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 커뮤니티 게시판에 처음으로 글을 쏘아 올린 적이 있다. 당시 내가 경험하고 느꼈던 것들을 인터넷에 처음 써보는 글이었다. 글을 잘 써야겠다는 생각보다 내가 느낀 점을 공감해주길 바라는 마음이 더 컸다. 다시 읽어보고, 다시 쓰고, 고치고 그러다 보니 생각보다 깔끔한 글이 완성됐다. 그런데 공감한다는 댓글보다는 "이 글 좋다", "담백한 글이다" 라고 적혀있는 댓글들이 나를 더 기분 좋게 만들었다.
"담백하다"
- 욕심이 없고 마음이 깨끗하다
- 아무 맛이 없이 싱겁다
글을 쓸 때는 멋을 부리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내가 잘 쓰지 않는 단어나 뜻을 잘 모르는 어려운 단어들을 굳이 넣어 뽐낼 필요가 없다, 오히려 과장된 길거리 패션을 보는 것처럼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욕심을 없애고 그냥 내 마음을 상대방에게 순수하게 전달할 수 있다면 좋은 글이라 생각한다.
글에도 맛이 있다면, 과연 담백하다는 말은 좋은 말일까? 여러 가지 맛이 있는데 아무 맛도 없다는 건 글에 색깔이 없다는 말이 아닐까? 그런데 대다수 사람들이 음식을 먹고 담백하다고 칭찬을 한다. 너도 나도 이런 표현을 쓰다 보니 이제는 담백하다는 건 싱겁다는 뜻하고는 거리가 멀어졌다. '맛이 좋다' 라는 뜻에 더 가깝다고 생각한다.
담백한 글은 결국 좋은 글이다.
내가 어렸을 때, 엄마는 항상 소금을 넣지 않은 싱거운 음식을 해주시곤 했다. 조미료 없는 깨끗한 음식을 말이다. 그 음식에는 아무 맛이 없었지만, 나와 동생의 건강을 위한 따듯한 마음이 있었다.
"대빵 맛있지?" 엄마가 물어본다.
이제 이 질문에 맛있다고 거짓말할 필요가 없다.
"응, 담백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