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터이야기 ㅡ정화연편

By @khy6/11/2017kr

장터이야기 -정화연편

춘숙언니는 가방을 3개나 들고 다닙니다.
(물론 파우치 1개 가방 2개 이지만요)
꼭 인상은 차도녀 처럼 생겼기에 명품 가죽가방을 들고 다닐 것이라 생각했는데
언니의 가방은 천으로 만든 가방입니다.
그것도 매일 똑같은 가방 입니다.
뭐가 들어 있는지 한 번도 열어 본적은 없지만
어디에 갔다 내려 놓아도
춘숙언니 가방이라는 것을 누구나 다 알 것입니다.

어제는 모임에 늦게 왔더라고요.
그래서 어디갔다 왔냐 물어보니
가방 꿰매러 다녀 왔다 하더라고요.


하도 써서 가방 안감에 구멍이 나서 AS 받으러 다녀왔다고 합니다.
아무 때나 가도 수리해주시니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고 하면서 웃습니다.

"봐라. 얼마나 이쁜 가방이냐? 내가 이걸 버릴 수 있니? 꿰매서 또 써야지"
하면서 내보입니다.
딱 보니 누구의 솜씨인지 알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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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을 담아 가지고 다니는 파우치도 보여줍니다.
창이 커다란 공방에 앉아 한땀 한땀 꿰매던 공방언니의 모습이 보이는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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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나라에서 돋보기 만든 사람 만나면 칭찬해 주고 싶어"
라고 하면서 돋보기를 코에 걸고
바느질 몇 번 하다가 하늘 한 번 쳐다보고
또 바느질 몇 번 하다가 하늘 한 번 쳐다보고
........
공방언니의 성품이 그대로 보여지는 파우치 입니다.

춘숙언니에게 물었습니다.
" 언니 왜 이렇게 모아 언니의 가방만 들고 다녀요?"
그랬더니 가방을 탁자에 올려 놓고 보여주십니다.

춘숙.jpg

가방에 구멍이 생겼습니다.
얼마나 들고 다니셨는지 눈에 보입니다.
" 마치 내 옷 같아. 아니 꼭 나 같아. 몸에 착 달라 붙는게 마치 나와 한 몸 같아. 나랑 뗄 수가 없어. 편해."

그래요. 나도 생각해요. 그 공방 언니는 그런 것을 만들어 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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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나이가 들어 못하겠다 하면서도 늘 공방에 앉아 바느질을 하시는 언니. 정화연 언니입니다.

언니가 만들어 내는 것들을 보면
나의 역사 선생님이 말씀 하시던 백제유물에 대한 가르침이 생각납니다.

儉而不陋 華而不侈 검이 불루 화이불치
검소하되 누추하지 아니하고 화려하되 사치하지 아니하고....

음....
아무 때나 공방에 가서 언니가 만들어 놓으신 것을 봅니다.
조각조각 남은 천들을 차곡차곡 모아 두었다고 이리저리 맞추어 만들어 내는 것들.
때로는 큰 이불도 되고
때로는 쿠션도 되고
때로는 방석도 되고
또 작은 파우치도 되고
필통도 되고
'
남는 천 조각 하나도 하찮게 쓰레기통으로 버려지지 않고
귀한 대접 받으면 다시 쓸모있는 존재가 되고
더우기 아름다운 작품으로 남으니
검소하되 누추하지 않는 게 맞고

가장 좋은 면을 가지고 누비는 이불들 역시
처음에는 비싸고 화려해 보이나
쓰고 또 쓰고,
빨고 또 빨아도
그 빛만 좀 빠진채로
여전히 몸에 착 감기는 듯한
마치 이불인지 나와 한 몸인지 잘 모를 정도로 편안한 이불,
세월이 흘러도 바느질이 터져 못쓰는 것이 아니고 천이 낡아 못쓰는 그런 이불이 만들어 내시니
화려하나 사치하지 아니하다는 게 맞고

뭐 그저 공방의 작품들인데 감히 백제 유물과 비교하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겠지만
그냥 내 맘이지요. 내 느낌 이지요.

언니 장터에서 함께해요.
​라는 말에
추춤거리며 선뜻 대답하지는 않으셨지만
제일 먼저 나오셨습니다.
자리를 정돈하고
꽃으로 주변을 꾸며주시고
안보이는 곳까지 살펴주시는 언니

비록 많은 손님들이 아직 언니의 작품(저는 상품이 아니고 작품이라 여깁니다.)들을 알아봐 주지 못하시는 것 같지만

언니의 작품들은
우리 시장의 꽃입니다.

그냥 함께 장터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합니다.

함께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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