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터이야기 -당신 마음은 지금 어디 있을까? 편

By @khy6/14/2017kr

한동안 안했던 일을 해보려고 주섬주섬 챙겨본다.

mbti 검사지.

자살충동검사지

자아 존중감 검사자

위기척도 검사지

인터넷 중독 검사지

등등을 박스에 담고

춘천 라온마켓에 나간다.

그저 라온마켓이라는 곳에 나가고 싶은 마음에

뭘 가지고 샐러를 해볼까 했는데....

내가 갖은 능력이라고 찾아보니

mbti 검사를 해주고 상담을 해주는 것

장터 기획자들에게 이런 것 팔아도 되냐고 했더니

" 네 좋아요. 선생님"

했다.

그래서 라온장터에서 mbti 검사를 해주고 분석해주는 일을 하기로 했다.

3월이었던가? 정말 날이 좋은 날.

하루종일 앉아 몇 명 되지도 않는 손님들을 맞이 하며 라온을 즐겼다.

몇 명 되지도 않는 사람.

정말 몇명 되지도 않는 사람이랑 즐겁게 하루를 보내면서 또 다시 나오리라 했는데

4월 5월을 바빠서 못 가고

다시 6월 라온에 나가 봤다.

크게 준비 한것은 없지만

책상앞에

각종 검사지를 늘어 놓고

A4 용지에 이런 글을 써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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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 마음은 지금 어디 있을까?:"

" 당산 마음은 안녕 한가요?"

3월 장터와는 달리 라온의 6월 장터는 정말 많은 손님들로 북적여서

이곳에서 무슨 상담이 이루어 질까? 했지만

나는 거의 쉬지 못했다.

큰 탁자 하나에 내 의자. 내담자의 의자. 두개 놓고

각종 검사지를 늘어 놓았더니 사람들이 호기심을 갖고 앉기 시작했다.

그 복잡한 곳에서 상담이 될까?

보통 상담실은 사무실과 다르게 따로 조용한 공간안에 두는데

허허벌판에

한 사람이 자리에 앉는다.

검사지를 들쳐본다.

"어떤 것을 해야 하나요?"

"그냥 원하는 것이요"

그래서 검사지를 하나 들어 보이면 묻는다.

" 왜 그 검사지를 들었지요?"

그 때 부터 이야기가 시작 된다.

많이 묻지도 않는다.

그냥

그랬구나.

그런 일이 있었네요.

나도 그러면 당황했을 거에요.

생각해 보면 나도 그런 상처가 있네요

정도

몇마디 안하려고 노력했다.

그저 많이 들어주려고 노력했다.

사람들은 내 이야기를 하기도 전에 안다.

자기가 내게 들려주고 싶은 게 뭔지

그리고 자기가 해결도 한다.

내담자가 내 앞에 앉아 있다가 일어서면

다음 사람이 얼른 와서 앉는다.

때로는 오미자차 한 잔,

때로는 커피 한 잔

때로는 토마토 쥬스 한 잔.

내가 받은 상담료다.

그저 잘 들어 주려고 노력하는데 벌써 저녁 8시가 되고

장터는 문이 닫혔다.

집으로 찾아 오고 싶다는 몇 분을 뒤로 하고 돌아 오는 차 안.

팔고 싶다던 MBTI 는 하나도 못팔고(ㅋㅋㅋ)

그냥 이야기를 들어주다가 하루를 보냈다.

좀 많이 공부한 사람이라면

좀 많은 임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정말 도움이 되었을텐데.....

난 그냥 들어 주는 일만 잘하는 것 같다.

처음부터 판다고 한 생각이 어리석었던것 같다.

들어 주는 것은 사고 팔 수있는게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비록 팔지는 못했지만 돌아오는 길은 편안했다.

누군가에게 들어줄 사람이 되었다는 그 자체로 평화로왔다.

존재 자체가 감사했다.

라온 장터에서

난 들어 주는 사람으로 남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울 아들 철우가 이야기 한 것처럼

" 세상에 자기 이야기를 들어주는 한 사람만 있어도 자살을 결심하지는 않는대요"

라는 말을 떠 올려 본다.

.

그리고 다짐한다.

"나는 당신의 이야기를 기꺼이 들어주는 한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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