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음식스토리텔링) 작지만 맛좋은 자리돔으로 할 수 있는 요리들 with 양용진 선생님

By @gghite7/31/2018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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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서 많이 먹는 물고기 중에 자리돔이라는 것이 있다.
이 물고기의 이름은 참 희안하다.
정식 명칭은 '자리돔'인데, 보통 제주도 사람들은 '자리'라고 더 많이 부른다.
또한 도미 종류의 물고기에 '돔'이라는 이름이 붙는다고 하는데, 자리는 도미 종류가 아니고 농어 종류인데도 '돔'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자리돔은 열대지방에서 많이 잡히는 물고기 어종이므로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제주도 근해에서 많이 잡혀 제주도의 특산물과 같은 물고기 어종이었다.
하지만 최근 지구 온난화로 수온이 올라가서 자리돔이 남해와 동해 심지어는 강원도 인근에서도 잡힌다고 한다.

바닷 속 물고기들은 수는 급격히 줄고 있는 것 같다.
티비에서도 자주 방영되는 낚시 관련 프로에서도 보면 항상 고기가 잘 잡힌다고 하는 어장에 가서도 항상 허탕을 치고 오는 경우가 많다.
고기가 안 잡히는 이유로 물때가 좋지 않다느니, 수온이 너무 낮다느니, 여러 가지 이유를 이야기 하지만 아무래도 너무 많은 어업 활동으로 인해 물고기의 수가 줄어든 듯하다.

올해 제주도의 조업도 작년부터 아주 나빠졌다고 한다.
몇몇 어종은 벌써 몇년 전부터 그랬다고도 하는데 아무튼 제주에서 봄에 많이 잡히는 자리돔과 멸치가 아주 적게 조업이 되었다고 한다.
예를 들어서 내가 제주에 이사오기 몇년 전 제주에 여행왔을 때, 한림항 근처를 여행하고 있었다.
그때 한림항에 물고기를 잡은 배가 들어오면 커다란 바구니에 자리돔을 한가득 담아서 삼천원에서 오천에 팔던 것을 봤었다.
물고기를 담다가 바닥에 떨어지는 것이 있어도 잘 주워 담지 않을 정도로 흔하디 흔한 것이 자리돔이었다.

그렇게 싸던 자리돔이 올해는 조업이 좋지 않아서 한바구니에 삼만원이나 했었다.
제주도 사람들은 자리돔이 흔해서 항아리에 한데 모아 소금을 넣고 젓갈을 담아서 두고두고 먹을 정도였다고 한다.
그리고 우리가 이번 수업에서 배운 것처럼 자리를 여러 마리 떼려 넣고 지짐을 해먹기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작년부터 자리돔의 조업이 줄기 시작해서 올해처럼 자리돔의 값이 천정부지로 오를 때는 귀한 생선이나 해먹는 구이를 해먹는다고 한다.
자리는 아무리 커도 겨우 손바닥 만하게 생겼는데, 그걸 구이로 구워먹는 것이다.

자리지짐

재료 : 자리 200g, 간장 5큰술, 식초 1큰술, 설탕 1.5큰술, 다진마늘 1/2큰술, 생강즙 약간, 후추 약간, 고춧가루 약간, 식초 약간, 식용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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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은 동문시장에 가면 이렇게 산더미처럼 자리를 쌓아놓고 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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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수업시간에 장만한 자리이다. 이게 삼만원어치였다.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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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싱한 자리는 강사님이 손가락으로 알려주는 저것 등지느러미 끝의 몸통이 색이 약간 은색으로 빛이 난다고 한다.
이날 준비한 자리는 매우 싱싱한 녀석이다.

일. 자리는 너무 작아서 비늘도 제거하지 않고 그냥 먹는다.
전에도 말했듯이 제주도 사람들은 생선의 머리도 지느러미도 떼어내지 않고 먹기 때문에 자리는 손질할 것이 없다.
그냥 소금물로 씻어서 냄비에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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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간장에 후추, 식초, 설탕을 넣어 잘 섞고 자리에 끼얹는다.

삼. 다진 마늘과 생강즙도 자리 위에 흩어 뿌리고 자리가 자작하게 잠길 정도로 물을 붓고 끓인다.
반쯤 국물이 졸면 식용유를 넣고 비늘이 거의 바닥에 붙어서 탈 때까지 바짝 조린다.
자리는 뼈째 먹기 때문에 오래 졸여야 그나마 억센 뼈가 조금 부드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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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적은 양을 냄비에 넣고 조리시면서 강사님은 제주도의 어업에 대한 이야기를 한참을 해주셨다.
여러가지로 개탄할 것들이 많이 있다.ㅜㅜ

사. 국물이 거의 졸여지면 식초를 약간 뿌린다.
이 식초를 넣는 이유도 자리의 뼈가 조금이라도 부드러워지라고 넣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고명처럼 고춧가루를 뿌려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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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나 야채같은 것도 넣지 않고 간장만 가지고 조린 자리지짐은 짭쪼롬한 반찬이 되었다.

자리구이

일. 마찬가지로 소금물로만 깨끗이 씻어서 굵은 소금으로 간만한다.

이. 부루스타에 석쇠를 얹고 자리를 얹어놓고 앞뒤로 잘 구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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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 작은 고기이지만 접시에 예쁘게 세팅해서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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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아서 별로 먹을 건 없지만, 맛은 일품이었다.

자리물회

우리가 수업시간에는 자리물회를 만드는 법에 대해서는 배우지 않았다.
올해 자리 조업이 좋았다면 자리물회 한그릇씩 만들어 먹을 수 있었을텐데, 어쩔 수 없이 자리물회에 대한 설명만 들을 수 있었다.

자리물회는 제주도 음식점에서 많이 판다.
자리를 통째로 썰어 넣고, 된장을 풀어서 만드는 것이 제주도 자리물회의 특징이다.
또한 제피나무 잎을 넣는데 이건 약간 향이 특이해서 제주도 사람들은 이걸 즐기기 위해 마당에 누구나 제피나무를 키운다고 할 정도로 좋아한다.
고수처럼 특이한 향을 내고 있어서 호불호가 있는 향신료라고 한다.
그리고 자리를 뼈째 먹기 때문에 식초를 듬뿍 넣어 먹는데, 제주도 사람들은 주로 여기에 빙초산을 넣어 먹는다고 한다.
지금은 빙초산은 식재료가 아니라서 음식점에서는 내놓고 제공할 수 없는데도 몇몇 오래된 제주음식점에서는 아직도 식당에서 빙초산을 제공해줄 정도라고 한다.
물론 제주 어른들의 주방 한켠에는 언제나 빙초산이 있을 정도로 제주도 사람들은 빙초산을 즐겨먹는다고 한다.
제주도 친구들 말에 의하면 어른들의 빙초산에 대한 애착은 대단하다고 한다.ㅋㅋ

육지사람들이 먹기에는 자리의 뼈가 억세서 조금 난감한 음식이기도 하지만, 제주도 사람들은 자리가 흔하게 잡힐 때 얼음물에 된장을 풀고, 제피나무 잎 송송 썰어 넣고 자리를 뼈째 숭덩숭덩 썰어넣고 빙초산 몇방울 떨어뜨린 다음 시원하게 한사발 먹으면 힘도 나고 입맛도 나며 더위도 이길 수 있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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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네이버)

수업을 듣는 사람들 중 반은 이주민이었고, 반은 제주도 분들이었는데, 이주민은 제주도 전통 자리물회를 먹어볼 기회를 잃어서 아쉬워하고, 제주도 분들은 언제나 고향의 맛을 느낄 수 있는 자리물회를 함께 만들어 먹어볼 수 없어서 너무 아쉬워했다.

어떻게든 힘든 어업이 어부뿐 아니라 제주도 음식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도 안타깝긴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드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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