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외한 씨의 짧은 생각]종인가 종업원인가? 계약서 없는 갑과 을

By @laymanstory2/13/2018kr

안녕하세요. 문외한 씨입니다. 오늘은 예전 한 대학가에서 목격한 사건을 토대로 작성한 글을 올립니다. 글을 작성할 당시 감정이 격해져 조금은 과격한 표현이 있지만, 글의 취지를 살리는 데에는 오히려 적합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여과 없이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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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aobim, 출처 Pixabay

종인가 종업원인가? 계약서 없는 갑과 을

따귀 때리는 소리가 홀에 울려 퍼진다. 곧이어 한 손님으로부터 신랄한 욕설이 쏟아진다. 종업원은 죄송하다며 연신 고개를 숙인다. 그래도 화가 풀리지 않은 손님은 삿대질을 하며 훈계를 늘어놓는다. 주변의 따가운 시선이 느껴질 때쯤, 손님은 가게를 박차고 나간다.

대학가의 한 호프집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일이다. 상황은 이러하다. 손님이 앉은 테이블에 내려놓으려던 앞접시가 물기에 미끄러지면서 마치 집어던진 듯한 상황이 연출되었던 것. 정황이 밝혀진 뒤에도 손님은 미안한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더 큰소리로 자신의 불쾌감만을 토로했을 뿐. 그에게 종업원은 함부로 대해도 되는 종에 불과해보였다.

이런 사례만큼 과격하진 않더라도 비슷한 일들은 주변에서 흔히 일어난다. 다짜고짜 반말을 하는 사람부터 사사건건 트집 잡거나 호통을 치는 사람까지, 종업원을 종 다루듯 대하는 손님들은 도처에 널려있다. 표준근로계약서에서도 사라진 '갑을' 관계가 손님과 종업원 사이에 존재하는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모든 경제활동은 소비를 중심으로 흘러간다. 이 소비의 과정에서 소비자와 재화·서비스 공급자 사이에는 돈을 매개로한 관계가 형성된다. 그런데 유독 우리나라에서는 이 관계가 수직적으로 나타난다. 처음 만난 두 사람이 돈을 통해 갑과 을의 관계로 탈바꿈한다. 신분이 생성되고, 일종의 계급 관계가 만들어진다. 흔하게 쓰는 '손님은 왕이다'라는 표현은 우리의 일상에 이런 자본 계급주의가 팽배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화폐는 물물교환의 불편함을 해소시키기 위해 고안된 일종의 상품권이다. 이 화폐를 주고 사는 것은 재화나 노동력, 서비스지 그것을 제공하는 사람이 아니다. 돈으로 공급자의 인격이나 영혼까지 살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인신매매나 노예제도에 찬성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그야말로 전근대적인 사고 방식이다.

"만약 누군가가 당신에게는 잘 대해주지만 웨이터에게는 거만하게 행동한다면 그는 좋은 사람이 아니다." 미국을 비롯한 서구권의 CEO들 사이에서 불문율처럼 전해지는 '웨이터의 법칙'이다. 웨이터를 막대하는 사람은 부하직원에게도 마찬가지 방식으로 대할 것이기에 사업 파트너로서 부적합 하다는 것이다. 용례는 조금 다르지만 앞서 언급한 바와 일맥상통하는 바가 있다. 웨이터 역시도 자신과 동등한 인간으로 대해야 한다는 것.

"내가 내 돈 내고 이용하는데 뭐가 문제냐"며 종업원들을 여전히 '종'처럼 부려 보려는 이가 있다면 잘 생각해보길 바란다. 그대가 다니는 회사의 오너나 거래처가 그대를 노예처럼 부려도 괜찮은지. 그들 역시 당신이라는 '을'에게 돈을 지불한 '갑'일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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