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러 치앙마이 #23 : 빠이에서 스쿠터 라이딩을 성공했다.

By @nomadcanna8/24/2018kr-digitalnomad



시퀀스 01_4.gif



- 하루 전 날

몇 번의 연습을 하고는 애들과 함께 우르르 스쿠터를 빌리러 갔다.

빠이 시내에는 스쿠터 렌트샵이 꽤나 줄지어 있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아야 서비스(AYA Service)로 이동했다. 약간의 떨리는 마음으로 미영이와 남정이의 도움을 받으며 신중하게 선택했다. 계약서를 쓰려고 주섬주섬 거리고 있는데 매니저가 생각지 못한 말을 한다.

“저 뒤에 가서 스쿠터를 타볼 거야.”

‘어… 연습을 도와주는 건가?’

빠이에서는 스쿠터를 렌트할 때 가르쳐주는 곳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서 좋다구나 하고 따라갔다. 스쿠터를 타고 꽤나 먼 곳까지 이동했고 도착한 곳에는 수풀 사이에 동그라미 형태로 길이 만들어져 있었다. 잘 닦여진 길이 아니라 흙과 돌멩이가 뒤섞여 있고 스쿠터 한대만이 지나갈 수 있는 아주 좁은 길이었다.

시동 켜는 방법을 알려줬고 연습한 대로 운전을 했다. 코너에서 어설프게 돌 때마다 딱딱한 어조로 다시, 다시라고 하길래 약간 느낌이 쌔했다. 설마 가르쳐주는 게 아니라 테스트인 걸까?

‘이봐, 끝났어. 이제 돌아갈 거야. 그리고 너는 스쿠터를 렌트할 수 없어.’

‘스쿠터를 렌트할 수 없다고? 테스트를 잘 못해서 그런 거야? 절대 빌려줄 수 없어? 다시 한번 해볼게.’

‘아니야. 넌 아직 준비가 안되었고 빌려줄 수 없어.’

테스트를 하면서 렌트를 해준다는 이야기는 금시초문이었다. 쉽게 빌릴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이렇게 깐깐할 줄이야.

알고보니 내가 렌트를 하기 바로 직전에 한국인이 반납을 했는데 스쿠터가 부서진 상태였던 것이다. 그래서 한국인들은 따로 테스트를 한 후에 빌려주기로 했단다. 단언컨대 테스트는 나로 시작해서 나로 끝났을 것 같다. 반납한 한국인은 며칠 전 숙소에서 연습하고 있을 때 미영이와 내 앞에서 사고가 났던 부부의 오토바이였다.

스쿠터 렌트는 결국 실패했다.



그리고 오늘

다시 한번 렌트를 도전하기로 했다.

아야 서비스 근처에 있는 다른 스쿠터 샵에서 빌렸는데 허무할 정도로 쉽게 렌트를 했다.

‘언니, 먼저 천천히 달릴 테니 따라와요~’

대답을 했는지 안 했는지도 모를 만큼 상당히 긴장을 했다.

사람들이 많이 걷는 거리였기에 그 사이를 달리는 것이 쉽지가 않았다. 기어가다 발을 짚고, 기어가다 발을 짚고를 반복하는데 잠깐 정신을 놨던 걸까?

[부웅-]

아주 짧은 거리이긴 했지만 앞으로 튀어 나갔다.

‘헉!’

다행히도 사람들 사이가 아니라 옆 공터의 스쿠터가 모여 있는 곳으로 돌진했는데 부딪히기 전에 멈췄다. 등에서 땀이 주르륵 흐르는 듯했고 얼굴은 새하애진 느낌이다. 넘어지진 않았는데 운동화 한 짝이 저 멀리 날아가 있었다.

약간의 웅성거림에 돌아보니 사람들이 쳐다보고 있었다. 아픈 걸 떠나서 쪽팔려서 죽는 줄 알았다.

앞에 가던 미영이와 소현이는 이 상황을 알지 못했다. 뒤늦게서야 내가 보이질 않으니 저 멀리서 기웃거리는 게 보인다. 스쿠터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괜찮냐고 물어보기에 덤덤하게 괜찮다고 얘기를 했다. 잠시 심호흡을 하며 다시 스쿠터에 올라탔다. 스쿠터를 내가 탄 건지, 내가 스쿠터를 끌고 가는지 모르는 느낌으로 가고 있는데 미영이가 괜찮냐고 물어본다.

‘조금 달려보고 안되면 나는 반납을 할게.’

시내를 조금 벗어나자 흔들리던 핸들이 안정을 찾았다.

그리고 마음의 안정도 찾았다.

‘이걸 타고는 있는데, 치앙마이에 가서 탈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왓 프라탓 매옌 (Wat Pra That Mae Yen)에 도착했다.

계단에 앉아 멍하니 하늘을 구경했다.

가슴이 아직도 벌렁거리는 것 같다.

digitalnomad_pai3.jpg

왓 프라탓 매옌의 정상에서 백색 불상과 함께, 빠이 마을을 배경으로 한 일몰을 구경할 수 있다.




anna_thumb2.gif 일하러 치앙마이 #23 line_pencil.png
디지털 노마드, 한달살기 여행가 에세이
2016년 11월 9일


🇹🇭 치앙마이 한달살기 (2016)


Creator 애나 : 세계 도시별 생활살이를 하고 있는 디지털 노마드. 한국을 포함하여 세계에 있는 도시에서 1~3개월 정도 머무르며 일과 여행을 병행하고 있다. 한국의 디지털 노마드 커뮤니티 우리는 디지털노마드다 페이스북 그룹을 운영 중이며, 비정기적으로 디지털노마드 콘텐츠/프로젝트를 크리에이팅하고 있다.

38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