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때 선생님들은 뭘 하나요?

By @lynxit3/2/2018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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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때 선생님들은 뭘 할까요?


'방학때 선생님들은 학교도 안 나가고 놀면서 월급도 받고 부럽다~' 요런 생각 안 해보셨나요? ^^ ㅎㅎ

대부분 아이들이 학교에 안 나오니 선생님들께서도 학교에 안 나오는줄 아시겠지만... 반은 맞고 반은 틀렸습니다.

학생들의 방학을 이용해서 선생님들은 '공무원법 41조 연수'나 '연가'를 사용해서 쉬기도 하고, 여행도 다니기도 합니다. (연가는 거의 방학때만 쓸 수 있고, 연가를 다 사용하지 못해도 연가보상비도 없습니다.) 그래서 선생님들마다 편차는 있지만 매 방학마다 '일주일'정도의 자유로운 시간이 주어집니다. 네, 자영업을 하시는 분이나 힘든 기업에 다니시는 분들에 비해서 엄청난 혜택이지요. (간단히... 대기업에서 연가를 많이 쓰는 경우 정도를 쉬고 있습니다.)

말로는 일주일이라고 적었지만, 학교 근무에 각종 연수에 참석하고, 방학중 아이들을 인솔하는 행사를 하나 맡으면 하루도 쉬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구요. ^^ (편차가 큽니다! 마치 군대에서 보직에 따라 힘든 정도가 다른 것처럼...전생에 덕을 많이 쌓으셨는지 보름씩 막 쉬시는 분도 계시긴 합니다.)저는 초등학교의 예를 들었지만 방학에 보충수업을 하는 중,고등학교의 경우에는 더 짧겠네요.

그리고 지금부터는 정말 방학때 하루도 제대로 못 쉬는.. ^^ 저같은 선생님들이 방학때 뭘 하는지 알리는 글을 적어보려합니다. (네이버 댓글을 보다 너무 상처를 많이 입어서... 스스로 홍보 좀 하려합니다 ^^; )

1. 그래서 방학 때 뭐해요?


아이들도 없는 교실에서 뭘 할까요? ^^

보통 졸업식이 끝나고 2월달. 봄방학이라고 그러죠? 이 기간에는 1년의 학교 계획을 세웁니다.

학교의 비전을 세우고, 내 교사관을 다시 한 번 더 정립하고, 내년 아이들과 어떻게 살아갈지를 정립한 다음. (여러 선생님들이 모여서 회의를 하거나 여러 지역 선생님들이 모이는 곳에서 연수를 듣거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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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정'**을 작성합니다.

아이들과 1년동안 배우고 활동하는 모든 것을 머리를 맞대고 정하는거죠.

요즘에는 '국어'시간에 국어 교과서만 펴서 배우지 않고 여러가지 활동들을 프로젝트로 진행합니다. 교과서는 수업에서 사용하는 하나의 자료죠. 첫날 활동부터 매주, 매달 어떤 활동들로 아이들과 만날지 하나하나 회의를 하며 정하는 과정은 즐거우면서도 정말 힘듭니다. 그걸 또 행정적인 서류로 녹여내는 작업는 한 달로는 너무... 빠듯합니다. 2월말에는 거의 밤을 새다 싶이 하면서 새학년을 준비하죠. (스팀잇에 매일 시간을 내어서 올리던 포스팅도 2월말에는 거의 쉬거나 미리 적어둔 먹스팀을 올렸습니다 ^^;)

예를 들면 이런 교육활동들을 구상합니다.

사회 시간에 '지역문제'에 대한 내용을 배운다고 하면

먼저 우리지역에 대해서 아이들이 탐사하는 큰 주제 활동을 하나 진행한 다음 아이들이 직접 우리 지역의 문제들을 찾고 그걸 '지방선거'와 연계하여 지방선거에 나온 후보자들에게 우리가 찾은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도록 제안하는거죠. 그리고 각 학급에서 찾은 문제점들과 해결방안에 대해서 강당에서 공청회를 열고 그 자리에 지방선거에 당선된 분이 오셔서 답변을 하시거나 (혹은 인터뷰 내용을 방송하거나) 하면서 아이들의 움직임이 의미있는 활동이었다는 것을 상기시키는....


이렇게 풀어낸 활동을 약 50차시 동안 이어지도록 국어 수학 사회 과학 도덕 미술 음악 등의 교과주제와 연계해서 하나의 이어진 활동으로 만들어냅니다.

이런 것들을 적게는 몇개, 많게는 십여개를 만들어서 1년치 '교육과정'을 만드는 작업을 합니다.

아이들이 학교에 없다고 선생님들이 놀고 있는게 아니라는 걸 알아주세요. ㅜㅜ

2. 학급 운영 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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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끝나느냐~ '아니요~!'

위에 언급한 대로 '교육과정'을 작성하면 모든 학급이 그것을 그대로 따라서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각 학급의 담임선생님들께서 자신들만의 교육철학을 바탕으로 학급에 교육과정을 녹여냅니다. 이걸 '학급 교육과정'이라고 부릅니다. ^^

제 경우는 위에 적힌 5가지 어린이상을 바탕으로 여러가지 활동을 하는데, 오늘 아이들에게 들려주니 가장 반응이 좋은 활동이 2가지네요.

'아침햇살' : '아침'에 '해'가 반짝 빛나는 날이 좋은 날. 함께 모여서 '살'(쌀)로 만든 음식을 나눠먹는 활동

말 그대로 아침에 일찍 등교해서 학교주변 뒷산을 산책하고 다같이 모여서 함께 준비한 음식을 나눠먹고 함께 등교하는 활동입니다. '식구'라는 의미와 상통하는 활동이고 '우리반'이라는 공동체 의식을 키우기 위한 방법이지요.

그리고 즐거운 프로젝트 학습 중 예전에 포스팅 했던 '병아리 부화'프로젝트도 아이들이 매우 기대했습니다. ^^

이런식으로 아이들과 함께 살아갈 계획을 짜고 1-10까지 하나하나 준비하는 기간이 바로 방학기간입니다.

3. 오늘 개학을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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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많이 준비하고 아이들과 하나씩 '우리반'을 만들어가기 위한 작업들을 합니다.

이렇게 둘러 앉아서 낯설지 않게 자기를 소개하고 몸을 움직이는 게임도 하면서 '소속감'을 가지게 하지요.

이렇게 교과지식보다 '인성'을 중시하고 새학년 첫 주를 의미있게 보내는 활동들을 준비하는 시간이 바로 방학기간 입니다. (평소에 아이들 마치고 나면은... 정말 공문처리하고 업무하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정말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일'하느라 수업준비를 못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합니다. 그래서 방학이 중요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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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일주일동안 아이들과 진행했던 새학년 인성 프로젝트입니다. ^^ (올해도 비슷하게 진행합니다.)

제목만 있어서 어떤 내용이신지는 모르시겠지만 '국어', '수학'이 아닌건 분명해보이네요. 이 활동 하나하나를 구상하고 활동을 연결하고 이것이 우리 학급에 의미있게 작용할 수 있도록 여러가지 장치를 만들어가는 시간을 모두 보낸 다음 오늘 처음으로 아이들을 만났습니다.

설렘과 벅참과 감사한 마음들. 방학동안 준비한 것들이 헛되지 않았구나 하는 안도감.

늦게까지 학부모님들과 소통하고 난 다음.

'야~ 너네는 방학때 쉬잖아~'라는 친구놈의 말에 '아니야...'라고 말하고 싶어서 글을 씁니다.

이렇게 옹호하는 글을 적었지만 교사는 충분히 근무환경이 좋은 직장이고 능력있으신 분들은 시간내서 여행도 잘 다니고 하십니다. 너무 이런 점만 부각되지는 않았을까 하는 마음에 이런 글을 적었지만 저보다 더 힘든 곳에서 더 열심히 일하시는 분들이 더 많다는 사실. 충분히 알고, 제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것으로 감사한 마음을 대신합니다. ^^ 뻘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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