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상 사진가 레아의
자신의 필명과 동명인 딸 레아와
막내 레나의 사진을 담은<굿모닝 레나>
2014. 08. 11 알비 출판

레나를 안고, 레아의 손을 잡고.
차곡차곡, 그녀들의 '우리 아빠'
90p
예전에는 한없이 부럽기만 하고,
또 한 켠으론 상실감으로 다가왔을.
누군가의 멋진 아빠.
이제는 나에게
훗날 내 옆을 지켜줬으면 하는 어떤 이의 모습으로 자리잡는다는 것이.
나도 나이가 들어버렸나 싶었던 순간.

우리는 마음껏 사랑해주고
원할 때마다 안아주는 마음씨 좋은 엄마, 아빠지만
사실 우리의 인생을 아이에게 전부 쏟아 붓지는 않는다.
주말이면 바다와 공원과 전시회를 찾지만,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장소 (키즈카페 같은) 는
5년간 단 두 번 가보았고
"금방 크는 아이들에게 비싸고 좋은 것이 무슨 소용이니" 하는 남편 덕에
나는 아이들보다 더 좋은 신발과 옷을 선물받는다.
조금은 소심한 내게 아이들보다는
'우리 부부'가 우선인 남편의 결정과 선택은
늘 나를 엄마로, 여자로, 인간으로 조금 더 당당하게 설 수 있도록 해준다.
부모가 자신을 위해서만 살지 않는 지금의 삶으로도
충분히 만족해하는 레아와 레나 역시 예쁘고 대견하다.
96p
요즘, 가지지도 않은 가정과
낳지도 않은 내 아이에 대한 고민이 늘어간다.
나는 어떤 사람이, 어떤 엄마가, 어떤 반려자가 될 수 있을까
생각들이 잘근 꼬리를 문다.
그러면서 동시에 따라오는 생각은
나는 그들에게 어떤 딸일까.
아직 있지도 않은 내 자식의 인생은
벌써부터 자식 본인에게 맡겨 두었으면서도
내 옆에 있는 부모님의 인생 역시 오롯이 당신들만의 것이라는 건
자꾸.
잊어버리고 만다.

환하게 웃는 레나의 사진.
난 언제부터 카메라 앞에서 자연스레 웃지 못하는 사람이 되었을까?
호탕하게 웃다가도
유리창에 스민 내 웃는 얼굴과 마주치기라도 하면
금세 웃음이 가셔버리고 마는
그런 사람이 되어버린 것일까.

외로운 꽃, 외로운 바다와 외로웠던 청춘의 단면만을 찍던 사진기도
이젠 ISO나 조리개 수치로 안절부절못하지 않고 느긋하게 나의 아이'들'을 담아내고,
만들어지는 이야기들은 사소하지만 어느 것 하나 아름답지 아니한 것이 없다 는 레아씨의 말처럼
역시 가장 아름다운 사진은 피사체에 대한 마음에서 나온다는
뻔한 말을 다시 한 번 되새겨본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