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 에피소드 - 라그나로크 온라인 캐릭터 머리스타일

By @lovemandoo3/25/2018kr-game

요즘 가즈아 태그가 유행하길레 나도 써본다. 아무래도 이런 이야기는 반말이 어울릴거 같기도 하고..

얼마전 웹서핑을 하다 보니 익숙한 그래픽의 게임이 광고화면을 스쳐 가더군. 라그나로크 M 이라고 2000년대 초반 국내 그라비티에서 출시했던 온라인 게임을 중국 게임사에서 리메이크 했나봐.

오픈했다고 플레이 동영상을 보는데, 지나칠수가 없더라. 왜냐면 예전 라그나로크 온라인 개발 스텝중 한명 이였거든. 위에 애들 앉아 있는 저 포즈도 몇몇은 내가 만든거라 더더욱....

어찌어찌 좋으신 분들이 추천해줘서, 부족한 실력으로 운좋게 입사해서 열정을 불사르며 일하던 시절이였지. 몇달동안 회사에서 먹고 자며 세면대에서 머리감고 그랬다... 여사우 분들이 그때 세면대 머리감는 맴버들을 피해 다녔던거 같은데 그런건 신경도 안쓰던 시절이였지..

각설하고, 다들 알겠지만 라그나로크 온라인은 당시 배경은 3D, 캐릭터는 2D 로 이루어진 게임이였어. 이때 나는 2D 캐릭터팀 맴버였는데, 처음 베타테스트를 할 당시에 일어났던 이야기를 해보려고 해.

베타를 처음 시작할 당시 캐릭터는 한 직업당 얼굴 1개로 변경되지 않는 고정 스타일 이였어. 2D 도트로 작업된 캐릭터고, 모든 모션이 한프레임 한프레임 그려서 제작되는 노가다의 진수였기 때문에 , 요즘은 흔한 스타일 커스터마이징 같은건 아예 염두를 안두었었지.

하지만, 문제는 베타를 하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발생했다.

노비스라고, 위에 사진처럼 처음 시작하는 유저는 무조건 이 직업으로 시작하게 되는데, 베타때 우리가 생각했던것 보다 어마어마한 유저분들이 모이면서, 당시 시작 지점이였던 프론테라성이 온통 빨간머리 노비스로 도배가 되었던 거야.

누가 누군지 구분도 잘 안되고, 맨 같은 캐릭들이 바글바글하니 그다지 보기도 좋지 않았던 거지. 해결책을 고심하던 개발팀에서는 시작할때 캐릭터의 머리스타일을 선택하게 하자 (정확하게는 얼굴을 바꾸자) 라는 선택을 하게 되지.

얼핏 좋은 선택인거 같지만, 앞서 말했듯이 이 게임의 캐릭터는 한프레임 프레임을 따로 그려 제작된 도트 캐릭터 였단 말야. 기존에 제작되어있던 캐릭터의 머리스타일을 바꾸려면, 전직을 포함해 그동안 제작되어있던 모든 캐릭터의 프레임을 수정해야 했어....

작업량만 어마어마 한 그야말로 노가다의 산물인 작업이였지. 근데 그 작업을 나혼자 맡게 되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아오 이런......(이하 생략)

기 제작된 어마어마한 프레임, 게다가 각 모션마다 머리의 위치도 다 틀린데 이걸 어떻게 작업해야 하나 머리를 싸메다, 전혀 세련 되진 못하지만 기가막힌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모니터 특정위치에 매직으로 점을 하나 찎어놓고 (못믿겠지만 정말이다) 그 위치를 기준으로, 모든 머리의 위치를 맞추는 작업을 시작하게 됬지. 당시 CRT 모니터에 장렬하게 점하나를 찍고 대대적인 캐릭터의 머리 떼기 작업을 수행했다.

각 직업별로 머리 모양이 다 틀렸기 때문에, 위치만 맞춰 떼어도 다른 직업에 뗀 머리를 붙여보면 빈곳이 곳곳에 보이거나 하는 문제가 생겼어. 그래서 이걸 떼어서 빈곳이 나오지 않게 일일이 대조해가며 빈곳을 머리 스타일로 어떻게든 채워나가는 작업을 병행했지.

엄청난 작업량과 사투를 벌일무렵 지나가던 클라이언트 분 한명이, 모니터의 점이 무엇이냐고 물어보더라. 구구절절히 설명한 보람이 있었는지, 작업툴에 그분이 알아서 찍히는 점(...) 을 생성해 주셨지. (눈물이 앞을 가린다...)

그렇게 노동력의 산물인 캐릭터 머리선택 창이 업데이트 되었고, 프론테라의 풍경은 그나마 (아직 부족했지만) 다양모습의 노비스 들로 붐비게 되었지. 그래도 고생한 보람이 느껴졌는지 당시에는 뿌듯하기도 하고 그랬다...

가장 아쉬웠던 부분 하나는 1캐릭 1머리 (...) 였던 시절에는 각 모션별로 나름 신경쓴 머리 애니메이션이 들어가 있었단 거야. 칼을 휘두르는 방향에 맞춰 흔들리는 머리카락 이라던가 이런거...

하지만 어떤 머리가 어떤 직업에 적용될지 모르는 상황에선, 각 모션에 맞춘 머리 애니메이션을 쓸 수는 없었지.. 해서 일괄적으로 통일하는 작업을 (업무량 무엇..) 같이 했는데, 이런 디테일이 삭제된건 못내 아쉽다. 이걸 거의 2주였던가 3주만에 혼자 하려다 보니 멘탈이 나가서 대충 때운것도 몇몇 있었고 헤헤..

아직 할예긴 많지만 오늘은 요까지만 할께. 모두 즐거운 주말 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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