고 싶었지만 문 닫을 시간이 다 되었다며 구경도 할 수 없다고 해서 그냥 나왔다. 다른 집의 조명을 볼까 하고 몇걸을 걸어 가고 있었다.

사거리 지하철역이 있는 모퉁이를 돌아 걷고 있는데
대로변 가게에서 어떤 남자분이 나와 바지를 내리고 거하게 오줌을 발사했다.
정말 지나가는 사람들과 차들 모두를 향해 발사다. 발사가 맞다.

너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감히 예측할 수 없었다.
너무 놀라 온몸이 얼어붙었지만 의지할 무언가가 필요해서 눈을 돌리니 내 앞에 노부부가 걸어간다. '에구머니~에구구' 할머니의 작은 소리가 들렸고 난 최대한 노 부부의 뒷모습만 보면서 지하철역으로 향했다. 계단을 내려가는 그 길이 너무 힘들었다. 온몸에 엄청난 전기가 흐르는 것 같았고 현기증이 나는 것 같았다.
조금이라도 마음의 여유가 있었다면 커피라도 한잔하고 물이라도 마셔서 진정을 했겠지만 그 순간은 심신이 마비된 것 같았다. 그렇게 지하철을 타고 놀라 붙은 채로 멍한이 있다가 갈아타는 역도 놓쳐 버렸다.

시간이 조금 흘러 정신을 추스르며 생각했다.

"미친 거 아냐? 정말 미친거지? "
"어떻게 이럴 수 있어?" 미친거야!"

그래 정말 미친 사람일 꺼다.
그런데 미친 게 아니라 그냥 아무렇지 않게 대로변에 오줌을 눈 거라면..
그렇고 나서 알았다. 내가 얼어붙고 감전된 것 같고 작은 생각도 하기 어려운 그 상태가 "공포" 구나 하고..

영화에서 나오는 나이트메어, 귀신이야기 이런 것도 뭐 그럴 수는 있겠지만
내가 느낀 공포는 내가 예측하거나 이해하거나 대응할 수 없는 나와는 전혀 다른 상식인 것 같다.

글을 쓰면서도 내가 잘 표현하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지만..

나와 전혀 다른 상식과 행동,, 그 생소함과 낯설음은 공포다!

시간이 조금 더 흘러서 그 사람은 왜 그랬을까? 하고 생각도 해보았다.
화장실이 급한데 너무 멀어서 그랬을까?
그랬다면 차라리 바지에 실례를 했거나 아니면 사람들 정면에 발사를 하지 않았을 꺼다.
그럼 뭐지? 어떤 점쟁이가 액땜하는 방법으로 대로변에 오줌 발사를 알려준껄까? 그것도 아니면 개인적인 분노로 인해 화를 발산하는 방법으로 택한걸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해가 되지 않고,
그 당시를 생각하면 지금도 머리가 아찔하다.
내 앞을 지나가는 노부부가 없었다면 난 그 자리에 계속 서서 있었을까?
아니면 얼어붙어 서 있다가 그 오줌을 맞았을까?

지금 딱 떠오르는 생각은 노상방뇨! 이건 경범죄 아닌가?
휴우..

난 그 길이 어딘지 아니까 그 길은 밟지 않을꺼다.
아직도 공포의 잔재가 남아있으니까.
공포는 정말 별다른게 아니었다. 나와 다른 상식이었다!

월요일 아침부터 이게 무슨 생각이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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