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란다에 나무 심기:

By @madlife1/20/2018kr-newbie
  • 먼저 글을 읽기 전 사진을 한 2분 만이라도 뚫어지게 쳐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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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의 침실이 있는 베란다에 나무를 심었다. 아직 무슨 종류의 나무인 줄 모른다. 바람과, 햇빛 그리고 기타 자연의 섭리가 그 모든 일을 했기에 나는 모른다. 그 애가 우리 베란다에 자리 잡은 지도 벌써 일 년이 넘어간다. 이제 겨우 30 cm 정도. 처음에는 퍼런 것이 자라 길래 무슨 풀인가 해서 신경도 쓰지 않았다. 그러더니 점점 나무의 자태를 나타내기 시작했다. 풀 종류의 오해에서 나무로의 진실이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다. 저렇게 살다 시들시들 죽어가겠지 하는 마음에서 돌보지도 않았다. 요즘처럼 비도 잘 오지 않은 기후를 적어도 한 번 견뎌 낸 것이다. 그 동안 몇 번, 뽑아 버릴까 하다가도 죽을 때 죽더라고 그냥 지켜보자고 했다. 생존에 대한 믿음이 반신반의 - . 내 버려 둬.

  • 요즘 그 애를 가끔 쳐다보고 있자면, 정말 경이롭기까지 하다. 그 뿌리를 박은 곳엔 티 수푼의 흙조차 없고 주위엔 온통 시멘트로 둘러싸여 있다. 그저 삭아가는 베란다 기둥 나무에 몸통을 기대고 서있을 뿐이다. 식물에게 필요한 수분을 어디서 섭취할까? 흙에서 나와야 할 양분은 어디서 얻을까? 대답이 없다. 의문을 가지면 유령처럼 보이고, 싱싱한 잎을 보면 명백한 현실이다. 꽃처럼 예쁘지도 나무처럼 장대한 풍모는 없지만. 흙도 없는 척박하기 그지없는 곳에 자리를 잡고 싱싱함의 자태만으로도 그 존재감에 위엄을 느낀다. 어쩌면 우리의 존재가 그 애와 무엇이 다른가? 생명이 있기에 살아야 할 존재들 아닌가? 내가 언제든 그 애를 뽑아내어 버릴 힘이 있다고 더 나은 존재인가?

  • 세상은 그 애처럼 버티는 자만이 무언가 이룰 수 있어. 아니야, 우린 눈엔 버티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실은 아주 즐겁게 잘 자라고 있는 것일지도 몰라. 모두들 주어진 환경에서 나름 의미를 찾으면 그것이 행복이지. 오늘도 묵묵히 제 자리를 지키는 그 애를 보면 인간의 수많은 존재에 대한 해석이 다 무의미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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