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은 글을 연달이 두개 올리게 됩니다. 원래는 아래 글에서 검은 백조와 함께 다루려 했으나,
서로의 시나리오가 너무 상보적이라, 이렇게 빼는것이 맞다고 판단했습니다.
2010년, 11월 11일. G20 정상회담과 빼빼로 데이에 묻혀서 대중들에겐 크게 알려지진 않았지만,
이날은 한국 금융사에 기록될 정도의 대악재가 일어난 일이었습니다. 소위 '11/11 옵션 쇼크'로 알려진 날이죠.
시퍼런게 푹 꽂힌게 보기만 해도 무섭습니다.
이날 이 참사가 발생한 원인은, 도이체방크의 2조 3천억짜리 대규모 폭탄투하였었는데요. "숏 포지션에 몰빵한 뒤 현물을 죄다 털어내자"라는 작전으로 당시 상승세를 이어가던 코스피 200을 타겟으로 잡게 됩니다. 풋 대량 매수, 콜 대량 청산으로 프로그램 물량이 미친듯 쏟아져나오며, 마감동시호가라는 당시 시스템은 이걸 전부 받아들이게 됩니다.
당일 코스피는 1963 포인트 정도에서 등락을, 코스피 200은 254 포인트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었는데 순식간에 1914, 247로 폭삭 주저앉으며 국내 시총 28조 8천억이 그야말로 증발해버리게 됩니다.
제가 왜 이 이야기를 언급하는지, 이제 조금은 감이 잡히는 분도 계실겁니다.
바로 BTC가 갖는 (선물 시장에 상장될 경우 BTC 선물이 가질) "강한 유동성" 때문이죠.
엄밀히 말해서는 화폐 가치에 대한 상대적 유동성이라 하겠습니다.
그제 미국 거래소들에서 발생한 급락 후 이어진 연쇄적 마진 콜 사태처럼, 이런 일이 또 일어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습니다. 무시무시한건, 이런 경우에도 숏 포지션에 건 사람들은 돈을 번다는거죠.
현재 BTC의 대량 보유자는 누가 뭐라 해도 두 세력입니다. 그리고 두 국가죠.
바로 우 지한, 로저 비어를 위시한 BCH측과 나카모토 사토시(?)를 위시한 비트코인 코어 세력입니다.
그리고 꾸준히 채굴해서 내다팔던 중국과, 최근 급격히 거래가 늘어난 일본입니다.
BTC 빅 마켓으로 넘어가면 BTC가, 아니 모든 옵션거래가, 가진 가장 큰 리스크는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집중된 빅 플레이어가 쇼크를 언제든 유발할 수 있습니다. 특히나 정보와 양이 많은 코어 진영과 BCH는 그걸 못할 이유가 없지요.
지난번 BCH 펌프를 위해 의도적으로 떨어뜨린 BTC가 갯수 대비 떨어뜨린 효과나, 지금 떨어진 3천개 정도의 마진 콜 청산 물량이 일으킨 효과를 본다면, 5만개 이상의 BTC가 떨어졌을 때의 시장 영향은 자명한 일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월가를 비롯한 빅 플레이어들이 BTC를 용인하는 것은, "너네들이 하기 전에 내가 하겠다" 혹은 "너네가 하고 나면 우리가 한다"라는 암묵적인 계산이 있다고 봐야 합니다.
다만, 현재의 흐름 상 1-2년 정도에는 발생하지 않을 것입니다. 비트코인 코어측도, 비트코인 캐시측도, 심지어 월가도 파이가 커질 때 까지 기다리겠지요. 다만, 이런 사태가 한번 발생하고 나면 바로 대형 참사가 발생할 것입니다.
바로 BTC 유저들은 환금을 요청하고, 최소한 몇개 거래소, 특히 USDT를 중심으로 굴리는,의 뱅크런이 발생할 것입니다. 그리고 바로 회색 코뿔소가 터지겠죠. '누구나 경고했고, 모두가 두려워 했지만, 애써 외면해 왔던 그 위협'이 무시무시한 고통이 되어 들이받을 것입니다. 바로 준거화폐가 되기엔 너무 높은 변동률과 소유구조죠.

특히 성기 섭취 생중계를 언급한 맥아피씨...가 아니라 중국과 일본이 엄청난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은 USD 중심으로 굴러가는 세뇨리지 혜택을, 정확히는 미국을, 계속 마음에 들지 않아 했습니다. 망해야 할 규모의 쌍둥이 적자 속에서도 미국이 세계 패권국가로 살아남게 하는 동력이 바로 세뇨리지입니다. 세뇨리지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기축)통화를 발행하는 자가 갖는 발권혜택을 의미합니다.
2차대전 이후, 본토에는 폭탄 한발 맞지 않은 채 쇼미더머니를 외치던 미국이 영국 파운드화를 밀어내고 브레튼우즈에서 열린 UN 통화금융회의에서 세뇨리지를 얻은 이후 계속 이런 체제는 지속되어 왔는데요. 전략적 채굴 풀 지원
및 자국 내 암호화폐 규제, 채굴 허용, 단 BCH에 대한 암묵적 허용을 비롯한 중국의 이런 움직임이야 말로 암호화폐에 있어서의 중국이 세뇨리지를 갖겠다는 강한 포지션으로 해석해야 합니다.
그런데 쇼크가 발생하고 암호화폐의 시장 컨센서스가 흔들리면? USD 하나만 살아남겠죠. 그런 의미에서 저는 옵션쇼크가 발생한다면 투자은행에서 발생하리라 봅니다. 그렇기에 충분한 양이 매집될 시간인 몇년간은 여유가 있다고 보는거고요. 코어 세력은 오르는 BTC를 자금삼아 라이트닝 네트워크 자체를 수익 모델로 삼을테고, BCH와 중국은 하루장사 해보겠다고 이 판을 짜고 있는게 아닐거니, 당장은 패를 내던질 이유가 없습니다.
여기서 가장 억울해지는건 일본입니다. 아베노믹스 이후 펀더멘탈이 점점 의심받는 상황 속에서, 현재 암호화폐에 급속도로 쏠리는 엔화가 순식간에 휴지조각이 되면 아베가 일본의 미래까지 끌어모아 발행한 돈으로 그동안 쌓아올린 신용과 유동성 자체가 사라지게 됩니다. 엔화의 위상도 위상이지만, 현재 스태그네이션과 디플레이션을 해결하면서 어찌되건 유동성을 통한 국가부채를 줄이려는 일본의 노력이 그냥 물거품이 되는거죠.
크게는 10년에서 20년 안에 중국과 일본, 그리고 월가의 대결이 언젠가는 터져나가고, 암호화폐는 화려한 종말을 맞은 채 블록체인이라는 기술로 남아 넘어가지 않을까, 하는 슬픈 시나리오가 그려졌습니다.
물론, 그렇지 않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다만, 시장 컨센서스에 불변하지 않는 절대 법칙은 지금까지 없었으며, 한때의
영광을 자랑했던 모든 자산은 - 심지어 부동산까지 - 모두 시장이 만들어낸 괴물인 옵션에 한번쯤은 휩쓸렸다는 것은 자명한, 그리고 슬픈 사실입니다.
단기적 블랙 스완과 장기적 그레이 리노에 대해, 한번쯤은 생각하시고. 모든 것이 장밋빛 전망만을 보이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주지하시며 투자에 임해주신다면, 영국 남해 사태에서도 분명 돈을 번 사람이 있던 것처럼 성투의 길을 걸을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오늘따라 끝에 붙이는 말에 더더욱 진심을 담고 싶습니다.
한국 투자자 여러분들께, 필요한 때를 위한 작은 행운이 함께 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