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유럽을 잠깐 다녀온 적이 있었는데요
이탈리아(로마)에 대한 첫인상은 '실망감' 이었어요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거스름돈 사기를 당하고
너무나 더러운 떼르미니역과 자칫 무례해 보이는 사람들
어딜가든 집시와 소매치기가 있으며
마침 한여름이라 살면서 최고로 더운 날씨를 경험하며 녹초가 되었죠
설상가상으로 피렌체에서 핸드폰이 고장나 고립되었을땐
(아시겠지만 해외에서 폰 없이 여행한다는 건 눈과 귀를 가리고 걷는 것과 같죠)
다음 여행지고 뭐고 모든걸 내려놓고 한국으로 돌아오고 싶었어요
그렇게 저에게 이탈리아란
'앞으로 이탈리아는 절대로 안 올거야!' 라고 다짐하는 도시였는데...
그런데 이상하죠.
여행 당시엔 분명히 다른 도시들이 더 좋았던거 같은데
이탈리아에선 고생한 기억밖에 없고 타죽을듯한 햇빛은 아직도 뜨거운데
왜 전 유독 이탈리아가 자꾸 생각나는 걸까요
굳이 꾸미지 않아도
그 모습 그대로도 충분히 의미있다고 말해주는 로마 때문일까요
그림 앞에서 발걸음을 멈추고 누군가를 떠올리게 하는
티치아노의 작품이 있는 피렌체 때문일까요
어떠한 수식어도 필요없는
개성 그 자체인 도시 베네치아 때문일까요
참 희한하죠
당시엔 그렇게 힘들었는데 지나고 보니 매력 덩어리인 이탈리아가
그래서 제게 이탈리아는 애증의 도시인가 봐요
참 사람일은 생각한대로 흘러가지가 않나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