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수다] "리틀 포레스트" - 먹는 것, 먹는 것을 만든다는 것에 대하여

By @haerang4/5/2018kr-jo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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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지런히 포스트를 하고 제 삶의 기록을 남기는 것이
스팀잇을 시작할 때 제 목표였는데,
할 일이 있다고 살짝 게으름을 피웠습니다.
제 보잘 것 없는 글에 댓글, 보팅해 주시고
응원해 주시는 분들도 계신데, 죄송하네요.^^

"리틀 포레스트"는 일본의 대표적인 슬로우무비 중 하나죠.
한국에서 제목 그대로 리메이크 되기 전에도
나영석 피디의 "삼시세끼"나 "신혼일기" 어디에선가
일본 원작의 영향을 많이 느낄 수 있었습니다.
(덧붙여 "윤식당"은 "카모메식당"을 연상시키죠.)

일본 원작은 거칠고 메밀국수처럼 뚝뚝 끊어지는 맛이 있다면
(대체로 일본 영화가 그런 매력이 있는 것 같습니다.),
한국 리메이크작은 그에 비해 좀더 세련되고 다듬어진 느낌이었습니다.

저는 한국 작품에서 모녀로 분한 문소리와 김태리가
잘 익은 빨간 토마토를 우적우적 먹으며 대화하는 장면이 퍽 인상적이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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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원작과 한국 리메이크작 모두
먹는 것, 먹는 것을 만든다는 것이
우리에게 얼마나 소중한 의식인지 잘 보여주고 있는데요.

음식을 만드는 과정, 식재료의 성장과 수확,
그리고 각 재료의 맛과 어울림 등이 주인공의 나레이션을 통해 전해지면서
그 과정 속에 들어가는 시간과 계절이 차분히 묘사되고 있습니다.
(일본 원작은 다큐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사실적으로 그려지고 있고요.)

이 영화를 보고 나니 바쁜 일상에 쫓겨 대충 아무 거나
끼니가 되는 대로 입 안에 우겨넣으며
하루하루를 보내는 제 자신을 돌아보게 되고,
언제 한 번 나 자신을 위해 밥 한 끼 제대로
차려 보았는지 생각하게 되더라구요.
어쩌면 우리의 인생, 삶이란 것이 대단한 게 아니라
그러한 한 끼, 한 끼가 모여 만들어진 것일테니까요.

그리고 음식을 먹는다는 것, 또 그것을 만든다는 것은
지겹도록 매일 일어나는 평범한 일이지만,
사실 그 본질은 생명을 이어주고 살아가게 만드는 고귀한 행위이며
모든 식재료에 담겨진 시간과 계절을 취하고
또 그 시간과 계절을 나아가게 하는 의식이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혹자는 이 영화가 젊은 세대가 처한 힘든 상황을
농촌판타지로 쉽게 해결하였다고 비판하기도 하는데
어떤 면에서는 그러한 의견도 일리가 있지만,
저는 포인트를 달리하여 이 영화를 감상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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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오늘은 저도 영화의 주인공인 척하며,
제 자신을 위해 정성스레 비빔밥을 만들어 먹었습니다.
당근과 호박을 썰 때 칼과 도마가 부딪치는 소리,
계란 후라이할 때 나는 기름 소리, 참기름의 고소한 냄새
모든 것이 새롭게 들리고 느껴지더군요.(오우 유치해~~^^)

그리고 무엇보다 맛있었고,
오늘 한 끼는 제대로 먹었구나 싶어서 꽤 보람도 있었습니다.

물론 음식을 만든다는 것은 힘이 들고 시간이 드는 일이지만
우리 인생에 의미있는 일이란 늘 그렇게 힘과 시간이 드는 것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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