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엉부엉_#4] 지금 만나러 갑니다...

By @lachouette4/25/2018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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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레임을 안고서...



내일, 아니... 이미 오늘이 되었군요. 로마 가는 짐을 싸놓고, 빠진 것은 없나 들여다보면서 많이 설레입니다.

물론, 이태리를 놀러간다니 설레일만도 하지만,
저는 그 보다는 딸을 만나러 간다는 것이 저에겐 가장 큰 기쁨입니다.

홈스쿨링을 하면서 늘 곁에 데리고 있던 딸을 미국 대학으로 보내면서 참 많이 힘들었습니다. 너무 힘들어서 아이가 얼마나 힘들어하는지 잘 읽지도 못했던 것 같습니다.

애는 오죽 힘들었을까요? 그래도 힘들다는 소리 한 마디도 안하고 속으로 속으로만 힘들어했습니다. 미국 대학에 가면, 한국식 교육과는 다른 훨씬 더 창의력과 개성을 존중하는 교육이 기다리고 있을거라 기대했지만, 가장 자유로운 홈스쿨링을 경험하였던 아이의 입장에서는 너무나 모순적인 것들이 많이 보였던것 같습니다.

가끔 힘든 느낌을 받으면, 엄마는 성적이나 그런 것은 아무 상관 없으니, 네가 스스로 옳다고 생각하는 선택을 하라고 말해주는 것이 전부였지요.

방학때 다니러 와서도 예전만큼 가깝지 않다는 뭔가 알 수 없는 느낌을 느껴서 혼자 서운해하기도 했었는데, 그것은 오히려 아이가, 자신을 너무 풀어놓았다가 혹여 다시 추스리지 못할까 두려워 묶어 놓는 과정이었다는 것을 나중에 깨달았지요.

워낙 친구같은 관계였기때문에 그 미묘한 소원함이 힘들었지만, 아이가 성장하기를 기다리면서, 네가 힘들 때, 엄마가 늘 여기에 있다는 것을 반복적으로 인식시켜주었고, 여전히 둘 관계는 그래도 그 어느누구보다 가까운 사이였어요. 그냥 너무 소중해서 오히려 조심스러운....

그러다가 작년 여름, 아이가 오면 늘 가서 묵던 그 속초 바닷가 숙소에서, 기분 좋게 와인 한병으로 회를 먹다가, 술이 모자람을 느끼고, 소주 두병을 추가하면서, (긴장을 놓고 마시면 확실히 더 취하더라고요!) 정말 속 이야기 다 하고, 알 수 없게 남아있던 유리벽을 마저 다 깨버렸어요. 긴장이 완전히 풀린 서로의 모습이 더욱 사랑스럽다는 것을 알게 된 셈이지요. 아이는 늘 엄마를 기쁘게 해주고 싶었고, 자신의 모습이 어떻든 사랑하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시험하기 두려운 마음도 있었나봅니다.

제 아이는 좀 독특한 데가 있어요. 관계에 엄청 조심을 합니다. 화가 난다고 해서, 가까운 엄마에게도 함부로 말 하거나 행동하는 일이 없어요. 제 성격도 그런 편이긴 하지만, 하루는 이런 얘기를 하더라고요...

어렸을 때, 밖에서 택시에 인형을 놓고 내리거나 아끼던 장난감이 깨지면, 그것을 다시 복구할 수 없다는 사실이 너무나 충격적이었어요. 똑같은 것을 사도 이미 더이상 그게 아닌거라는 것을 알고나니, 정말 조심해야한다는 것을 알게되었어요. 그래서 저는 저에게 소중한 것들, 소중한 사람들에게 함부로 할 수가 없어요.

어린애가 무슨 그런 생각을 했는지..! ㅠㅠ 여전히 아이와 저는 서로를 소중하게 대하지만, 그날 그 소주 이후로는 정말 못 나누는 이야기가 1도 없는 관계가 되었습니다. 힘들면서 혼자 고민하다가 너무 깊이 우물을 파고 들어가 그 안에 갇히는 일을 다시는 하지 말고, 도움이 필요하면 새벽 3시도 괜찮으니 전화를 하라고 누누히 일러서, 이젠 진짜로 그 시간에도 전화를 한답니다. 그러면 둘이 웃다가 고민하다가 그러면서 밤을 새우게 되곤 하죠. 최장 기록이 8시간이예요. 물론 바쁠땐 일주일이 넘도록 문자를 씹기도 하지만, 엄마를 위해서 특별히 "읽음" 표시가 뜨도록 허락해 놨어요. 살아있다는 뜻으로요...

힘들 때 통화를 한다고 해서, 제가 충고를 한다거나 아니면, 아이가 엄마 시키는대로 한다거나 하는 것은 아니예요. (제가 딸과 많이 친하다고 하면 이런 오해를 하시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저희는 단지 그냥 대화를 나눠요. 아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 하고나면, 말 하는 동안 자기 생각을 정리하고, 대부분 거기서 스스로 답을 찾아요. 엄마의 생각은 어떠냐고 묻기도 하지요. 묻기 전에는 제가 절대 먼저 말하지 않아요. 그게 얼마나 소용없는 짓인지 알거든요.

잘못했다 싶을 때에도 야단 안 쳐요. 본인이 이미 알거든요, 잘못했는지... 제 입으로 굳이 말하지 않아도, 스스로 말 하면서 반성하고, 고민하고, 답을 찾고 성장하죠. 저는 그저 지켜볼 뿐. 다만, 그 모든 과정을 엄마가 지켜보고 있다는 것. 말도 안되는 고집을 부려도 되는 사람이 딱 한명 있는데 그 사람이 엄마라는 것을 아이가 알기에, 저는 언제나 그런 엄마로 있어주고 싶어요. 무조건 내 편인 사람, 그것이 주는 용기의 힘을 믿거든요!

음... 이런 이야기를 쓰려고 한 게 아니었는데.... ㅎㅎ 음주 스티밋도 아니고, 저 왜 이러는거죠?

그렇게 사랑하는 딸을 이제 만나러 갑니다. 사랑한다는 말은 해도, 보고싶다는 말은 왠만해서는 안 하는 딸, 그 마음을 알기에 가서 많이 안아주고 오려고요. 여행도 복잡하지 않게, 많이 관광하지 않고, 같이 거닐고, 와인도 마시고, 밀린 수다를 20일동안 넉넉히 풀고 올 거예요.

그러고나면 아이는 다시 미국으로 가야하고, 저는 한국으로 돌아와야하는데, 음.. 그 생각은 지금 안 하렵니다. 로마의 맛집 알아뒀다고, 확실하게 안내하겠다는 딸아이. 수업 마지막날이어서 마중 못 나오지만, 셔틀버스표 사서 이메일로 보내고, 짐 실을때 주의할 점이랑 자세하게 코치하는 아이... 이제는 엄마의 어떤 모습을 가지고 귀엽다고도 말하는 아이가 빨리 보고싶어요.

아이를 키우면서 늘, 지금 이순간 아이를 가장 사랑하고 있구나! 느꼈는데, 신기한 것은 점점 더 그 보다 더 사랑하게 될 수 있다는 것이죠. 사랑의 그릇이 이렇게 무한대로 커질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합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스티밋 가입글 처음 쓸때에는 셋업만 해놓고, 여행 다녀와서부터 활동해야지 하다가, 몇달간 못썼던 일기들이 가슴속에 막 터져나와서 정신없는 사람처럼 써대고 있네요, 이 바쁜 와중에 1일 2포슷 ㅠㅠ... 정말 고팠나봐요, 이런 느낌이.. 하지만 이제 딸 만나면 올 스톱할지도 몰라요. ㅎㅎ 소문난 딸 바보니까... 많이 즐기고 올래요.

자주 못 온다고 해서,초반 며칠 빤짝 하더니 벌써 지쳤구나.. 하지 마시고, 쪼매만 기둘려주세요~ ^^ (아직 기다리실 분들도 별로 없으시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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