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집에 가끔 찾아오는 길고양이들이 있다. 미노는 그 중에 가장 예쁘게 생긴 고양이다. 아마도 암컷인 걸로 추측된다. 왜냐하면 전에 새끼를 여러 마리 데리고 나타나 새끼들이 먹이를 다먹을 때까지 기다리는 것을 봤다. 새끼들은 모두 장성해서 독립했는지 이제 혼자 다닌다. 미노라는 이름은 우리가 지어준 이름이다. 길을 의미하는 까미노에서 앞글자 까를 빼고 '미노'라고 붙여줬다.
이 집에 이사온 날 담장 위의 미노와 처음 마주쳤던 때의 기억이 난다. 미노는 이빨을 드러내며 적개심을 보였다. "너 누구야, 이곳은 내 구역이야, 썩 꺼져!" 미노는 우리를 경계했다. 가까이 다가가니 미노는 황급히 도망가 버렸다. 첫만남은 어색했다.
첫만남 이후 우리는 가끔 먹이를 문앞에 놓아뒀다. 아침에 보면 먹이가 깨끗이 없어졌다. 그러기를 몇달, 미노는 저녁이면 문앞에서 우리를 기다렸다. 가까이 가도 도망가지 않고 암전히 먹이를 기다렸다. 이제 우리 친구가 된건가.
표정은 늘 한결같다. 기쁨도 슬픔도 없는 평온한 표정. 내가 말을 건다. 대답은 없다. 뚫어지게 나를 관찰한다. 가끔 다급하면 야옹하고 운다. 배고프다는 뜻인 것 같다.
우리는 길고양이들에게 매일 먹이를 주지는 않는다. 먹다 남은 음식 중에서 고양이가 먹을만한게 나오면 준다. 고양이가 길에서 살아가는 것은 만만치 않을 것이지만 나름의 생존방식이 있을 것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먹이를 구하는데 그리 큰 어려움을 겪지 않을 지도 모른다. 어떻게 살아가든 나름 당당한 삶을 살아가는듯이 보인다. 얻어먹더라도 비굴한 태도를 보이지 않는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