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타키나발루를 갔다 왔다. (여권, 날씨, 클럽, 식중독)

By @kael952/3/2018kr-join

음. 갔다왔다. 최근은 아니고 한참전에.
맛집같은 여행정보는 어딜봐도 많으니 가서 있었던 에피소드 위주로 이야기를 적어본다.
(이모두명과 할머니, 동생들, 사촌언니와 함께 갔다 왔음)

-여권은 깨끗해야한다
나와 언니의 여권 사증 부분에는 스탬프가 찍혀있다. 지난번 대만 놀러갔을때 찍은 도장이다. (타이베이 지하철역 모양) 분명 그 주변에 있던 역무원이 여권에 찍어도 괜찮다고 해서 멋모르고 찍어 버렸다. 블로그에서도 몇번 봤었고..
인천 공항에서 입국절차를 밟던 중, 승무원 언니가 이 스탬프 때문에 코타키나에서 입국거절 당할 수 도 있다고 했다. "네? 입국거절이라뇨......???"

"저번에는 어떤분이 여권에 아주 조그맣게 메모를 했었는데 그게 코타키나에서 입국 거절먹고 벌금까지 물어서 한국 돌아오신 분이 있어요. 동남아쪽이 원래 심사가 까다로워요. 물론 심사관에 따라서 제각각이겠지만.."

당혹감에 빠진 언니와 내게 승무원은 두개의 선택지를 줬다.
1.지금 당장 공항에서 만들 수 있는 일회성 여권을 만든다. 대신 원래 가지고 있던 것은 폐기
2.일단 출국하되, 거기서 일어나는 모든 문제들은 항공사측과 전혀 관련이 없다는 서약서를 쓰고 간다.

...언니와 나는 고민에 빠졌다.
1.여권을 다시 만들경우->기존에 있던 여권은 더 이상 쓸 수 없으니 만든 비용 날리는거임.
2.문제가 생길 경우->가서 코타키나 공항 냄새만 맡고 돌아오는거임. 심지어 벌금 물 수도 있음.
이모들은 괜히 가서 운나쁘게 빠꾸(?)먹지 말고 여기서 여권을 만드는게 어떻겠냐고 했지만
언니와 나는 2번을 택했다. 이유: 여권비 아까워서
자칫 몇만원 아끼려다 몇백을 물 수도 있었지만 다행히도 그런일은 일어나지 않고 무사히 입국했다.
(입국 심사할때 내 여권에 찍혀있는 대만 도장을 보고 심사관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날 봤지만, 나는 방긋 웃으며 '저는 순수한 여행객입니다아아' 라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사실 무서웠다.)

-밤비행기
나는 밤에타는 비행기를 좋아한다. 별을 가까이서 볼 수 있기때문.
(한국에서는 못보고 세부에서 딱 한번 봤었음. 너무 예쁨 ㅠㅠ 아무래도 하늘이 아주 깨끗해야 볼 수 있는 듯)
그러나 출국하는날 날씨가 안좋아서 하나도 못봤다. 어차피 한국은 날씨 좋았어도 못봤을거 같다.

-날씨는 의외로 덥지 않았다.
더위를 심하게 타는 나는 걱정했다. 필리핀만큼 더우면 어떡하지? 어떡하지? 했는데
실내는 대부분 에어컨이 뽱뽱했고 밖은 비와서 덜 더웠다. 오히려 서울이 더 더운듯 싶었다.

-우기
4박 6일 중 이틀 빼고 전부 비옴. 그렇다고 하루종일 내린건아니고 잠깐잠깐씩 내려서
할거다하고 먹을거 다먹고 잘 돌아댕겼는데 하필이면 씨워킹, 패러글라이딩, 스킨스쿠버 등등
마지막날에 하려던것들이 비와서 아무것도 했다. 아오!!!!!!!!!
덕분에 예산이 한참 남았다. 3일 내내 거지였는데 막날에 부자됨.

-클럽.
코타키나에는 대표적으로 베드(bed)와 나인나인나인(999)라는 클럽이 있는데
택시 기사님 말로는 베드는 아무나 가는곳이고 999는 상류층, vip, 연예인들만 가는곳이라고 했다.
(현지인들에게 999을 물어볼때마다 모두들 Too expensive!! 라고 외침.)
우리는 거지지만 패기좋게 999를 갔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클럽보다는 공연장같았음. 무대에서 가수들이 노래 부르고, 춤추고-
한국 클럽은 막 부비부비하고 난리나는데(??) 그런건 없고 그냥 리듬타면서 살짝 살짝 춤추고 술마시고 그런 분위기.
나는 춤을 못추지만 추는걸 좋아하기 때문에 춤아닌 공연장의 분위기에 살짝 아쉬워졌다.
엄-청나게 신나는 노래가 나오는대도 사람들은 그저 고개만 까딱였다. ㅠㅠ
점점 내 안에서 '팔다리를 오징어처럼 움직이고싶다' 라는 강한 충동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옆을 봤는데 언니가 미친듯이 춤을 추고 있었다.
언니는.. 클럽을 좋아한다. 춤도 좋아하고 술도 좋아하고 또 놀기도 잘논다.
사람들이 한두명씩 우리 테이블을 쳐다보기 시작했다.
언니는 국적도 모를 어느 여자분을 데리고와서 춤을 추게 하고, 또 다른 사람을 데리고와서 춤을 추게하고,
그냥 아무나 다 데리고 와서 춤추게 했다. 그렇게 다같이 춤을 추기 시작했다. 특별히 잘 추는 사람은 없었다 다들 그냥 팔다리를 흔들흔들 점프점프.
너무 웃겼다. 서로 말도 안통하는 사이인데 춤으로 한마음이 됐다는게.
나도 온갖 스트레스가 다 풀릴 정도로 격하게 춤을 췄다. 아마도 또 드릅게 못췄겠지만...
노래도 빅뱅의 그... 빵야빵야빵야! 가 나오는 노래가 나왔다. 재밌었다.

춤을 추다가 잠시 쉬고있는데
갑자기 디제이가 언니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언니가 사라졌다.
한참 시간이 지났는데도 언니는 안보였고 슬슬 걱정되던 동생과 나는 언니를 찾으러 다녔다.
없음.
이때까지만해도 나는 언니가 많이 취한건 아니니 괜찮을거라고 생각했다.
(우리는 양주 한병과 맥주 여섯병을 마셨으나, 나는 술을 못마시어 입술만 적셨고, 대부분 이모랑 동생이 마심)

매니저급으로 보이는 웨이터가 와서 내게 뭐라뭐라말했지만, 주변이 너무 시끄러워 Your sister is upstairs. 밖에 듣지 못했다. 언니가 윗층에 있다는게 뭔말이냐고 물었는데 그 웨이터는 그냥 vvip vvip라는 말만 반복함.
시간은 점점 흘러만 갔다. 언니는 여전히 연락조차 되질 않았고 동생은 점점 취해서 뭔 아저씨들이랑 쏼라쏼라 영어로 이야기 꽃을 피우고 있었다.

...암튼 결론만 말하자면 언니는 그 디제이와 무리들이 준 술을 마셨는데 그 술에 약이 타져있었던건지 그 이후로 정신을 못차릴뻔했다고한다. (다행히도 아무일 없었음 그전에 우리가 발견)
그 디제이는 우릴보고 뭣빠지게 도망갔다. 미안하다고 소리치면서. 좀만 더 늦게 발견했더라면 뭔짓 하려고 했겠지. 미친놈.
어딜가나 미친놈은 존재한다.

-코타키나발루 공항엔 약국이 없다.
돌아오는 비행기도 밤비행기여서 기분이 좋았는데, 아침에 뭘 잘못먹은건지
남동생과 내가 배탈이 났다. 탑승 시간까지 세시간 이상 남아있었는데 공항 구경은 하나도 못했다.
잘못된 음식을 뭘 그렇게 많이도 쳐 먹었는지 화장실에서 계속 토하고 설사하고 위에 빵꾸난줄알았다..
(설사가 정말.. 건더더기 없는 완벽한 물설사였음. 죽을... 죽을뻔했다...)
공항 화장실 더럽고 찌릉내 무지하게 났다. 그럼에도 나는 너무 힘들어서 변기통에 얼굴대고 뻗어버림
그래서 변기속에서 올라오는 냄새 때문에 더 역해서 더 토했는데 고개 들 힘도 없어서 그냥 그렇게 멈추지 않고 토를했다.
흡사 미친듯이 술마시고 그다음날 술병걸린 느낌이었다. 심지어 공항에 약국도 없어서 약도 못먹음ㅎ
더 지옥인것은 그 상태로 비행기를 탔고 장장5시간 (체감상5일) 이 넘는 비행을 했다. 진짜............. 하...
동남아 여행을 다니면서 처음있는 일이었다. 너무 아팠다.

아마도 상한 닭 먹고 그리된것 같아 '내 평생 다시는 닭 먹나보자...' 했다. 비행기에서 닭 생각하면서 욕을 했다.

그런데. 공항버스까지 타고 집에 비틀거리며 오니 엄마가 아침밥으로 백숙을 해주셨다.
닭 보자마자 토할줄알았는데 막상 먹으니 한그릇을 다먹었다. 병원에 가니 식중독과 장염이라고 했다.

바다가 참 예쁜 나라였지만 너무 아팠기에, 좋지 않은 여행으로 기억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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