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스팀잇, 사용자의 개별 가치 존중하는 생태계로 진화할까?

By @izalam3/19/2018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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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제작자라면 클라이언트의 요청으로 뭔가를 만드는 삶이 고단하다는 데 동의하실 겁니다(물론 다른 직종도 시켜서 일하긴 매한가지지만요). 그리고 최소 한번쯤은 상상하게 되죠. 클라이언트 없이, 제작자가 만들고 싶은 걸를 맘껏 만드는 순간을 말입니다. 하고 싶은 이야기는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메세지일 수도, 혹은 목적성은 약하지만 개인 차원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담아내는 일일 수 있습니다.

이제까지는 클라이언트 없이는 금전적 보상도 없는 게 당연했습니다. 하지만 클라이언트 없는 일에도 확실한 보상이 주어진다면 어떨까요? 사람들은 개개인이 가치 있다고 믿는 콘텐츠를 만들어낼 지 모릅니다. 이 생각을 검증하려면 ‘잉여활동’에 가치를 부여하는 보상체계가 있어야 할 텐데요. 최근 이 보상체계에 대한 실현 가능성을 블록체인에서 발견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블록체계 생태계 안에서 콘텐츠의 가치를 평가받고, 그에 걸맞게 암호화폐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말입니다. 가장 가까운 예로는 블록체인 기반의 SNS인 스팀잇이 있습니다.

콘텐츠 제작자 입장에서는 스팀잇에서 한 콘텐츠 당 최소 0.01 스팀달러를 받는다는 점이 매력입니다. 콘텐츠 수가 누적되고 스팀잇 안에서의 영향력이 높아지면 콘텐츠에 대한 보상도 올라가는 방식입니다. 물론 스팀잇 안에서도 현실세계와 비슷한 불평등이 존재합니다. ‘고래’라 불리는 파워 인플루언서들의 콘텐츠가 압도적으로 많이 노출되고요. 독자가 반응하는 콘텐츠 유형도 어느 정도 정해져 있지요. 그럼에도 ‘한푼도’ 보상 못 받던 기존의 무명 창작자들 입장에선 매우 고무적인 플랫폼임에 분명합니다.

제작된 콘텐츠를 꾸준히 업로드한다면 무제한으로 주어지는 공짜 돈이라. 대응되는 실물이 있어야 그 돈이 가치를 갖는 경제 시스템 안에서는 이해하기가 어렵습니다. 이제까지는 공짜 돈을 계속 만들면 그 돈의 가치는 떨어져왔으니까요. 하지만 사용자 입장에서 볼 때, 스팀잇에서는 꾸준히 글을 쓰면 그에 맞게 푼돈이나마 스팀달러와 스팀파워가 들어옵니다. 게다가 이렇게 쌓인 돈들을 일반 돈으로도 환전할 수 있다 보니, 스팀잇에서 번 돈으로 실물경제에서 뭔가를 샀다는 이야기도 심심찮게 들려옵니다.

그렇다면 스팀잇에서 발행되는 암호화폐는 어떻게 이런 실제적 가치를 만들어낼까요? 현재로썬 스팀잇 커뮤니티 자체가 성장하는 데 그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스팀달러의 가치에 공감하는 이들이 늘고, 그 사람들을 기반으로 암호화폐 생태계가 만들어지는데요. 스팀잇에 유용한 콘텐츠가 많아지면 이를 기반으로 생태계의 영향력이 높아집니다. 이 과정에서 노동력이던, 실제 돈이던 이 생태계를 지탱하려는 기여가 늘어납니다. 스팀잇에 기반한 경제를 이용하려는 수요가 높아짐과 동시에 해당 생태계의 재화도 풍부해지죠.

물론 스팀코인의 가치도 상승과 하락을 반복합니다. 스팀잇의 투자자인 입장에서는 돈의 가치가 하락하는 게 달가울 수 없겠지요. 스팀-스팀달러-스팀파워로 나뉘는 스팀잇의 재화들은 가치가 떨어져도 최소 미화 1달러 가치를 참여자가 보증받도록 설계됐습니다(이 보증의 역할을 스팀달러가 해냅니다. 마치 은행이 망해도 5000만원을 보장받는 1금융권의 느낌이네요).

이래저래 스팀잇을 보면 여러가지 새로운 가능성이 보이는 것 같아 설렙니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스팀잇을 포함한 블록체인 서비스들은 그 생태계가 제시하는 가능성을 현실로 만들 만큼 충분히 진화했을까요. 아직은 아닌 것 같습니다. 스팀잇 서비스의 근간인 블록체인 방식은 기존의 서버-클라이언트 통신방식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가 훨씬 느립니다. 게다가 정보의 위조 및 변조가 불가능하다는 부분은, 문제가 생긴 정보를 수정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한계도 함께 붉어집니다(인간은 어리석고 실수할 수 있는, 심지어 실수를 반복할 수 있는 동물… 쿨럭).

스팀잇 생태계에서 제작되는 콘텐츠들의 가치를 정하는 방식도 문제입니다. 스팀잇 한국 유저들의 콘텐츠를 보면 블록체인 및 암호화폐 투자에 대한 주제에 집중돼 있지요. 개인 차원의 이야기들은 설 자리가 없습니다. 글의 질과 상관없이, 개인 차원의 일을 블로깅해도 고래들의 콘텐츠가 높은 보팅을 받습니다. 인지도가 없는 콘텐츠 제작자들은 고민은 스팀잇 안에서도 계속됩니다. 개인의 콘텐츠 제작 성향을 버리고 스팀잇 콘텐츠의 시류에 편승해야 할까요, 아니면 생태계 안에서 주류를 이루는 콘텐츠 주제를 선택해야 할까요. 고래의 선의에만 믿고 콘텐츠를 제작할 순 없겠지요. 앞으로 스팀잇 플랫폼 내부에서 콘텐츠가 다양하게 노출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줬으면 합니다.

이런저런 문제가 있음에도, 블록체인 기반의 콘텐츠 제작 및 유통은 다양한 실험을 해볼만 합니다. 어찌됐던 스팀잇 참여자들은 자신들의 활동이 최소한의 가치로 인정받을 수 있는 생태계와 만났습니다. 이들은 기본적으로 스팀잇에 콘텐츠를 제공하는 제작자입니다. 동시에 스팀파워와 달러를 기반으로 타인의 콘텐츠에 영향력을 발휘하는 투자자이기도 하지요. 어쩌면 사람들은 스팀잇으로 표현되는 블록체인의 세계에서 스스로 가치 있다고 믿는 일을 제작하고 투자하는, 그런 시스템을 설계할 기회를 얻은 걸지도 모릅니다. 이런 가능성을 본다는 건 좋은데 스팀잇을 포함해 블록체인 자체가 초심자 입장에서 너무 어렵네요. 좀더 직관적인 UX, UI의 블록체인 서비스가 언젠가 나오겠지요.

*참고자료
https://steemit.com/coinkorea/@seungjae1012/steemit
https://steemkr.com/kr/@nand/4zpukk
https://steemit.com/kr/@hiconcep/7jcvms
https://steemit.com/kr/@philipkoon/6nb7lf
https://steemit.com/kr/@polonius79/steem-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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