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pyright) 조각 등 미술저작물은 소유자 마음대로 폐기할 수 없다.

By @jongsan2/13/2018copyr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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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연합뉴스) 김재홍 기자 = 부산 해운대해수욕장 포토존에 있던 미국의 설치미술 거장 데니스 오펜하임의 작품 '꽃의 내부'가 고철로 처분된 사건과 관련해 관할 해운대구청이 공식적으로 사과했다. ]

우리 주변에서 쉽게 접하는 회화 서예, 조각, 판화, 공예, 응용미술저작물 등을 미술저작물이라고 하는데 저작물은 창작과 동시에 저작권이 발생하며 저작권은 창작자에게 귀속된다. 영국은 미술저작물에 도화, 사진, 건축, 미술공예저작물을 광의적으로 포함하고 있으며 독일은 건축저작물을 포함하고 있는데 반해 우리나라는 사진, 건축저작물은 별도로 규정하여 협의의 미술저작물만 미술저작물로 규정하고 있다.

현실에서는 미술저작물이 재산적 가치가 있으므로 거래의 대상이 되어 판매, 기증 등으로 양도하게 되면 원작품을 양수받은 자가 소유권을 취득하게 된다. 그렇다고 미술저작물을 양수받은 소유권자가 임의로 복제하여 판매를 하거나 누구나 볼 수 있는 공간에 공개적으로 전시하는 것, 또는 싫증이 나거나 관리가 어렵다고 마음대로 개작하거나 폐기할 수 없다. 소유권자는 단지 원작품을 소유하고 감상하거나 제3자에게 유무상으로 양도할 수 있을 뿐이다. 이는 무체물인 미술저작물의 저작권은 창작자에게 귀속되고 원작품을 소유한 자는 고정물인 소유권만 갖는 특성 때문이다. 동양적인 사고로는 비용을 지불하고 구입한 미술작품을 소유자가 마음대로 처리할 수 없다는데 쉽게 동의할 수 없을지 모르나 창작자를 보호하려는 저작권법의 입법취지를 이해하여야 할 것이다.

미술저작물의 소유자인 정부가 작가와 협의없이 임의로 철거, 폐기하여 문제가 된 사례를 살펴보자.

우리나라 법원의 판례에 따르면 2006년 3월 통일부에서 ’산 통일교육의 장‘으로 활용되는 ’통일문화광장‘을 도라산역사내에 조성하면서 남북교류협력의 현실과 통일 미래에 대한 희망을 줄 수 있는 작품을 창작해 제공해 줄 것을 작가 이반에게 의뢰하여 2년에 걸쳐 만해 한용운의 생명사상을 형상화하여 2007년 5월 설치된 벽화는 건축공사 시공사가 미술품설치계약서에 의거 8천만원을 작가에게 지급하고 정부에 인수된 작품을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채 3년만인 2010년 5월 철거를 결정하고 그 원형을 크게 손상하는 방법으로 철거 후 소각한 행위는 합리성을 잃은 행위로서 객관적 정당성을 결여하여 위법하다고 판시하고 피고인 정부는 정신적 고통을 겪었을 원고 작가에게 1천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도록 선고하였다(대법원 2015.8.27.선고 2012다204587 판결).

유사한 사례로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에 2010년 부산비엔날레 조직위원회의 공모를 통해 국시비 8억원을 들여 3개월에 걸쳐 조성되어 2011년 3월에 설치된 미국출신 작가 ’데니스 오펜하임‘의 설치미술작품 <꽃의 내부>는 작가가 2011년 1월 암으로 작품 완성 직전에 세상을 떠나면서 유작이 된 작품이다. 그런데 작품에 녹이 슬고 2016년 10월 태풍 ’차바‘의 영향으로 파손되자 부산시 해운대구는 부산비엔날레 조직위원회나 유가족에게 사전에 알리지 않은 채 호안도로 확장공사 과정에서 2018년 1월 철거하여 고철과 폐기물로 처리하여 거센 비난여론에 사과하기에 이르렀다.

이 사안의 경우에도 상기 도라산역 벽화의 분쟁 사례와 유사한 경우로 미술저작물의 소유권자인 정부의 권한을 대행하는 공무원은 우선 관리하고 있는 예술작품에 문제가 있으면 보수, 유지가 가능한지 검토하고 보수가 가능하면 작가나 전문가의 도움의 받아 처리하고 제3의 장소로 이전, 재설치하거나 폐지가 필요하다면 작가나 유가족에게 인수의사를 타진하거나 전문기관에 기증을 하거나 제3자에게 매각하는 방법 등 다양한 방법이 있음에도 저작권자와 사전 협의없이 철거, 폐기하는 것은 많은 비용을 들여 설치하고 창작자의 혼이 담긴 예술작품에 대한 무지나 몰이해가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깊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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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라산역에 있던 대형벽화. 이 벽화는 지난 2010년 5월 도라산역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철거됐다. (사진 출처=노컷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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