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그리는 직장인의 그림일기(1)

By @ochae87281/20/2018painting

초등학교 5학년 때였다.

갑자기 미술선생님이 부모님을 학교에 모시고 오라고 했다.
나름 모범생으로 반장도 하고 부반장도 해봤지만,
오늘은 운동회도 아니고 학부모 참관수업도 아닌데 대체 왜-

아직도 선명히 기억난다. 엄마가 긴장한 듯 학교에 오셨던 그날.
그리고 선생님은 나와 엄마를 나란히 앉혀 놓고 이렇게 말씀하셨다.

"이 아이는 미술을 하는게 좋겠습니다."

"네? 미술이요?"

"네, 제가 그 동안 유심히 지켜봤는데... 꼭 한번 직접 가르쳐보고 싶습니다."

"아, 선생님 너무 감사한 말씀입니다만 우리 아이는 공부로 컸으면 해요. 미술해서 직업 구하기도 쉽지 않을테구요."

"어머님, 그래도 진지하게 한번 고민해 보시고 말씀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 이후의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결국 나는 엄마의 바램?대로 공부를 했고,
무난하게 대학을 가고, 무난하게 취업을 했다.

그리고 어느 덧 9년차 직장인.

서울 올림픽 때 태어났고 IMF를 겪었으며
2002년과 2017년엔 광화문 한복판에 있었다.

대한민국이란 국가가 (마치 작금의 비트코인처럼 연일 고점과 저점을 고가는)
롤러코스터를 타는 그 한복판에서 자라온 나는
감히 내가 하고 싶은 걸, 내 방식대로, 내 마음대로 할 수 없었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잘하고, 무엇을 원하는지
매순간 느꼈지만, 그것만을 붙잡을 용기는 없었다.

그래서 나는 이제야
나만의 방식으로 붓을 든다.

따스한 햇볕이 드는 주말 오후,
호미화방에서 만 몇천원 주고 산 붓과
입문용이라는 수채화 물감과
그래도 스케치북은 전문가용을 폼나게 사가지고
그림을 그린다.

이렇게 나는 그림 그리는 직장인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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