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되는 '워라밸' 신드롬

By @heterosis1/31/2018kr

기대되는 ‘워라밸’ 신드롬

조선일보 김홍수 경제부장의 글, <걱정되는 ‘워라밸’ 신드롬>을 스치듯 읽는다. 스페인에 가족관광을 떠난 그는 돌연 애국자가 되어 돌아왔다. 한국의 젊은이들이 일할 생각은 안하고 스페인에 놀러온 처참한 광경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정말 큰 일이 아닐 수 없다. 김홍수는 ‘세계 최장 근로시간을 지닌 국가의 오명은 벗어나야’ 하지만, 청년 세대가 인생을 여가로만 낭비하는 현실에서 국가의 위기를 느낀다. 그는 차마 한국의 자살률이 OECD 국가 중 최고라는 오명은 말하지 못한다. 과로사가 산재로 인정조차 받지 않는 조국의 비참한 현실은 뒷전이다. 그에게 가장 큰 문제는 청년세대가 일을 하지 않는 것이다.

얼마전 한국 유전학회 초청으로 잠시 캐나다에서 한국을 방문하던 길에 재미있는 현상을 발견했다. 입국과 출국행 비행기가 한국 노인들로만 가득차 있었다. 청년들의 모습은 없었다. 아마도 그 노인들은 관광을 목적으로 혹은 캐나다에 머무는 가족을 보러 들렀을 것이다. 나는 이 현상이야말로 한국의 미래에 드리운 그림자라고 느꼈다. 청년세대는 비행기 삯이 없어 태평양을 건너 관광할 돈도 없는데, 이미 은퇴한 노인세대는 아픈 몸을 이끌고 까지 태평양을 건너 관광을 해야만 하는 나라, 그런 나라에 무슨 미래가 있겠느냐는 생각이 들었다.

캐나다의 청년들 중 상당수는 대학을 졸업하고 한국이나 동아시아에 잠시 나가 학원 등에서 영어를 가르치며 외국생활을 경험하고 돌아와 직장을 구하는 경우가 많다. 그들에게 경제적 여유가 있기 때문이 아니라, 사회가 그들에게 열심히 일하는 것만을 기대하지 않기 때문이다. 청년 시절의 외국경험은 그의 시야를 넓혀 새로운 인생을 설계하는데 큰 도움을 준다. 젊을 때 외국여행 좀 해도 된다. 복지국가의 기성세대는 그 정도의 식견이 있다.

게다가 젊은 날 1~2년 먼저 일한 경험이, 그의 성공을 보장해주는 사회가 아니다. 평생 직장은 사라진 지 오래고, 평생 일해도 집 한 채 살 수 없으며, 정규직 일자리는 소수의 특혜받은 이들에게만 주어지고, 원해서서가 아니라 창업으로 내몰린 청년들의 절규가 메아리치고, 결국 노량진 고시촌에서 그나마 정규직인 9급 공무원을 준비해야만 하는 한국의 청년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 다그치는 자는 애국자가 아니다. 그는 어른의 자격이 없는 노예사냥꾼이다.

한국사회의 진정한 문제는 청년들의 워라밸 문화도, 비트코인 열풍도 아닌 노인정 세대가 박근혜 따위를 대통령으로 선출해 역사의 수레바퀴를 4년이나 거꾸로 되돌리고, 아파트 투기 열풍에 사교육 열풍을 조장한 50대가 이명박을 대통령으로 만들어 수십 조의 국부를 유출한 사태에서 찾아야 한다. 바로 그런 망국의 길을 조장한 언론이 조선일보이며, 경제를 가장해 정치적 선동으로 국가의 발전을 저해한 곳이 조선일보 경제부일 것이다.

지난 겨울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온 청년들의 발칙한 상상력은 거리 곳곳을 기발한 깃발의 경연장으로 뒤바꿨다. 더이상 시위대의 싸움은 1987년 최루탄과 화염병이 맞붙던 이념대결의 장이 아니라, 권력을 풍자하고 마음껏 조롱하며 대통령 탄핵의 시위를 한바탕 축제의 장으로 만든 상상력의 놀이터였다. 나는 거기서 한국 청년세대의 희망을 봤다.

이 기발한 상상력의 청년들이 외국행 비행기를 타게 하라. 그리고 실컫 보고 듣고 먹고 마시고 놀게 하라. 그렇지 않으면 정말 김홍수의 기우처럼, 우리는 스페인 같은 관광 선진국의 봉노릇만 하게 될 것 같다.

김우재, 과학적 아나키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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