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하면 망한다 by 쿠팡 - 첫번째 이야기(프로세스와 기준의 부재)

By @hack3rsolution2/2/2018kr

프로세스와 기준은 말 그대로 일하는 근거와 절차라고 할 수 있습니다.
조직이 원하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필수적인 요소라고 할 수 있죠.
제가 쿠팡에 합류했을 때는 질적/양적으로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던 2013년이었습니다.
김태희와 비가 광고하던 시절이죠.
이 광고를 계기로 결혼에 골인했...

이 당시 매주 수 십명씩 신규 입사자가 들어올 때였습니다.
이럴 경우 몇 가지 문제가 발생합니다.
대표적으로 기존 직원들과 신규 직원들이 잘 섞이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기득권이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라 업무적인 호흡을 맞춘다는 측면에서요.
매주 엄청난 수의 신규 입사자들이 들어올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중요한 기반이 바로 프로세스와 기준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없었습니다.
창업한지 23년차 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자위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필요한 프로세스와 기준을 수립해야죠.
저는 없는 프로세스를 만들고 제 스스로가 지켰습니다.
또 그 프로세스를 준용하는 것에 대해 감사팀의 협조도 구했구요.
제가 만든 프로세스가 전사에 적용되는데 2
3년 걸린 것 같네요.
그나마도 변질됐지만.
일례로 법무팀이 표준 구매 계약서를 가지고 있지 않아 제가 만들었습니다.
나중엔 법무팀이 만든 것처럼 해서 공지를 했더군요.
그것도 3년 후의 얘기네요.

하지만 문제는 그렇게 고생해서 만든 프로세스를 지키지 않는다는 겁니다.
특히 외국인에겐 많은 예외가 발생하죠.
참고로 쿠팡에서 근무하는 외국인들은 대부분 Head들입니다.
현재는 모든 임원은 외국인이고(검은 머리 외국인 없음. 그냥 진짜 외국인) 임원 밑의 주요 요직도 대부분 외국인입니다.
프로세스 안 지켜요.
있는지도 몰라요.
얘기해도 안 들어요.
회사에서는 괜찮대요.
그래서 수 백억씩 회사 돈을 막 써댑니다.
일도 맘대로 하죠.
권한이 있고 없고의 문제가 아니에요.
그냥 일을 못하게 하는 허들을 스스로 만들어내고 있어요.

외국인에겐 어떤 기준이 적용되는지 모르겠지만 출장 달고 자기 집에 갑니다.
미국, 중국, 싱가폴 기타 등등
물론 모든 경비는 회사 부담입니다.
나중에 외국인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를 따로 포스팅 할 겁니다.
제가 언급한 프로세스는 회사의 기본적인 절차를 의미하는 거지만 크게는 커뮤니케이션을 포함합니다.
특정 상황에 대한 공지같은 거죠.
아, 커뮤니케이션 문제도 따로 포스팅해야겠어요.

아무튼 그러다 보니 일을 진행하던 사람이 퇴사하면 프로세스가 없기 때문에 그냥 공중에 붕~ 뜨고 맙니다.
일을 하려면 다른 사람들이 고생해야 돼죠.
그것도 인수인계 하나도 받지 못한 상태에서 처음으로 돌아가서요.
그나마 일이 진행되면 다행인데 짬되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이거 겪어보시면 정말 환장해요.
문제는 이게 전사에 만연해 있다는 겁니다.
문제를 알고도 해결하려는 의지가 별로 없어요.
해결하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게 맞겠네요.
위에 얘기하면 '니가 해'라던지 '신경쓰지마'라는 답변을 듣게 되죠.

프로세스와 기준이 있다는 건 일을 할 때 다음 상황을 예측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프로세스와 기준이 없다는 건 일을 할 때 다음 상황을 예측할 수 없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진짜 예상못한 일들이 많이 발생합니다.
쿠팡맨 빼고 서울, 상하이, 베이징, 시애틀, 팔로알토에 수 천명의 직원을 가지고 있는 회사의 현실입니다.
혹자는 '그런 회사 많아'라고 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럼 저는 '그 회사는 잘 굴러갑디까?'라고 묻고 싶습니다.
쿠팡이 썩어들어가는 틈이 여기서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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