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지 않은 인생을 살아오며 나를 단단히 지지해주었던 감정은 바로 자괴감.
내가 못났다는 감정.
나를 사랑하지 못하는 감정.
사람들하고 잘 어울리지 못 하는 나. 항상 자신이 없는 나. 왠지 모르게 언제나 주눅이 들어있는 나.
다른 사람의 표정을 살피는 동시에 내 자신이 이상하지 않은가 언제나 살피는 관계로(근데 항상 이상하다..) 인간 세상에서 살아가는 것이 녹록치 않았으나 그래도 이 감정도 딱히 나쁜 것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내가 못났다고 생각했기에 못난 나를 좋아해주는 사람을 만나면 눈물이 날 정도로 감동하며 그를 소중히 여기게 되었고 나는 몇 안되는 그들의 사랑으로 조금씩 스스로를 사랑하는 법을 깨우치고 있다.
내가 못났다는 것을 나는 안다.
너는 못나지 않았어.라고 누군가는 말해주겠지만(아마도..)못났든 잘났든 다른 이의 평가에 상관없이 자신이 자신을 어떻게 평가하느냐가 사실은 전부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나는 몇안되는 사람들의 진실한 사랑에도 불구하고 내가 못났다고 굳게(?)믿고 있으며 이런 믿음으로 인생을 쓸데없이 피곤하게 살았었다.
그런데 이제는 상관 없다. 내가 못났다가 잘난 사람이 됐기에 인생이 덜 피곤해진 것이 아니라 이제는 못나면 못난대로 나름 나도 쓸모가 있는 인간이라는 것을 인지했기 때문이다.
내가 못하는 부분에서는 거의 바보 수준이고 정말이지 나도 내 자신이 싫을 정도지만 뭐, 그거 안 하고 살면 된다.
내가 딱히 나쁘게 대한 것도 아닌데 나를 나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몇몇 있었다. 그들은 나란 사람의 성향 자체를 맘에 들어하지 않았고 서로 상처를 주고 받았으나 결론적으로 그도 나도 그닥 변하지 않았다.
방법은 그저 거리를 두는 것이었다. 어쩔 수 없이 내 인생에 끼어들어야 하는 사람이라면 거리를 두었고 꼭 같이 있어야 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결국 서로를 위해 같이 있기를 포기했다. 그럼으로써 평안을 찾았다.
내가 거의 바보 수준인 취약 영역도 마찬가지다. 꼭 그 일을 하면서 살지 않으면 내가 바보라는 자괴감을 느끼며 살 필요가 없다. 백가지 단점을 지닌 사람도 한가지 장점은 있다. 그 한쪽에만 머물며 살아도 된다.
난 그 사실을 몰랐다. 내가 부족한 부분을 끊임없이 부끄러워하고 고치려 했지만 내 자신을 변화시킨다는 것은 언제나 불가능에 가까우리만큼 어려워서 나를 좌절케 했다. 그래서 결론은 언제나 나는 역시 못난 사람이야.. 한숨으로 끝났다.
내가 내성적이라도 이런 나의 성격을 좋아해주는 사람도 있고 내가 길을 못 찾고 어리버리 말도 횡설수설하고 부끄러워 눈을 제대로 못 마주친다고 해도 이런 나를 편해하는 사람도 분명 있다.
재능이라는 것도 그렇다.
아무리 부족한 사람도 딱 한가지 남보다 조금은 더 나은 부분 정도는 있다. 나같은 경우에는 대학 때도 그렇고 회사 다니면서도 그렇고 뭘 쓰면 남들보다 구구절절 길게 쓰는게 특징이어서 대학 리포트든 회사 이메일이든 다른 사람보다 더 길게(?)잘 쓴다는 말을 종종 들었다.
심지어 친구나 남친(지금 남편)에게 문자를 보낼 때조차 너는 참 길게도 잘 쓴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 이런 평소에 심할 정도로 바보 같은 나도 알고 보니 이런 모든지 길게(?)잘 쓰는 장점이 숨겨져 있었던 것이다..!
내가 요즘 생각하는 것은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에 초점을 맞추자는 것이다.
예를 들면, 내가 엄마로서 요리도 못하고 거짓말 안 하고 할줄 아는게 정말 전무인 엄마이지만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이 딱 하나 있다.
그건 내 아이를 이 세상 누구보다도 사랑스러운 눈으로 바라봐주는 것이다. 이건 어느 누구도 다른 사람이 나만큼 잘 할 수 없다. 내 아이를 나만큼 사랑스러운 눈으로 봐줄 사람은 이 세상에 없다.
이 점에서는 나는 이 세상 최고다. 알고 보면 나도 최고가 될 수 있는 부분이 있었던 것이다. 우리가 인식을 못해서 그렇지.
글을 쓸 때도 마찬가지다. 내가 세상에 대한 지식이 너무 심할 정도로 전무이기에 어설프게 모르는 영역에 대해서 이러쿵 저러쿵 말 자체를 섞질 않는다. 하지만 내가 오랫동안 고뇌해왔던, 그래서 부족하나마 아주 작은 인생의 깨달음을 얻었던 경험만 적어내려간다.
이것은 내가 평생을 살면서 얻어낸 나만의 고유한 경험과 교훈이다. 나와 완전히 똑같은 경험과 생각을 가진 사람은 이 넓은 세상에 아무도 없으며 그렇기에 난 자신있게 글을 계속 쓸 수 있다. 이것만큼은 내가 세상에서 유일한 사람이고 최고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객관적으로 최고가 아니라 나와 똑같은 경험과 생각을 가진 글을 쓸 수 있는 사람이 없고 나보다 더 사랑스러운 눈길로 내 아이를 봐줄 사람이 있을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자신이 생기는 것이다. 단지 이 부분에서만.
남편하고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요리도 집안일도 못 하고 그렇다고 성격이 발랄하지도 않는 정말 말 그대로 바보 와이프지만 단 하나는 내가 잘 하는게 있다. 오랜 세월에 걸쳐 남편의 성격을 파악해왔기에 그가 지금 어떤 상태인지 내가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알기에 남편을 이해해줄 수 있는 더 나은 사람이 없을 거라는 것. 이 부분에서는 나도 자신이 있다.
못난 점이 많지만 어쩌면 못나서(ㅜㅜ) 사람들이 나와 함께 있을 때 편해한다는 것도 알고 이것은 잘난 사람들이 나를 절대 따라올 수 없는 부분이다.(훗)
혜민스님이 말씀하셨다.
“단점이 장점이고 장점이 단점이에요.”
못나면 못난대로 편하기도 하고 잘나면 또 잘나서 불편하기도 하다. 글을 수려하게 잘 쓰면 잘 써서 좋고 투박하게 쓰면 인간미가 느껴져서, 동질감이 느껴져서 좋다.
그러니 자신에게 뿌리깊은 자괴감을 갖고 있는 사람들.
자신도 남이 못 하는 것을 할 수 있는 능력이 분명히 있고 이런 못난 나도 (못난 매력으로)좋아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굳게 믿고 그 믿음을 발판삼아 울상 짓지 말고 한번이라도 더 활짝 웃는 하루하루 보냈으면 좋겠다. 씨익 ^___________^
(못난) 여자라 햄볶아요.(행복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