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너와 오베

By @miniestate6/24/2018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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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ee1042 님의 독후감을 읽다가 스토너라는 책을 알게 되었다. 다 읽은 사람이라면 안좋아할 수 없는 책이라는 소개를 보고 궁금했는데 오늘 읽었다.

스토너는 성실하고 자신의 삶을 묵묵히 살아가는 사람이다. 스토너를 보면서 내가 떠올린 캐릭터는 소설 오베라는 남자의 오베이다. 스토너와 오베는 다른 소설 속 주인공이지만 스토너는 20살이 되기도 전에 농사일을 돕다가 어깨가 굽은 사람이고 오베는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시고 혼자 외롭게 살아간다. 친구도 별로 없고 결혼도 처음 연애한 여자와 하고, 회사 혹은 학교와 집 밖에 모르는 삶이다. 이렇게 단조로운 삶을 살아가던 그들인데, 누구보다 성실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폐 끼치지 않는 그들인데, 그들의 인생을 평탄하게 흘러가지 않는다. 뭘 크게 바라는 것도 없는데 사는건 왜 이렇게 힘든건지...

어릴 때는 잘생기고 능력있는 사람들이 나와서 어려운 일을 슈슉 해결하는게 멋있었다. 그런데 그런 일은 현실에선 판타지에 가깝다는걸 이제는 안다. 살다보면 어디서부터 누가 잘못한지도 모르는 채로 멀뚱하니 당하고 억울해 하는 일이 다반사다. 그러다가 중간에 애먼 사람들에게 화풀이하고 또 그게 바보같아서 속상하다.

나의 경우 보통 이런 일의 끝은 자괴감이다. 세상에 100%는 없다. 아니라고 생각해도 내가 뭘 잘못했는지 곱씹다보면 아무리 사소한 거라도 마음에 걸리는게 있다. 나는 그때 왜 그랬나. 하필 왜 그때인가. 운칠기삼이라는데 이렇게 재수가 없나. 그러다 보면 내가 그렇지 뭐...가 되는 것이다.

요새 드는 생각은 엄청난 능력자가 아니라 그냥 평범한 사람이 꾸준하고 성실하게 자기 삶을 꾸려나가는걸 보는것만으로도 위로가 된다는 것이다. 동질감이라 해야하나. 스토너가 그렇고 오베가 그렇고 드라마 나의 아저씨의 동훈이 그렇다.

예전엔 너무 힘든 일이 있을 땐 그냥 모두 놓았던거 같다. 불도 켜지 않고 방에 마냥 누워서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물다보면 이 상황에서 영영 빠져나가지 못할거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점점 우울에 깊이 빠져든다. 지금은 그러지 않는다. 일이 없더라고 제 시간에 일어나고, 집안일을 하고, 누군가를 만나고, 밥을 먹고 일상을 꾸역꾸역 살다보면 어느새 괜찮아져 있는 나를 본다.

스토너와 오베도 그렇다. 인생이 휘청거릴 정도의 위기에서도 묵묵히 자기일을 한다. 오히려 더 열심히 메달린다.

남들이 보기에 별거 없는 인생인데 뭘 그리 아등바등 열심히 사냐고 한다. 남들이 알든 말든 상관없다. 내가 안다. 내가 성실하게 살아내다보면 적어도 나한테 미안하다는 생각은 안들겠지.

나도 내가 잘 살았으면 좋겠다. 그런데 그 잘사는 기준이 좀 바뀐것 같다. 돈이야 당연히 많으면 좋겠지만 그것보다는 큰일 없이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을 챙기고 챙김받고 투닥거리면서 사는거...요즘엔 그런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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