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긴급토론 '가상통화, 신세계인가 신기루인가' 단상

By @khaosmos1/31/2018jtbc

동전은 던져졌다.

JTBC 토론 잘봤다. 수많은 코멘트가 있었기에 굳이 더 보탤 말은 많지 않은 것 같다. 다만, 복합적인 사회 현상에 대한 논의에서 문과와 이과의 대결 구도가 얼마나 의미 없는지 다시금 확인했다. 세계는 통합적으로 그리고 중층적으로 존재하지, 정보통신(과학기술)의 세계와 정치경제의 세계로 나뉘어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꽤 혼란스러운 상황이지만, 블록체인과 암호화폐/가상증표를 둘러싼 논쟁은 이를 잘 보여주는 계기가 될 것 같다. '한쪽은 왼쪽 주먹만 뻗고 다른 한쪽은 오른쪽 주먹만 뻗어서 싸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어디서 본 것 같은데, 조만간 두 주먹 모두 강펀치인 논객이 주목받게 되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이번 토론에서 문송합니다와 수학적 증명이란 말이 몇 번 나왔을까?)

한가지 재밌는 점은, 리먼 브러더스 사태로 대변되는 금융자본주의의 폐단에 반발해 등장한 (테크노) 아나키즘 기반의 시스템을 옹호하는 방편으로, 자본 친화적인 성격을 띄고 미래 기술이라는 슬로건을 앞세워 국가와의 화해를 모색하는 아이러니한 양상이다. 한국의 대중 앞에 처음 나타난 블록체인의 대변자는 후드 티에 복면을 쓴 디지털 운동가가 아닌, 깔끔한 캐주얼 수트 차림의 사업가였다. 이게 상징하는 게 뭘까. 물론 전자라면 애시당초 방송 출연을 안하겠지만.

아나키즘이라는 말 조차 생소한 우리나라에서는 경제적 자유주의의 흐름에 묘하게 맞물려 들어간 면이 있는 것 같다. 그러나 표면상의 임시적 동맹일 뿐, 이들은 (국가를 포함해) 본질적으로 화해할 수 없다. 설계자는 그 점을 철저히 인식하고 기존 정치경제 체계와 정면으로 충돌하는, 대안이라기보다 대결자로서의 시스템을 만들었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퍼블릭 블록체인이 사장되지 않는 이상, 이 문제는 끊임없이 환기될 것이다.

철저히 흥미 본위에서 던지는 질문. 왜 하필 일본인 이름 나카모토 '사토시(さとし)'였을까? 구체적으로 어떤 한자를 염두에 두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깨달을 오(悟), 깨달을 각(覚), 귀밝을 총(聡), 밝을 철(哲), 현명할 현(賢), 일깨울 계(啓) 등으로 쓸 수 있는 이름이다. 던져진 동전의 앞면이 나올지 뒷면이 나올지 미래는 알 수 없지만, 그 등장 자체가 국가와 화폐 시스템에 대해 본질부터 다시 질문해보게 했음은 분명하다.

덧. 언제나 그랬듯이 패널 선정에 불만을 지닌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흥행성과 대표성(전문성)을 동시에 갖춘 논객이 부족한 게 방송의 현실이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혼란스러움은 환영할 만하다. 숨어있는 인재가 떠오르는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근대적인 표현을 빌리자면 난세가 영웅을 만든다고도 하지않나.

참조 가디언 기사 "Forget far-right populism – crypto-anarchists are the new masters"
https://www.theguardian.com/technology/2017/jun/04/forget-far-right-populism-crypto-anarchists-are-the-new-masters-internet-politi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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