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banguri 입니다.
올해에 큰 아이가 군에 다녀와서 대학 2학년에 복학을 하였습니다.
IMF 라는 거부할 수 없는 시대의 흐름에 온몸으로 저항하다가 결국 탈탈 털리면서 패배하고, 대구에서 지금 사는 후포로 이사온지가 15년 째가 되었습니다.
후포로 이사를 와서 한 일이 공부방이었습니다. 얄팍한 조금의 지식이 있었던 지라 어떻게 밥벌이가 되었습니다.
공부방을 하면서 참 좋았습니다. 제가 한 사람의 앞으로의 삶에 관여할 수 있는 일을 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덕분에 그렇게 나의 말에 귀 기울여서 정말로 삶이 바뀐 아이들도 있습니다. 그 아이들과 그렇게 좋은 인연으로 살아가고 있네요.
더불어 더 좋은 일이 있었습니다.
제 아이들의 공부를 제가 직접 가르칠 수 있다는 사실 이었습니다. 중이 제머리 못 깍는다고 자식을 가르치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었으나, 공부를 가르치면서 아빠로서 그리고 선생님으로서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마음껏 했습니다. 요즘 아빠와 자식들이 거의 2시간 가까이 눈을 맞대면서 이야기를 할 수 없는데 저는 거의 매일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함께 시간을 보내서 그런지 제 생각을 많이 따르는 아이들을 가끔 봅니다.
큰 아이는 초등학교 3학년 부터 중학교 3학년 까지, 작은 아이는 초등학교 3학년 부터 고등학교 3학년 까지... 큰 아이는 고등학교를 도시로 나가서 그 후로는 제가 가르치지 못하고 자료만 정리를 해 주었네요.
큰 아이는 공부를 곧잘 했지만 저희들이 원하는 대학을 못 가고 그나마 지방에 괜찮은 국립대, 학과에도 갔으나, 작은 아이는 공부를 힘들어 해서 제가 많이 가르치고 혼내고 하지 않았네요. 그냥 할 수 있는 능력껏만 가르치고 공부하도록 했습니다. 남들이 보는 그런 좋은 대학에 원서를 넣을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작은 아이의 능력껏 한다면 사회에서 좋은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아빠로서 해 주지 못한 아쉬움과 엄마로서 해주지 못한 아쉬움이 참 많은데, 오늘 아침에 나서면서 오히려 엄마한테
엄마 !! 하는일 열심히 하고 있어~~~ 신경 쓰지 말고. 걱정 하지말고... 아빠도 애들 시험 공부 열심히 시키세요...
고마웠습니다.
제가 약 5주 전에 심근경색이 와서 119를 타고 급하게 병원에 실려가서 심장에 스탠트 시술을 받고 이제는 많이 좋아졌는데, 작은 아이가 아니었으면 정말로 죽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 경우가 있었습니다. 담배를 끊게 해 준 사람이 작은 아이 였습니다. 초등학교 때에 갑자기 아빠랑 오래 살고 싶으니 담배를 끊었으면 좋겠다고 했고, 그 말 듣고 돈 드는 일도 아니니 끊을게 하고 끊은 것이 지금 까지 왔고, 덕분에 심장 혈관에 손도 댈 수 있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제 인생에서 잘 한 일이 3가지가 있는데,
첫번 째가 우리 큰 아이와 작은 아이를 만난 일
두번 째가 공부를 한 일 (밥벌이를 할 수 있도록 해준 것이 공부여서...)
세번 째가 담배 끊은 일 입니다.
아이들이 함께 살던 집을 떠나서 나가면, 더 이상은 공부와 그리고 제가 가진 생각을 전해 줄 수 있는 일이 많이 없을 듯 합니다. 때로는 아쉬울 수도 있겠네요.
이제 제가 할 수 있는 고마운 인생의 1막이 오늘로써 마칩니다. 작은 아이가 오늘 수능을 치면서 아이들에게 제가 해 줄 수 있는 일을 마감하는 날이 되었습니다.
이제 제 인생의 2막은 제 집사람과 저를 위해서 보내려고 합니다. 가끔 인생의 2막 소식을 전하겠습니다.
오늘 수능 치는 아이들이 있는 가정에 웃음이 가득 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